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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큰 어미 설문대할망, 박은영 작가] 서귀포문화빳데리충전소, "이지스(Isis) 신화, 제주를 품다"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6-02-22 13:57

박은영 작. 두개의 섬. 2015. (사진제공=박은영)
이지스(Isis) 신화, 제주를 품다. 2014년 여름 서귀포시 이중섭 창작스튜디오 갤러리와 동흥동 감귤 농가 전시를 계기로 제주와 예술적 조우를 갖게 된 작가 박은영. 그녀의 초대전이 지난 17일 서귀포문화빳데리충전소에서 열렸다. 작품을 통해 작가의 에너지가 신화를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많이 궁금했다. 반가움에 한달음으로 전시장을 달려가 그녀를 만났다. 

▶ 신화와 작가를 매칭한 ‘Isis(이지스)’, 의미가 궁금하다.

- 제가 되고 싶었던 여성상인 ‘Isis'는 이집트의 여신이고 한동안 머물며 작업의 대상으로 만난 설문대할망은 제주 여신이다. 제주라는 공간과 신이라는 아이콘은 ’시간 즉 작업의 여정 혹은 작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대상이다.

▶ 애니메이션 작업도 한다던데, 작가가 제주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다.

-  그림을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며 Isis (이지스) 코스츔 퍼포먼스를 하는 작가이다. 애니메이션 영상은 가시리로 통하는 녹산로에서 본 로드킬 당한 고라니 등을 목격하면서 만든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또 한지에 수묵채색 방식으로 섬과 물결 그림 작업을 해오고 있다.  

▶ Isis(이지스) 코스츔 퍼포먼스, 생경한 단어이다.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 이지스 코스츔은 제주에서 완성됐다. 미국 네브래스카에서 염색하고 바람에 말린 천을 가지고 재봉질로 조각들을 이어 붙여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 이지스 의상을 입고 제주의 다양한 곳에서 영상을 만들고 또 작년 여름에는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에 다원예술 공연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개막 퍼포먼스 중인 박은영 작가. (사진제공=박은영)

문득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소재가 바람과 연관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 타이틀이 '이지스신화, 제주를 품다'인데, 제주신화를 형상화하는데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

- 제주의 다양한 신화를 형상화하기 위해 아직은 적극적이지 못한 것 같다. 이지스(Isis) 신화에서 그녀의 실로 꿰매는 행위가 제게 많은 연상 작용을 주었듯이 제주의 다양한 신속에서 작업적 영감을 받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제주에는‘살면 살아진다’라는 말이 있는데, 버티면서 살아가던 제주 사람들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런 노력을 통해 단순히 신의 외적 형상만이 아닌 우리가 알고자하는 ‘신화의 상징’에 더 깊이 다가서고 싶다. 저의 해석이 담긴 그림 혹은 영상작업을 통해 사람들과 깊은 영혼의 대화로 소통하고 싶다.

▶ ‘제주신화’는 워낙 독특한 서양의 신들과 많이 다르다. 작가에게 제주신화는 어떤 이미지인가?

- 신화는 자연에 최대한 노출된 사람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담아내는 사상이다. 판타지한 요소를 병행해 그것들이 상징하는 곳곳에는 유추할 수 있는 그들만의 질서가 보인다. 제주의 다양한 신화는 서양과는 달리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려는 지혜가 엿보인다. 그렇게 지혜로운 사람들이 저마다 신의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 작가에게 ‘설문대할망’은 어떤 느낌인가.

- 제게 설문대할망은 무섭거나 기가 센 여성상이 아니다. 억세고 질펀한 여성이 아니라 누구보다 사랑이 많은 여성이다. 또한 많은 것들을 품을 줄 아는, 큰 어미 같은 이미지이다. 그녀의 존재를 통해 다시 제주의 의미를 새기게 되었다. 

박은영 작. 포옹 島. 2015. (사진제공=박은영)

▶ 이번 작품들의 주제나 시각적 이미지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어떤 작품들인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 제게 제주는 다양한 의미가 있고 늘 새로운 기운을 받았던 곳이다. 하지만 1년 6개월 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바라본 제주는 예전 인상과는 다르다. 사방 바다색에 매혹되었던 눈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왔던 제주 사람들의 흔적을 알게 되었다. 그 중 자신의 여성성을 드러내도 별 이질감 없는 제주 여성들의 생활력은 감동이었다. 저는 육지와 연결된 ‘섬’의 이미지를 그리고 싶어 했는데, 사실은 어느 정도 단절을 통해 스스로에게 몰입하고 싶었던 거 같다. 그 동안 머릿속에서만 머물며 구상을 했던 작업들을 이곳에서 실행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 전은자 큐레이터는 작가의 작품을 파동, 리듬, 생명체 등으로 표현했는데, 직접 듣고 싶다.

- 저는 섬을 감싼 물결의 흐름이 달의 인력작용으로 생기는 밀물과 썰물에 의해 수위가 생기는 현상을 주목했다. 물결의 변화는 꼭 외부의 변화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닌 내부의 에너지 파동에 의해서도 변화된다고 느꼈다.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고정된 것은 없다. 생명은 끊임없는 움직임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고 그 에너지로 다시 환원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몸속에 갇힌 생각의 흐름도 방향을 정해 그냥 흘러 보내면 스스로가 가둔 몸과 마음은 자유를 얻을 것이다.

▶ 변화, 생명, 에너지 .. 작가의 경험에 의한 관념적 배경이 있을 것 같은데

- 저에게 이런 생각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네브래스카 평원에서 체험한 북미인디언의 의식을 통해 제 몸과 마음에 체화된 것이다. 이것들이 제주에서 다시 발현된 거 같다. 'Everything is connected' 모든 사물에는 영적 에너지가 있고 그것들은 모두 연결되었다는 북미인디언의 의식은 제게 큰 울림이자 위안이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재생과 회복의 에너지를 제 작품에 담아내려 노력했고 저의 그림이나 영상,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중매자 역할로서 예술가인 저 자신을 정립해나가려 했다. 스스로 회복해나가는 힘을 얻는 것. 그것은 생명의 행위이자, 치유의 첫 걸음이다.

박은영 작가. (사진제공=박은영)

▶ 작가에게 섬은 어떤 존재인가

-  설문대 할망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녀가 꿈꾸는 세상을 육지가 아닌 섬을 따로 만든 이유가 있다.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자생적인 삶의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딘가로 부터 떠나왔지만 이곳에서 정착 가능한 삶을 꿈꾸는 곳. 제주는 그런 사람들의 작은 소망을 품어주는 곳 아닐까.

박은영 작가는 “섬은 따로 보이는 수면 밖의 대상이 아니라 연결된 존재”라고 말했다. 또한“그 섬을 감싸고도는 물결은 번뇌의 현상처럼 느껴지고, 수면이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이기도하지만 우리가 그 연결을 자각한다면 외로움 속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제법 많은 시간을 섬에서 보낸 기자도 그녀의 말에 공감이 갔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박은경 작가가 이야기한 ‘연결된 섬의 존재’가 그녀의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는 찬란한 봄을 기대하면서 전시장을 나왔다. 작가를 만나 작품 속 그녀를 들여다보는 건 추천할만하다. 단 밀물과 썰물을 감안, 예약은 필수. 전시는 3월 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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