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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류가헌에서 만난 사진작가 조민기] "사진이 주는 여행의 즐거움", “조씨유랑話첩 - 말레콘 큐바”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6-03-20 01:47

청춘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남자, ‘대학교수•사진작가 그리고 배우’ 경계는 ‘사람의 벽’을 허무는 일
큐바 여행을 통해 '사진이 주는 여행의 즐거움'에 흠뻑 빠진 사진작가 조민기.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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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쿠바노의 본향 말레카 해변을 걷다보면 무라카미 류를 만날 수 있을까”

쿠바사람들에게 말레콘은 하나의 성소이다. 하바나의 해안가에 위치한 말레콘은 시민들에게 산책로이자 쉼터가 되어준다. 쿠바노들의 유년기와 장년기는 물론 노년기까지 머물고 있는 말레콘은 너무나 쿠바적이다. 헤밍웨이가, 월트 디즈니가 그곳에서 훔쳐간 것도 창조적 영감일지 모르겠다.

지난 15일부터 조민기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통의동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작가 조민기를 만났다. 그를 만나 사진여행이 주는 행복함에 대해 물었다.

▶ (풍경으로서의 말레카) 작가의 눈에 비친 말레카는 어떤 곳인가 궁금하다
- 넘실대는 카리브해의 높은 파도가 인상적이다. 사람과 자연의 경계선처럼 존재하는 방파제는 제주의 검은 돌담과 닮아 보였다. 그곳에서 시민들은 웃기도 하고 속삭이며 놀 수 있는 성소 같은 공간이더라. 반할 수밖에 없다.

▶ (영감으로 다가왔던) 작가에게 말레카는 어떤 존재였는지 궁금하다.
- 나에게는 수많은 배역이 존재했고 그곳에는 쿠바노들의 거칠고 두툼한 생의 질감이 존재했다. 나는 꽤나 먼 곳을 돌아 그곳으로 향했고 그들의 그리움은 먼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떠나옴’이 그곳에 존재한다. 삶의 흔적이 여행자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곳, 그곳이 말레카이다.

전시장 류가헌을 찾은 펜들에게도 따듯한 포즈를 취해 주는 사진작가 조민기.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작가의 눈에 비친 말레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일지 모른다. 제주만큼이나 매력적인 곳이 하바나였다.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오래된 집, 담벼락, 길들은 이제 작가의 아이덴티티가 되어버렸다.

▶ 쿠바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저마다의 관점은 다양하겠지만 역시 쿠바는 ‘정열’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공간이다. 자연은 빨갛고 파란 극한 대비를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곳이다. 그곳과 당신이 만나 ‘창작의 영감’ 혹은 인생 패러다임의 실마리를 이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보라 이야기 해 주고 싶다.

▶ 전시자료를 살피면 ‘소멸’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 데. 작가에게 ‘소멸’은 어떤 느낌인지
- 사진작가로서 첫 개인전을 치른 게 2005년이다. 지나고 나서 보면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소멸’로 이끈 것 같다. 이제는 답을 찾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영생’이 가능할까?

렌즈 앞에 선 배우와 렌즈 뒤에 선 사진작가의 경계를 즐기고 있는 남자 조민기.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 ‘사진작가’로서 조민기, 어떤지 궁금하다
- 렌즈 앞에서 배우로 활동해 오다 렌즈 뒤에서 관찰자로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사진작가의 삶이 매력적이다. 사진을 시작한지 20년, ‘좋은 교과서’를 만나 함께 노는 기분이랄까.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준초이 선생님 같은 분은 작가의 과정을 알게 해 주시는 ‘좋은 교과서’ 같은 존재이시다.

▶ 사진작가로서 집중하게 되는 주제 혹은 대상이 있다면
- 자연 풍경도 좋지만 역시 사람이 좋다. 피사체로서 만나는 인물은 지역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동일해 좋다. 아프리카나 오지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사진을 피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행복한 현지인들의 마음이 렌즈 속으로 걸어 들어 올 때 희열을 느끼게 된다.

▶ 모교인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부교수로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제자들은 내게 거울이다’. 학교생활을 통해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우게 되는 것 같다. ‘반성하는 힘’, 그들을 통해 예전에 내가 하지 못했던 방식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서 나도 함께 변화되고 있는 걸 느낀다. 청년들에게는 ‘스팩’보다 절대적인 자기 신념을 준비해 갔으면 주문하고 싶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나’ 물론 토익이 청춘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청춘들을 만나러?서울에서 청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가 성소라는 작가 조민기.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빨간 등대가 자리 잡은 바닷가, 중산간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 등 종교적이거나 기도의 장소가 아니더라도 현대인들에게 성소는 필요하다. 즐길 수 있거나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모두 성소가 된다. 고향을 떠나 제주생활을 하고 있는 기자에게 작가를 만날 수 있는 전시장이 곧 성소가 된다.

여행은 인생을 살다보면 덤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작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사진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는 기쁨, 그것이 여행의 목적이고 인터뷰의 즐거움일지 모른다. 사진은 어쩌면 ‘관계’를 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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