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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세상의 등불, 영원한 횃불 '김하종' (95세) (최종회: 5부)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손주석기자 송고시간 2026-10-12 23:18

"진실은 묻히지 않는다"… 77년의 피눈물, 90% 진실 규명으로 피어나다 - 경주 전역 860여 원혼의 명예회복 이끈 김하종 회장의 위대한 승리 - 금력과 권력 앞에서도 꺾이지 않은 신념, 이 시대가 배워야 할 '정의의 등불'
진실규명 신청서를 들고 서 있는 95세 김하종 회장의 모습이 기나긴 투쟁의 끝에 마침내 진실 규명의 문을 열어젖힌 김하종 회장님의 의지와 성과를 강력하고 직관적으로 상징한다./(사진=독자제공)

[아시아뉴스통신=손주석 기자] 77년 전, 내남면 명계리 바탕골을 비롯해 경주 전역에서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쓰러져간 무수한 양민들. 그리고 그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숨죽여 울어야만 했던 860여 명 피학살자 유족들의 뼈아픈 세월은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우리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단면이다.

당시 내남지서 순사들을 비롯한 권력의 폭력은 잔혹했다. 어떤 이는 개머리판에 무자비하게 내리맞아 피를 흘렸고, 순사들이 들이댄 '라이타 불'에 여린 종아리를 지져지고 차가운 우물물로 물고문을 당하는 참혹함 속에서 죽은 시늉을 하며 숨을 죽여야만 했다.

죄 없는 양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음으로 내몰았던 야만의 시대. 가해자들은 훗날 금배지를 달고 호의호식하는 동안, 남겨진 유족들은 연좌제라는 끔찍한 족쇄에 묶여 평생을 대역죄인처럼 살아왔다. 그러나 그 깊고 어두운 야만의 터널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횃불이 있었다. 바로 (사)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경주유족회를 이끈 김하종 회장(95세)이다.

6천만 원의 회유와 7년의 옥고를 견뎌낸 '위대한 신념'

그의 투쟁은 거대한 불의와의 맨몸 싸움이었다. 학살의 주범 이협우를 감싸기 위해 옛 은사까지 나서서 "유족회장을 그만두면 6천만 원과 과수원을 주겠다"며 치졸한 매수 공작을 벌였을 때, 그는 단호히 외쳤다. "피학살자의 뼈를 팔아먹는 처신을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이 서슬 퍼런 꾸짖음은 경주 땅에 묻힌 원혼들을 위한 결연한 방패였으며, 금력으로 진실을 덮으려던 야만의 시대를 향한 거룩한 선전포고였다. 5.16 쿠데타 직후 서대문형무소에서 7년 형을 선고받는 억울한 옥살이와 경찰의 집요한 사찰 속에서도 그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오히려 괭이 한 자루로 임야 2,000평을 일궈내고, 훗날 교장으로 취임해 학교(현 선화여고)를 설립하며 2세 교육에 평생을 바쳤다. 권력의 억압이 한 지성인의 육신은 가둘지언정, 진실을 향한 숭고한 정신은 결코 꺾지 못했음을 스스로 증명해 낸 것이다.

77년의 피눈물, '90% 진실 규명'이라는 거대한 승리로

이러한 김하종 회장의 초인적인 헌신은 마침내 거대한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난 10일 열린 '제18회 경주지역 합동위령제'에서 그 위대한 성과가 증명되었다.

이날 조학수 경주유족회 사무국장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전국 2만 1,000여 건의 진실 규명 신청 중 무려 90%가 명예회복을 이뤄냈다.

경주에서만 860여 영령의 진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으며, 아직 남은 2,100여 건과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희생자 역시 모두 완벽하게 규명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77년 전, 끔찍한 고문을 당하며 피눈물을 삼켜야 했던 경주 전역 유족들의 그 깊은 원한이 비로소 하늘에 닿아 씻겨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올해 95세의 백발이 된 김하종 회장이 '초헌관'으로 나서 영령들에게 헌작할 때, 위령탑 아래 모인 수많은 유족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진정한 해방을 맞이했다.
제18회 합동위령제 추모사를 하고 있는 경상북도 도의회 최병준의원의 뒤로 보이는 굳건한 위령탑이 진실과 명예회복의 상징이다./아시아뉴스통신=손주석 기자

김하종의 불꽃, 현시대를 향한 준엄한 메시지

과거의 역사는 묻어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77년 전, 양민을 짓밟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당시 순사들의 무도함과 권력을 등에 업은 민보단은 금력과 권력을 어떻게 남용해서는 안 되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김하종 회장의 반세기가 넘는 투쟁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부당한 권력과 달콤한 금력의 유혹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떳떳할 수 있는가?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용기를 가졌는가?
한 인간의 꺾이지 않은 신념이 어떻게 경주 전역 860여 명의 억울한 넋을 위로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바로잡을 수 있었는지를 그는 삶 전체로 증명해 보였다.

세상의 등불이자 영원한 횃불인 김하종 회장. 그의 발자취는 단순히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만연한 시대 속에서, 진정한 용기와 정의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가장 위대한 교과서이자 시대적 덕목으로 영원히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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