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충북 괴산· 진천 ·증평· 음성 지역위원장./아시아뉴스통신DB |
가을이 깊어가면서 논에서 벼를 수확하는 농부들의 움직임과 손길이 바쁘다.
올해 쌀농사는 극심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대풍년이라는 소식이다.
예전에는 가을 들녂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의 물결을 보면 농부들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정도로 흐뭇해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풍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시름과 한숨을 내뱉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산지 쌀값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달 22일 농협이 내놓은 예측에 따르면 올 수확기 산지 쌀값은 작년 수확기보다 7.2~9.0% 내려 80kg 1가마당 15만2000~15만5000원 범위 내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쌀 농사가 3년 연속 풍년을 기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쌀 소비량은 계속해서 줄고 있어 더 걱정이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5.1kg으로 1970년의 절반도 안 되는 실정이다.
풍년으로 가격하락이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수매물량을 줄이고 있어 농민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정부는 보통 쌀 생산량의 평균 10%를 수매 물량으로 배정하는데, 올해는 39만톤 밖에 배정을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수입쌀이 1년에 수매량보다 많은 40만톤 가량 들어오고 있고 의무규정도 없는 밥쌀용 쌀도 계속 수입을 하고 있어 농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일부 지역의 농민들은 논을 갈아 엎으면서 쌀 수매 물량을 늘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예전에 쌀 수매하는 날은 지역의 잔칫날이었다. 농민들이 정부 수매로 확보한 목돈을 풀어 전통시장을 비롯한 지역 경기가 살아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풍경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수매 시즌에도 지역의 전통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대형 유통업체가 지역의 상권마저 파고들어 장악한지 오래다.
이달 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도 수도권의 일부 백화점에만 혜택이 돌아갔지 지역에는 미미한 온기마저 내려오지 않았다. 시름은 논에만 있지 않다.
정부가 국내 쌀값이 하락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보조금 성격의 직불금 예산과 쌀 수입을 위한 예산만 늘리고 있어 걱정이다.
오히려 밥쌀을 싼 값에 방출하고 있어 쌀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수확기에라도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하고 남아 도는 비축미는 시장에서 격리해 사료용이나 북한을 포함한 해외 원조 등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일이다.
또한 수매물량은 100만톤 정도로 늘려 가격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
쌀 가격이 안정되어야 전체적인 물가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이런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논리에 짓눌려 농민들은 수십 년간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쌀 가격은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제자리 수준이다.저렴한 쌀 가격으로 수도권 주민들과 기업은 혜택을 봐왔겠지만 농민들은 주름살만 더 늘었다.
쌀 가격 하락으로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늘면 장기적으로 쌀 가격이 더 크게 올라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것은 경제학이 아니라 그냥 상식이라는 것을 왜 당국자들만 모르는지, 아니면 모른 체 하는지 답답하다.
들판의 풍년과 더불어 농민들의 지갑에도 풍년이 들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국회가 힘을 모아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농민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수도권과 대한민국도 살 수 있다.
쌀과 농민이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