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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제일교회 이준효 원로목사, '만약의 논리'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2-11-04 11:07

수정제일교회 이준효 원로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 만약(萬若)의 논리 ♧

    은신처(隱身處: The Hiding Place)의 작가 코리 텐 붐(Corrie Ten Boom)은 독일 침공 당시 네덜란드에서 보냈던 긴장된 시간들을 경험담으로 자신의 작품에서 소개했는데, 이를 어떤 예화집에 수록해 놓은 것을 발췌하여 그의 경험담이 전해 주는 나름의 교훈을 재해석하여 나누어 본다.

    어느 날 밤, 코리는 침대에서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독일 전투기들이 머리 위를 날며 연속적으로 투하하고 있는 포탄 터지는 소리와 전광석화와 같은 불빛으로 인해 두려움과 공포스러움이 온몸이 오싹거리는 실로 긴장된 긴 밤이었다. 

    그런데 아래층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언니 역시 자신과 똑같은 입장이라 생각하고 차라리 따뜻한 차라도 함께 나누며 두려움과 공포의 긴 시간을 보냄이 옳다 여겨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언니와 함께 몇 시간을 보냈을까? 갑자기 대낮처럼 환한 빛이 집안을 비추는가 싶더니 아주 요란한 폭발음이 귓전의 고막을 진동시켰다.

    그러고는 이내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사방이 다시 칠흑처럼 캄캄해지고 더 이상 폭격이 없을 것 같다는 적막이 웽웽거리는 전투기 소리와 으르렁 쾅쾅거리든 포탄 소리가 언제 있었냐는 듯이 내려앉았다. 코리는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가 침대의 베개를 정돈하려고 손을 뻗었다.

    순간, 무엇인가 날카로운 물건이 코리의 손끝에 닿았고 "악!"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손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는 직감이 엄습해 왔다. 조심스레 유심히 살펴보니 그 예리한 물건은 무려 십 인치 정도 되는 금속 파편이었다. 그제야 코리는 아까 들었던 폭발음 소리가 바로 자신의 천정에서 난 소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놀란 코리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치며 그 포탄 파편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언니 벳시(Betsie)를 불렀다. 언니 역시 놀라 동생의 상처에 상비약을 바르고 붕대로 감아 주었다. 코리는 언니가 붕대를 감아 주는 동안 아주 겁먹은 얼굴로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만약 내가 아까 부엌에서 언니가 달그락거렸던 그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생각에 코리는 "언니, 그래서 포탄 파편이 떨어질 때도 그냥 침대에 누워 있었거나 이미 잠들어 있었더라면?" 언니 벳시는 "그만해, 코리 !"라고 코리의 말을 중단시키며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의 세계에는 '만약'이라는 말이 있을 수 없단다. 그분은 항상 정확한 계획에 따라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움직이시는 거야. 그러니까 그분은 언제나 당신의 계획 가운데 우리가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은신처를 마련해 두시는 거란다."라고 말이다.

    그 후 나치 감옥에 갇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들을 보내는 동안에도 코리 텐 붐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은신처를 마련해 두신다"라는 진리를 수없이 되풀이하여 배울 수 있었노라고 증언했다. 언니 벳시의 "하나님의 세계에는 '만약'이라는 말이 있을 수 없단다"라는 그 한마디가 긴 여운을 남긴다.

    "만약(萬若)"은 사전적 의미로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혹은 그러한 경우를 가정하여 그 결과를 추론하는 개념을 지닌다. 유의어로는 만일(萬一), 만혹(萬或), 약혹(若或) 등이 있다. 사실 우리 인간 편에서는 얼마든지 가정하여 추론함으로써 자신의 기대치를 희망하거나 아니면 희망을 기대치로 예상하거나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에는 "만일(萬一)"이라는 단어는 많이 나온다. 하나님의 약속이나 명령에 따른 불순종의 가정법이나 혹은 순종의 가정법으로 하나님의 공의를 적용한 절대적 행위를 전제하는 내용들로 거의 묶여 있다. 거의 이런 경우는 상(賞)과 벌(罰)의 보상 조건으로 제시된다.

    성경의 한 예를 들면 "내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을 듣는 모든 사람에게 증언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것이요 "(계  22:18)

    "만일 누구든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여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계 22:19)라는 경우다. 성경에서 이런 형태의  문구는 많이 나온다.

   "만일(萬一)"은 연결 어미로 '~면’과 
함께 쓰일 때에는 이 말이 포함된 앞 내용이 가정된 일이나 상황, 또는 조건이며 뒤 내용이 그에 따른 결과나 반응을 말할 때 쓰여 앞뒤 문장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그 예는 위 계시록 22:18, 19절의 경우와 같다.

    또 연결 어미로 '~라도'와 함께 쓰일 때도 있다. 이 경우에는 앞 내용이 양보적 가정을 나타내고 뒤 내용이 그에 상반되거나 상관없음을 말할 때 쓰여 앞뒤 문장을 이어 준다. 그 예는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의 배필을 위해 늙은 종을 하란으로 보낸 사건에서 발견된다.

    그 늙은 종이 리브가의 아버지 브누엘과 오라버니 라반에게 아브라함과의 맹세를 전달하는 내용인 "네가 내 족속에게 이를 때에는 네가 내 맹세와 상관이 없으리라 만일 그들이 네게 주지 아니할지라도 네가 내 맹세와 상관이 없으리라 하시기로"(창 24:41)의 예가 그것이다.

    그러나 "만약(萬若)"은 "만일(萬一)"과 유의어인 것이 분명하지만 쓰이는 상황이 다르다. 위 이야기 속에서 코리는 이미 결론이 도출된 상황에서 시간을 되돌려 상황을 최악의 결론과 연결 지어 가정하고 있는 그림을 그려 스스로 오열한다. 

    그 이유는 그 어간에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있었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니 벳시의 관점은 만약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을 관여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신적 섭리관으로 사건을 주목한 것이다.

    사실 코리의 "만약"은 우리의 일상과 생애 중에 셀 수 없이 일어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은 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오늘 그대나 우리의 안전한 현실이 벳시의 신앙과 고백이 되어야만 옳을 것이다. 우리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지만 위기의 순간들이 얼마였을까?

    코리의 만약의 논리에 아찔하지 않을 자가 있을까? 언니 벳시라고 해서 그저 담담했을까? 그녀 역시 두려움과 공포에 잠 못 들었기에 부엌에 나와 그릇을 달그락거렸을 것이다. 그러니 벳시의 신앙 고백은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들을 위해 은신처가 되어 주신다는 확증이었다.

    그렇다! 아직도 하나님께서 그대의 은신처가 되어 주셔서 지금까지처럼 장래에도 여전히 그대의 은신처가 되어 주신다는 사실이 불안한가? 그래서 코리의 만약이 아직도 친숙한 논리인가? 놀랍게도 코리는 만약의 논리를 과감하게 버렸지 않은가! 

    그리고 코리 또한 그 후 벳시의 은신처를 외치고 있지 않은가! 이들 두 자매는 사선(死線)을 넘나든 시대의 증인들이다. 그대 또한 숱한 위기 상황을 헤치고 나온 역사의 주자로서 섭리 주의 관여적 손길을 부정할 수 없는 은신처의 산증인이다. 그 다움의 미래를 예언자적 사명자로 예언하고 증언하길 바란다. 할렐루야!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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