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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창)소식 끊긴 황새 “산황아 어디 있니?”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5-12-05 11:55

일본서 통신 두절된 ‘한국 황새’의 안녕을 기원하며

 
 지난달 24일 한반도 남쪽에 날아올라 이튿날인 25일 일본 오키노에라부 섬에 도착했다 연락이 끊긴 황새 '산황'이(K0008)의 모습./아시아뉴스통신DB

 한국산 황새 ‘산황’이가 며칠 새 전 세계 학계를 잇따라 놀라게 하면서 뉴스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달 하순엔 1년생 어린 개체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경이로운 일’을 해내 놀라게 하더니만 이번엔 그 경이로움을 가져온 무모함 때문에 결국 생사여부가 불투명해진 ‘불운의 주인공’으로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산황이는 지난달 24일 한반도 남쪽에서 뜬금없이 날아올라 이튿날인 25일 일본 오키노에라부 섬에 내려앉은 ‘신출귀몰한 황새’다. 이 황새가 전 세계 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단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이 황새는 태생부터가 야생 황새와 다르다. 한 마디로 사람의 손에 의해 길러져 인위적으로 자연으로 되돌려진 ‘방사 황새’다. 지난 2009년 문화재청의 황새마을조성 공모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한국교원대와 손잡고 황새복원사업을 펼쳐오고 있는 충남 예산군(예산황새공원)이 올해 9월3일 국내 처음으로 자연에 방사한 8마리 중 하나다.


 예산황새공원은 당시 성숙한 개체 6마리(한국 일련번호 K0001부터 K0006까지)와 어린 개체 2마리(K0007과 K0008)를 자연에 풀어놓았는데 그 중 마지막 번호인 K0008(가락지 개체식별번호 B02)이 바로 이 황새다. 이름을 산황이로 부르는 것은 예산황새공원 측이 개체마다 고유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대·한·민·국·만·세·예·산’에 황새의 ‘황’자를 돌림자로 붙여 대황, 한황, 민황, 국황… 등으로 명명했기 때문이다.


 이 황새가 더 특별한 것은 올해 태어나 만1년도 안 지난 어린 개체(수컷)란 점이다. 더구나 자연에 풀어진 지도 불과 3개월이 안 돼 자연에 완전히 적응조차 안 된 ‘풋내기 황새’다. 개체가 어리다는 것은 또 그들의 삶에 있어 중요한 생존 수단인 장거리 이동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완전 초짜’란 얘기다.


 이런 황새가 혼자서, 그것도 1077km나 되는 머나먼 거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34시간 동안이나 날아가 내려앉았다는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로서 전 세계 관련 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뿐 얼마 안가 안타까운 소식이 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생물교육과. 황새생태연구원)에게 날아들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도미술관 대강당에서 열린 ‘일본 황새야생복귀 10주년 기념 포럼’에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이던 박 교수에게 ‘산황이로부터 통신 두절됐다’는 비보가 전해진 것.


 박 교수가 4일 아시아뉴스통신에 전한 바에 따르면 지난 9월3일 충남 예산에서 방사한 산황이가 지난달 24일 오전 9시에 한반도 남쪽인 전남 신안군 안좌면 구대리 주변에서 날아올라 이튿날인 25일 오후 7시쯤 일본 오키나와 인근 오키노에나부 섬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으나 하루 뒤인 26일 이후 위치추적기로부터 아무런 신호 없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 황새는 오키노에나부 섬에 도착한 당일 현지 주민에게 목격된 바 있고 3일 뒤인 11월28일에도 주민에게 목격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그 이후로는 목격자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황새의 몸에는 2시간마다 현재 위치를 송신하는 위치추적기가 부착돼 있고 전원은 햇빛을 받아야 충전되는 태양광 전지를 장착하고 있다.


 산황이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자 당시 일본을 방문 중이던 박 교수는 이 사실을 일본 학계 등에 급히 알렸고 소식을 접한 일본 측에서는 학계와 환경성을 중심으로 긴급 수색활동에 나섰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황새복원사업 추진 이후 황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 ‘한국 황새’ 산황이를 찾는 데에도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성 관계자들은 물론 산황이가 도착한 오키노에나부 섬의 행정책임자까지도 적극 나서서 산황이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산황이가 현지에서 사라진 지난달 28일 이후부터 일주일이 지난 5일 현재까지 아무런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산황이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적다는 데 있다. 오죽하면 박 교수마저도 살아있을 확률은 20%인 반면 이미 죽었을 가능성을 80%까지 보고 있다.


 박 교수는 산황이가 죽었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위치추적기의 전원인 ‘태양광 전지’ 때문으로 보고 있다. 즉 지난달 26일 이후 위치 송신이 안 되는 이유는 기기 고장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산황이의 건강에 이상이 왔기 때문이란 것이다. 산황이의 건강이 극히 악화된 상태에서 태양광 전지가 햇빛에 닿을 수 없는 위치에 머물다가 숨을 거둠으로써 충전이 안 돼 결국 위치추적기로서의 제기능을 할 수 없게 돼 실시간 위치를 송신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산황이의 일본 이동 경로./아시아뉴스통신DB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산황이가 만일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면 그것은 ‘무모한 초행길’이 그의 죽음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실시한 산황이의 이동경로 추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산황이는 지난달 24일 이동을 위해 첫 날갯짓을 한 뒤 깨나 먼 거리를 중국 쪽을 향하다가 돌연 일본 쪽을 향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초 중국 상해 양쯔강 하구 쪽을 향하던 산황이는 총거리 약 600km 중 4분의 3이나 되는 400km 지점을 날아가던 중 돌연 방향을 틀어 일본 오키나와 쪽을 향한 것이다. 별안간 불어 닥친 강한 북서풍에 그만 가던 방향을 멈추고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날고 또 날아 망망대해를 비행하던 중 섬을 발견하고 날개를 접은 곳이 일본 오키노에나부 섬이었다.


 박 교수는 “경로추적과 당시 풍향 등 기후조건을 분석한 결과 산황이가 갑자기 방향을 틀게 된 원인을 이 같이 분석했다”며 “먼 거리를 돌아 비행하느라 기진맥진한 산황이가 당시 오키노에나부 섬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바다에 빠져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만큼 산황이가 비행한 거리는 일반 황새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엄청난 거리란다.


 박 교수는 “산황이가 어린 개체가 아니고 또 이동 경험이 많은 성조들과 함께 이동을 시도했더라면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린 개체의 무모한 이동 시도가 결국 이번 상황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번에 장거리 이동을 시도하기 전에도 산황이는 방사된 8마리 중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다. 방사 후 한 달여 동안 전북 고창 곰소만, 전남 해남 금호호, 전남 장흥 장재도, 전남 남원 아영면 등지로 쉴 새 없이 날아다닌 이동거리가 480㎞에 이르고 하루 최대 115㎞를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역시 1년생 어린 황새인 예황(K0007)이도 비슷한 활동력을 보였다.


 반면 나이 먹은 성조의 일부는 한동안 예산황새공원을 떠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이에 대해 예산황새공원 측은 “어린 황새들은 모험심이 강하고 사람을 경계하는 습성이 성조보다 강해 태어난 곳으로 다시 찾아오는 귀소성이 없어 멀리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성조는 지난해부터 황새공원에서 먹이섭식과 야생화 훈련을 받아 공원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했기 때문에 공원을 떠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전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자연에 방사돼 불과 2개월여 만에 믿을 수 없는 장거리 이동으로 전 세계 학자들까지 놀라게 했던 산황이. 비록 어린 새의 습성 때문에 무모한 행동을 보여 지금은 현 위치와 생사여부를 알 수 없는 불행한 신세가 됐지만 부디 무사안녕하길 기원한다.


 아울러 이번 경험이 뼈아프긴 하지만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커다란 교훈이 되길 기대한다.


  지금까지 살아있으면 낯선 환경에 고단한 몸을 외롭게 추스르고 있을 산황이. “산황아, 어디 있니?”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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