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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연구가 황호림 박사가 펴낸 '숲에가면 나도 시인'표지./사진제공=황호림 |
[아시아뉴스통신=고정언 기자]지난밤 비바람이 내리친 창/아침엔 온통 불현 듯 터진 원색들-/아직 마르지 않은 물감들이 세상에 번져있다.
가을 숲./먹물 한 방울 번진 화선지처럼/나뭇가지마다 스며드는 고요/보이지 않은 붓질이 지나간다.
한낮의 여름,/팔레트 위 초록의 소용돌이/덧칠과 덧칠로 숨 막히게 짙어진 생명/손 끝에 묻은 초록이/내옷깃까지 물들인다.
가을 숲길,/발밑의 바스락이는 크레용 파편들/ 누군가 힘껏 흘린 색의 조각들이/바람에 춤춘다.
나는 오늘도 걷는다./이 끝없는 작업실을 통과하며/때론 모델이 되고/ 때론 물감이 되어/ 자연의 손 끝에 담긴 채.
'자연은 위대한 화가' 전문.
그동안 ‘라온제나’, ‘우리동네 숲 돋보기’, ‘숲을 듣다’, ‘왕자귀나무’등 전문서와 에세이를 넘나들며 숲의 가치를 설파해 온 황호림 박사가 이번에는 냉철한 ‘이성’을 내려놓고 시인의 ‘감성’을 입었다.
전남대학교 산림자원학과 겸임교수이자 동북아숲문화원 원장으로 활동 중인 숲 전문가인 그가 숲을 노래한 첫 번째 시집 ‘숲에 가면 나도 시인’(책나무출판사)을 펴내 화제다.
황호림 박사는 희귀식물인 ‘왕자귀나무’에 대한 독보적인 연구 성과로 국내외 학계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연구자다.
오랜 세월 동안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 등의 숲을 연구해온 그는 서문을 통해 “아무리 완벽한 과학의 언어도 이름 없는 풀잎 하나의 미세한 떨림까지 담아낼 수는 없다”며 집필 의도를 밝혔다.
“숲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언어의 고향임을 깨닫고, 이번에는 연구가가 아닌 나무의 눈으로 세상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번 시집은 단순한 자연 예찬을 넘어, 탄탄한 식물 분류학적 지식 위에 인문학적 통찰을 더한 독창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꽃쟁이는 사디스트’, ‘숲으로 출근하는 남자’ 등 위트 있는 제목 속에 담긴 생명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황 박사는 “왕자귀나무의 잎맥과 노루귀의 솜털을 들여다보며 생명의 무게는 지식이 아닌 ‘서로의 숨결을 나누는 일’에 있음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이는 책이 단순한 시집을 넘어 숲의 내밀한 속삭임을 활자로 옮긴 ‘자연 관찰 노트’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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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연구가 황호림 박사./사진제공=황호림 |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들꽃의 언어’와 2부 ‘나무의 초상’에서는 복수초, 얼레지, 히어리 등 우리 식물을 의인화해 그들의 생태적 특성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이어지는 3부 ‘순환의 숲’과 4부 ‘추억의 숲길’에서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의 겸손함과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담히 그렸다.
이삼수 목포기독병원 원무부장은 “시를 읽는 동안 마치 숲속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다. 연말을 맞아 여유로움을 선사하는 선물과도 같은 시집이다”고 말했다.
현재 유튜브 채널 ‘숲PRO TV’를 운영하며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황 작가는 “나무는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이 내 마음을 흔든다”며 “독자들이 숲이 전하는 느림과 침묵의 미학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차가운 겨울 초입, 25년 숲 전문가가 건네는 따뜻한 초록빛 문장들이 독자들의 마음에 쉼표를 찍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시집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jugo33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