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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이라는 신기루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서인수기자 송고시간 2023-08-11 08:04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아시아뉴스통신=서인수 기자] 올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 빅4라고 불리는 '밀더비유'의 흥행이 갈리고 있는데요. 밀수는 썩 좋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휴가철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서 흥행에는 성공하는 모양새고, 더 문과 비공식작전도 평가가 갈리면서 흥행 실패각이 보입니다. 올여름 한국영화 빅4 중 마지막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어떻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흥행할 것 같습니다. 내포하는 주제가 무겁고, 다소 잔인한 장면이 많아 천만관객을 모을 수 있을까는 모르겠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인데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많아 입소문을 타고 곧 흥행 궤도에 안착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오늘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장단점을 간단히 설명드리고, 어떻게 관람하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결말에 대한 아주 자세한 스포일러도 있으니 감상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사진=네이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영화이자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입니다.

투모로우나 해운대, 2012같은 재난영화에서처럼 재난이 일어나는 상황을 멋진 컴퓨터 그래픽으로 묘사를 한다든지, 그 재난을 극복해내는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 부분이 제가 가장 좋게 생각했던 부분인데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엄청난 대지진이 일어났다'는 정도를 초반부 몇장면에서 간단히 보여줄 뿐, 재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려 들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재난이 일어난 이유나 배경이 중요한게 아닌, 재난 이후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 지에 초점을 맞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충실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만약, 이 재난이 어떻게 일어났고, 현재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설명이 들어갔더라면, 그런 재난이 과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 아니냐에 관객의 시선이 옮겨졌을 겁니다. 핵전쟁 이후 인간미가 사라진 인류를 보여주는 '매드맥스 시리즈'를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서준.(사진=네이버 영화)

또, 주연배우 이병헌과 박서준의 연기력이 그야말로 대폭발합니다. 이병헌과 박서준은 대지진이 일어난 뒤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의 주민으로 나옵니다. 얼떨결에 주민대표를 맡게 된 어리버리한 이병헌이 점차 주민대표로서 권력을 쥐는 과정에서의 표정변화를 유심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초반부엔 그저 멍한 표정이었다면 중반부부터는 어떠한 신념에 가득찬 무섭기까지한 표정으로 바뀌는데요. 중반부까지만 보면 그저 미치광이 공산주의 독재자의 표정을 잘 표현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후반부 이병헌의 정체가 밝혀질 때즈음엔 그 눈빛의 근원이 권력이 아닌 '내 집'을 지키겠다는 결기였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방범대장으로 나오는 박서준은 평범한 소시민을 대변합니다. 그 역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주민대표 이병헌을 적극적으로 돕는데요. 이 영화를 보시는 많은 남성 관객분들, 특히 한 집안의 '가장'이신 분들이 박서준에 감정이입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내 가족을 먹이기 위해, 지키기 위해 우리 아버지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습니까. 때로는 자신이 지켜온 신념도 저버리면서 말이죠. 박서준은 종반부 위대한 희생을 하면서 '평범한 가장'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평범하지 않은 배우의 평범한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박서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노래도 좋았습니다. 영화 중반부 이병헌이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춰 윤수일의 '아파트'를 부르는 장면은 이영화의 명장면입니다. 박지후가 부르는 '아파트'는 엔딩곡으로 쓰였습니다. 중간중간 '즐거운 나의 집'도 적재적소에 잘 쓰였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무대가 된 황궁아파트.(사진=네이버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최근 본 작품 가운데 '조명'이 가장 잘 쓰였습니다. 대지진이 일어난 뒤 서울 하늘은 늘 어둡습니다. 아파트에 전력이 끊겨 각 가정에서는 촛불에 의지해 살아야 하죠. 영화는 조명을 통해 배우들의 표정을 보여주기도, 때로는 감추기도, 또 때로는 일부만 보여주기도 합니다. 굶주렸던 황궁아파트 주민들은 '개고기'로 고기파티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데요. 춤을 추는 주민들의 그림자가 아파트에 드리우는 모습이 마치 불에 타 허우적대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때 나타난 903호 주민 박지후의 등장 이후 황궁아파트와 주민들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조명을 통해 관객들에게 복선을 안내하고 있기도 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보영.(사진=네이버 영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영화의 주제의식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반어법이 쓰였는데요. 영화 속 황궁아파트는 '배급 경제'를 실시하며 공산주의 계획경제 속 '유토피아'를 보여주지만, 그 분배 조차 '불공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며 결코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줍니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아름다운 갈대숲을 지나' 보이는 아파트는 이상향으로서의 유토피아일 수는 있지만, 그 아파트를 얻기 위해 벌이는 영화 속 난투, 그리고 현실에서의 모습도 결코 유토피아는 아니라는 점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반어법적인 제목이라는 겁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지후.(사진=네이버 영화)

다만, 생각해봐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이병헌과 박서준 등 주민대표단은 '집'을 지키기 위해,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려 황궁아파트로 들어온 타 지역 주민들을 쫓아내고 끝까지 배격합니다. 이와 반대로 박보영과 김도윤은 재난상황 속에서 '함께 더불어 잘살자'는 신념으로 다른 지역 주민들을 끌어 안았죠. 자신의 배급품을 나눠주고 이병헌 몰래 자신의 집에 은신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타 지역 주민들은 배고픔과 추위를 이기지 못해 황궁아파트로 쳐들어 오고, 이병헌과 박서준은 목숨을 잃게 됩니다. 남편과 집을 잃고 떠도는 박보영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박보영에게 먹을 것과 따뜻한 보금자리를 내어줍니다. 그런 그들에게 박보영은 '그냥 살아도 되냐'고 묻고, 그들은 '살아있으니까 살아도 된다'는 식의 대답을 합니다. 자, 이 부분이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뜻 보기에, 내 집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배격한 이병헌과 박서준에게 비극이 잃어났으니 그들이 틀렸고, 박보영에겐 구원이 일어났으니 박보영의 신념이 맞다,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맞다는 게 영화의 주제의식인 것처럼 보입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다소 불분명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확실히 '더불어 잘살자는 것이 틀렸다'는 것만큼은 이 영화의 주제의식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병헌의 방식에 불만이 있었던 박보영과 박지후가 굳이 이병헌의 정체를 밝혀내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병헌과 황궁아파트 주민들은 '내 집'을 지켜냈을 겁니다. 그건 박지후와 박보영도 마찬가집니다. 더불어 잘살아야 한다는 명제가 틀렸다는 걸 엄태화 감독이 명확히 보여주는 장면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이병헌이 박지후를 죽이는 장면, 이 장면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깜짝 놀랐습니다. 두번째는 황궁아파트를 쳐들어오는 다른 지역 주민들입니다. 영화 속에서 바퀴벌레로 표현이 되기도 하는데, 감독은 이들을 아주 잔혹하게 표현합니다. 만약, '더불어 잘살자'라는 주제의식이었다면 쳐들어 오는 장면을 아주 미화해서 그려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지막 장면. 박보영이 누군가에게서 구원의 손길을 얻는 장면은 그야말로 '기적'이고 '우연'입니다. 박보영의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 아닙니다. 기적과 우연이 아니면 더불어 잘살자는 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마지막 장면을 잘 보시면, 그들에게서 박보영이 얻은 보금자리는 90도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정상적인 집이 아니죠. 위태롭고 비정상적인 것이 '더불어 잘살자는 주장'인 것입니다. 

저랑 다르게 생각하고 분석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부분도 이 영화의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너무나도 명확하게 주제를 말하지 않아, 해석할 여지를 두는, 그래서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토론을 하게끔 하는 이 작품은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단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딱히 단점을 찾기 어려웠지만, 굳이 딴지를 걸어본다면, 영화 후반부 이병헌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때, 충분히 변명하고 반박할 수 있음에도 너무나도 쉽게 인정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서 치밀하지 못해 관객들이 충분히 물음표를 던질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모든 부분들이 최근 나왔던 한국작품 가운데 가장 빛났습니다. 다음주에 나올 오펜하이머와 흥행경쟁을 하겠지만 충분히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영상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제 영상이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저와 다른 의견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유튜브 문화골목이었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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