2024년 05월 01일 수요일
뉴스홈 종교
아나돗교회 정이신 목사, '짐승의 비밀'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2-10-26 11:21

아나돗과 함께 읽는 성경 정이신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 짐승의 비밀(요한계시록 17:6∼9)

[1]
로마제국을 인류 역사에 혁혁한 발자취를 남긴 위대한 나라라고 많은 사람이 칭송하지만, <요한계시록>은 반대로 말했습니다. 로마제국은 많은 성도의 피를 흘리게 한 것도 모자라, 피에 취했던 악한 나라였다고 했습니다(6절). 로마제국은 세상을 자기 손아귀에 넣기 위해 그들의 뜻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죽였습니다. 그런데 로마제국이란 빨간 짐승을 탄 여자에게 굴복하지 않은 사람 중에 크리스천이 많았습니다. 이를 통해 보면 해 아래 세상은 결국 빨간 짐승을 탄 여자의 사상과 성도의 믿음으로 구분됩니다. 인간 세상에 많은 학설과 종교, 신념이 있지만, 정리해 보면 크게 둘로 나뉩니다. <요한계시록>에 나온 이런 구분을 보고 사람들은 기독교의 가치관이 지나치게 흑백논리를 따른 이분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가치관이 그런 게 아니라 현실이 그러합니다. 실제로는 참과 거짓 사이에서 둘을 아우르는 중간 지대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하나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합니다. 

[2]
인류사에 수많은 사상과 철학이 있습니다. 그리고 빨간 짐승을 탄 여자로 묘사된 이 사상에 굴복한 게 많습니다. 그 정도로 이 여자는 힘이 세고 지배력이 대단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이 여자는 한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정신이자 가치관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모든 걸 물질적 풍요와 안락함으로 계산하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과정이야 어떻든 잘 살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 때문에 시설이 좋고 넓은 집에서, 더 편안하게 즐기면서 사는 걸 최고의 가치로 여깁니다. 진실한 삶보다는 경제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길로 갑니다. 

[3]
성도도 해 아래 세상 사람들처럼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숨 가쁘게 달려가는 곳과 목적이 해 아래 세상 사람들과 다릅니다. 성도는 세상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세상 사람들을 착취의 대상으로 보거나 경쟁상대로만 보면 안 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경쟁상대가 될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성도는 그들의 삶을 풍성하게 이끌어 주는 도우미가 돼야 합니다. 이게 예수님의 제자가 걸어야 하는 삶의 길입니다. 이런 일을 하며 살라고 예수님이 여러분을 그분의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그러니 그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빨간 짐승을 탄 여자의 사상과 타협하거나 그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 됩니다.

[4]
성도가 빨간 짐승을 탄 여자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다 보면 주변에서 별의별 소리를 다 합니다. ‘너만 깨끗하냐, 혼자만 잘난 척한다.’ 등의 말을 합니다. 그러나 정결한 처녀 이스라엘은 그런 곳에 마음을 주지 않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이 잘 나가는 것과 자신을 비교하거나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혹 앞에서 자신 있게 그걸 넘어설 장사는 많지 않습니다. 또 유혹은 거기에 빠져 완전히 망가지기 전까지는 빠져나오기도 힘듭니다. 사탄의 유혹에 빠진 사람들이 망가지기 전에 그 유혹으로부터 빠져나온 경우는 성령님의 은혜가 그에게 임했을 때입니다. 그러므로 후회할 일은 처음부터 하지 말고 하나님의 나라를 영접하기 위해 영혼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성도는 예수님 안에서 영혼이 누릴 영원하고 풍성한 자유를 위해 성령님의 인도에 따라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5]
요한은 맹위를 떨치던 로마제국도 하나님이 정하신 때가 되면 망한다고 했습니다(17장). 이걸 그는 바빌론에 대한 심판으로 바꿔서 이야기했습니다(베드로후서 5:13). <요한계시록>이 일곱 교회에 있던 성도에게 편지로 쓴 글이기에, 이 책에서 바빌론은 1차로 로마제국입니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온 바빌론에 대한 심판은 1차로 로마제국에 대한 심판이고, 이후 로마제국과 같은 악행을 저지른 제국에 대한 심판입니다. 또 이 책에서 바빌론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부활ㆍ승천하신 예수님이 강림해서 악의 세력을 궤멸할 것이라고 말씀한 바울 서신의 메시지와 같은 궤적을 그립니다.

[6]
여자 바빌론이 빨간 짐승을 타고 앉아 있기에 그녀와 짐승은 공동 운명체입니다. 바빌론이 망하면 짐승도 망하고 짐승이 망하면 바빌론도 망합니다. 저들이 가진 능력이나 주권의 선후 관계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심판에 관해 둘은 얽혀 있습니다. <8절a>는 짐승이 맞을 종말이 어떤 것인지 알려줍니다. 이 말씀에서 “여자”는 로마제국의 종교적 측면인 여신 숭배, “짐승”은 정치적 측면인 황제숭배를 상징적으로 서술한 면도 있습니다. <2∼3장>에 나온 것처럼 로마제국에는 여신 숭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마제국에서 벌어진 여신 숭배를 위한 제의에는 음란한 연회가 뒤따랐습니다. 그래서 종교적 음란을 거부한 초대교회 크리스천이 저들과 충돌했습니다. 

[7]
<8절a>는 짐승이 과거에 활동했고, 지금은 아비소스(ἄβυσσοςㆍ아뷧소스)에 갇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가 되면 다시 땅으로 올라와 활동할 것이란 뜻입니다. <개역개정성경>에서 ‘무저갱(無底坑)’으로 번역한 아비소스는 ‘밑바닥 없는 깊은 곳’이라는 뜻으로 신약성경에 9번 나옵니다. 무저갱이라는 말은 헬라어의 뜻을 한자로 만든 단어로 장소나 위치를 뜻한 게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 영역을 가리킵니다. 한글 번역 성경만을 읽고 음부ㆍ무저갱ㆍ불바다(λίμνην τοῦ πυρό????ㆍ림넨 투 퓨로스) 등을 각각 다른 곳이라고 해석하는 사이비ㆍ이단들이 있는데, 저들은 이 말의 헬라어 어원을 잘 모르고 엉터리 해석을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음부(陰府)로 번역한 하데스(ᾃδης)가 <1:18, 6:8, 20:13∼14> 등에 나옵니다. 그런데 음부는 도교(道敎)에서 쓰는 말로 사람이 죽은 후에 혼이 가서 사는 세상입니다. 이와 달리 하데스는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의 이름이며 죽은 사람들의 거처입니다. 동양과 헬라의 문화적 환경이 다르고, 성경에 나온 말이지만 우리말에 이런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하데스를 도교에서 쓴 음부로 번역했습니다. 따라서 사이비ㆍ이단들이 주장한 것처럼 아비소스ㆍ무저갱ㆍ불바다 등은 서로 다른 의미가 아닙니다. 요한은 하나님이 어둠의 세력에게 허용한 통치 영역을 <요한계시록>의 1차 청자ㆍ독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여러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8]
아비소스에서 짐승이 올라온 후 짐승은 다시 멸망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사탄과 짐승은 영적 존재인데 저들은 아비소스에 갇혀 있습니다. 또 저들이 영적 존재이기에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우주의 특정한 공간이나 지구의 지하에 갇힐 수 없습니다. <13:1>에서 요한은 짐승을 설명하면서 짐승이 바다에서 올라왔고, 사탄인 용으로부터 권세와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사탄과 짐승이 예수님의 십자가ㆍ부활ㆍ승천 사건으로 결박당한 걸 저들이 아비소스에 갇혔다고 상징적 언어로 표현했습니다(누가복음 10:17∼18). 따라서 이걸 잘못 해석하면 지구의 바다가 아비소스가 됩니다. 성경에 의하면 선(善)은 위에서부터 내려옵니다(야고보서 1:17). 그리고 <요한계시록>에 의하면 하나님의 백성이 있는 곳인 시온과(14:1) 반대되는 영역인 아비소스, 저 끝없는 심연이 사탄 세력의 출발점입니다. 사탄과 저의 추종자들은 짐승이든, 거짓 선지자든 뿌리가 같습니다.

[9]
아비소스에서 나온 짐승은 하나님께 심판받고 다시 영원한 멸망으로 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짐승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바빌론에 대한 심판과 맥을 같이 합니다. 짐승은 일곱 머리와 열 뿔을 가지고 있습니다(17:3). <12:3>에서 용/사탄 역시 일곱 머리와 열 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치는 용과 짐승의 일체감을 보여줍니다. 요한은 <12∼13장>에서 일곱 머리와 열 뿔의 정체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17장>에 와서야 저들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습니다. 그는 일곱 개의 머리는 일곱 왕이며 열 개의 뿔은 열 왕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9ㆍ12절). 그러나 역사적으로 이 일곱 왕이 누구며, 열 왕이 누군지를 구체적으로 아는 건 어렵습니다. 게다가 저들이 누군지 아는 게 구원을 향하는 기독교 신앙에서 크게 의미 있는 일도 아니고, <요한계시록>의 핵심 메시지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저들의 정체에 관한 다양한 해석은 참고 자료로만 이해하면 됩니다.

jso8485@naver.com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실시간 급상승 정보

포토뉴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