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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가 지나갑니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김학중기자 송고시간 2023-10-19 12:54

김학중 목사
김학중 목사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운전을 하는 중이라면, ‘빨리 길을 비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 장소가 집 근처라면,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닐까?’ 가슴이 철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건 상관없이 위급한 순간을 잘 넘기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구급차에 관해서 부정적인 뉴스를 접했습니다. 응급상황이 아닌데도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는 뉴스였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도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변함없이 바로 길을 비켜줍니다. 구급차에 계신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뉴스를 접한 이후로는 한 가지 생각이 꼭 뒤따라옵니다. ‘진짜 급한 사람이 타고 있는 걸까?’ 애써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의심이 생기는 건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구급차와 관련된 또 다른 부정적인 뉴스가 연거푸 터졌습니다. 급한 것은 맞지만, 응급환자가 아닌데도 사설 구급차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부 유명 연예인들이 행사에 늦지 않기 위해 구급차를 사용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면서 구급차가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콜택시’라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3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내면, 구급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도 시간이 촉박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구급차는 시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구급차는 그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합니다. 급하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이 구급차를 탄다면, 도로 위에는 구급차만 다닐지도 모릅니다. 서로 비켜달라고 사이렌을 울리며 아우성을 치고, 도로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 것입니다. 구급차의 존재 이유가 사라져버리는 것입니다. 더욱이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면,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까지 심화시킬 것입니다.

   한편 구급차에서 환자를 돌보는 구급대원에게 ‘갑질’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생명과 직결된 질환이 아닌데도, 새벽에 구급차를 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사가 같이 타는지’를 따지거나, ‘에어컨 필터 청소를 하냐’며 트집을 잡기도 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씻어야 하니 30분 뒤에 대기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구급대원이, “응급환자가 아니면 다른 차량을 이용해 달라”고 했다고, 화를 내며 민원을 넣기도 합니다. 황당한 건, 그런 민원이 들어가면 구급대원이 징계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뉴스를 접하고 나니, 구급차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졌습니다.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전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자발적으로 비켜주었다면, 이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비켜주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니, 마지못해 비켜주게 될 것 같습니다. 구급차 안에 있는 응급환자를 위한 기도도 간절함이 식을까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진짜 급한 응급환자들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것입니다. ‘진짜 응급환자야?’라고 머뭇거리는 사이...그 1분 1초가 급한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는다면, 구급차의 신뢰를 떨어뜨린 책임은 대단히 무거운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될수록 그만큼 우리 사회는 더욱 각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를 걱정하고 배려하는 미풍양속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내가 바로 그 응급환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누군가의 위기를, 의심의 눈초리가 아닌, 걱정하는 마음으로 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시아뉴스통신=김학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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