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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창)충북 보은대추의 미래를 말하다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5-11-21 06:54

겉으로 웃고 속으로 우는 보은대추, ‘살아남기’ 해법은?

 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 기자./아시아뉴스통신DB

 지난 18일 충북 보은에 경사가 났다. 보은대추가 특별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다. 2015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에서 보은대추가 ‘전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올해로 다섯 번째 열린 과일산업대전에서 산림과수 대추분야에 내걸렸던 4개 부문 시상(최우수·우수·장려·특별상)을 싹쓸이했다.


 상을 휩쓸었다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는 게 아니다. 과거 약재나 제수용이 아닌 ‘과일’로서 당당히 대회에 나가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기에 특별하다는 얘기다. 보은군이 지난 2006년부터 ‘대추는 과일이다’란 슬로건을 걸고 명품화에 나선 지 꼭 10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이 같은 영광의 이면에 보은대추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잔치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말 같지만 현실이 그렇다.


 보은대추의 명성과 경쟁력이 최근 들어 위태로울 만큼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농업 일선에서 보은대추의 자존심을 지켜온 농가들과 공무원들은 그 위기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허균도 인정한 ‘보은대추의 명성’
 보은대추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쌓아진 게 아니다. 기록상으로 500년이 훨씬 넘는다.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와 동국여지승람(1481년)에 기록된 당시 진상품에 보은대추가 어엿이 올라 있다. 진상(進上)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유명했고 진귀한 물품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도 보은대추의 진가를 익히 알았다. 얼마나 보은대추에 대한 기억이 생생했으면 전라도 땅 함열로 유배갔을 때 지은 ‘도문대작(屠門大嚼)’이란 책에 당시로선 깨나 구체적으로 기록을 남겼을까. 그는 ‘대추(大棗)는 보은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 크고 씨가 적다. 붉고 물기가 많아 달다. 다른 곳에서 나는 것은 모두 이만 못 하다’고 적었다.


 도문대작이 지어진 시기가 1611년쯤이니 400년 전 일이다. 도문대작은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 품평서다. 당시 허균은 유배 전 전국을 돌며 맛봤던 음식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각종 요리와 식재료 130여종을 기록으로 남겼다.


 보은대추의 명성은 여러 말들을 낳았다. 옛말에 ‘삼복에 비가 오면 보은 처녀의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 또한 보은대추의 명성과 관련이 있다. 삼복에 비가 오면 이 시기에 피는 대추꽃이 떨어져 대추흉년이 들기 때문에 혼수를 장만할 수 없게 된 이 지역 처녀들이 시집을 못 가 눈물을 흘렸다는 데서 유래했다.


 ‘보은 사람 대추 자랑하듯 한다’는 말이나 ‘보은 처녀 입처럼 뾰족하다’는 말 역시 보은대추가 하도 유명했기에 생겨난 말들이다.


 지금도 보은 하면 대추가 떠오르고 대추 하면 보은이 떠오를 정도로 ‘고유명사’가 돼 있다. 가는 곳마다 대추밭이요 대추재배 농가다. 현재 1400여농가에서 700ha의 대추를 재배한다. 경북 경산에 이어 국내 두 번째 큰 대추산지다.


 보은지역에서는 2500톤의 대추가 생산된다. 국내 유통량의 10%다. 지난 2008년에는 유명세를 타고 보은대추가 청와대의 설 선물용으로 납품됐다. 진상품은 아니지만 그만큼 명품으로 인정했기에 가능했다.


 보은군농업기술센터는 대추대학과 대추연구소까지 운영하고 있다. 대추대학에서는 해마다 수십 명의 대추전문가들이 배출된다. 곳곳에 내로라하는 ‘대추박사’들이 즐비한 이유다.


 해서 보은지역 농가들의 대추재배 실력은 보은대추의 명성만큼이나 ‘선진 기술’로 알려져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벤치마킹 하려는 발길들이 줄을 이을 정도다.


 보은대추축제도 지역의 자랑거리다. 보은지역 경제를 살찌우는 효자축제로 거듭나면서 이젠 전국의 지자체들이 부러워한다.


 보은대추 자체도 그동안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 군이 10년 전인 2006년부터 '대추는 과일이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품종 개량과 재배기술 개발에 나선 결과 알이 굵고 당도가 높은 생대추가 ‘과일’로서 생산되고 있다. 알이 굵은 것은 달걀만하고 평균 당도는 30∼35브릭스에 이른다.


 과거의 보은대추가 보조 약재 또는 식재료, 제수용으로서 ‘알아주는 특산물’이었다면 현재의 보은대추는 ‘과일’이란 인식이 많이 확산된 상태다. 현재 전체 생산량의 60%가 생대추로 출하될 정도로 생산농가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위기에 놓인 보은대추
 보은대추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떨어지는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괜한 엄살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실상이 그렇다.


 특히 많은 대추농가들이 작금의 위기상황을 ‘예고된 상황’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인 ▶국내 재배기술의 평준화 ▶타 지역 재배량의 증가 ▶국내 품종의 획일화 ▶수입산(중국산) 대추의 시장 잠식 등이 모두 예견된 것이란 게 재배농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 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타 시·도 농가들이 보은 대추농가의 선진기술을 배워가고 그들 중 많은 수가 실제 대추재배에 나서고 있으니 국내 재배량의 증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단다. 올해만 해도 그렇다. 지난 2월부터 10월 현재까지 모두 35차례에 걸쳐 450명이 보은군농업기술센터 대추실증포장과 관내 대추농가를 방문해 보은대추재배 기술을 배워갔다.
 
 재배 기술도 거의 평준화 돼 가고 있는 데다 품종마저 전국 대추품종의 95% 가량이 개량종인 ‘복조’ 품종이어서 맛도 굵기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다. 보은지역의 대추 묘목이 타 지역으로 유통돼 나가는 양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판국에 최근엔 한·중FTA 타결로 중국산 대추까지 들어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더 큰 문제는 월등히 높은 가격이다. 외부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가격 변동이 있어야 하는데 마냥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값이 싼 중국산 대추가 시장을 갉아 먹고 타 지역 대추가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판매돼도 보은대추만큼은 여전히 비싼 편이다.


 기술경쟁력, 품질경쟁력이 예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경쟁력마저 기대할 수 없는 지경이다 보니 자연히 보은대추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게 지역 안팎의 지적이다. 일부에선 위협을 받거나 위기를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보은대추는 끝났다’는 식의 자괴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보은지역의 한 대추재배 농민은 20일 아시아뉴스통신과의 통화에서 “보은과 청주 등 충북 에서나 보은대추를 알아주지 서울 등 수도권 대형마트나 시장에 가보면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는 걸 피부로 느낀다”며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경쟁력이 높았던 시절에 매겨진 ‘높은 가격’ 때문이다”고 말했다.


 ◆보은대추의 살길은?
 보은대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속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옛 명성이나 최근의 유명세만을 믿고 안일하게 대처했다가는 말 그대로 끝을 보기 십상이다.


 앞에서 지적한 기술경쟁력, 품질경쟁력, 가격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지역차원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수정해 추진 할 것을 제안한다.


 이들 세 가지 경쟁력이 결국 ‘품종 개량을 통한 보은대추의 고급 브랜드화’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품종 개량에 좀 더 관심을 가질 것을 특히 주문한다.


 예를 들어 예전의 보은대추는 약성이 남달리 뛰어난 반면 씨가 작거나 없어 ‘보은 약대추’로 불리며 특별히 취급 받았던 것에 착안해 보은지역 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길 기대한다.


 ‘보은 약대추’를 기억하는 이들은 1950년대 빗자루병이 휩쓸기 전에 이 지역에서 많이 재배했던 고유의 품종을 찾아내 그 유전자를 바탕으로 품종 개량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권하고 있다.


 브랜드도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브랜드인 ‘보은황토대추’가 과연 타 지역 브랜드를 뛰어넘는 가치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황토가 실제로 보은지역의 토양을 대표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다른 지역의 토질에서 생산되는 대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보은황토대추는 브랜드에는 황토가 있는데 실제로는 황토가 없는 것 같다”는 타 지역 사람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란 얘기다.


 결론적으로 말해 ‘보은 약대추’로 불리던 시절의 옛 명성을 되살릴 겸 보은지역 토종대추를 바탕으로 한 신품종을 개발해 보은산(産) 대추만의 고유브랜드를 새로 갖추는 노력을 적극 기울였으면 한다.


 일부지역, 일부 농가에서 맛을 강조해 ‘맛대추’라고 부르는 것처럼 약성도 높고 맛도 좋은 보은대추만의 브랜드를 개발하는 길이 ‘대추고을 보은의 미래’를 살리는 길이 아닌가 싶다.


 정말로 전 국민이 감동하는 보은대추의 재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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