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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대한민국 소리꾼 현미] 예술을 품은 ‘한 편의 러브스토리’를 꿈꾸는 소리꾼, 제주신화 통해 한국성 담은 판소리 실험에 도전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6-05-10 20:31

척박한 삶에서 기인한 여성의 노래 제주 민요에 나의 영혼을 담고 싶어, 한국 판소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열린 공간 제주에서 한국 판소리의 새로운 실험에 도전하는 소리꾼 현미.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나에게 판소리란 ‘인생이 오소록 담긴, 스토리를 펼치는 소리’이자 사람간의 언어장벽 혹은 불통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제주라는 청정 공간에서 한국 판소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 제주라면 대가(大家)의 콘텐츠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충분한 ‘열린 공간’이 되어 줄 수 있다”

판소리를 통해 지친 대중의 영혼에 숨을 불어 넣으며 예술의 존재이유를 증명해 가는 소리꾼이 있어 만나 보았다. 푸른 녹음이 춤을 추는 5월의 오후, ‘판소리에 담긴 제주사랑가’에 대해 물었다.

▶ 제주이주, 쉽지 않은 문제인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
- 지난 5년간 공연을 매개체로 제주를 해마다 오가며 지역에서 판소리를 듣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청정 제주 자연이 주는 영감도 좋았고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을 통해 나의 영혼이 이끌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주에 머물면 소리꾼의 존재와 예술가의 자아가 경계선에서 만나는 경험을 자주 하곤 한다. 하귀 바다의 검은, 먹돌과 닮았다.

▶ 한마디로 규정하긴 쉽지 않지만 당신에게 ‘판소리’란 무엇인가?
- 사실 판소리의 판은 공간의 개념이다. 소리를 전개하는 장소라고 할까. 그런 면에서 제주는 매력적이다. 나의 판소리는 ‘시대를 이야기하고 민중의 삶이 녹아있는 종합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제주라는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꾼의 눈에 비친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또한 제주신화 속에 담긴 신들의 흔적, 기억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섬을 둘러싼 거칠고 투박한 하지만 따스하고 두툼한 삶의 질감도 담아 보고 싶다. ‘예술을 품은 한 편의 대 서사시’를 사랑이라는 아이콘으로 담아내 보고 싶다.

열린 공간 제주에서의?적극적인 활동에?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김대호 대표.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 명함에 기록된 ‘판소리 공장’, 한자로 표기된 ‘함께할 공’이 재미있다. 어떤 의미인지
- 창작 판소리를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또한 창작 판소리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개인의 창작 세계와 세상에 대한 시선을 이음해 줄 수 있는 사이?

▶ 공연의 섬이라할 수 있는 제주도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바가 있다면
- 제주라는 공간에 잘 어울리는 전통 판소리를 만들고 싶다. 제주소리가 흠뻑 묻어나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 결국 제주를 드러낼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겠다. 제주 4.3, 제주해녀, 제주신화에 관심이 많다. 특히 다양한 제주신화의 소재들을 판소리 표현법에 담아 보는 일에 마음이 많이 간다.

지나고 보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겠지만 과정이 선물하는 경험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왜에 대한 해답이 명확하니 돌아오는 결과도 좋으리라 확신한다.

▶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물에 애정이 많다고 들었다
- 전 세계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주목하고 방문하는 공간, 제주에 한국을 대표하는, 알리는 음악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판소리는 언어가 틀려도 통할 수 있는 흥이 전해주는 감동이 있는 장르이다. 공연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판소리의 임팩트는 정망 상상 이상이다. 제주의 색체를 담아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의 여행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적인 밴드를 구상중이다.

▶ 남도민요와 제주민요가 어울릴 수 있을까? 접점이 쉽게 떠오르지 않아
- 제주민요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던 제주여성들의 노래로 알고 있다. 남도민요 또한 대중적 삶의 애환이 진하게 담긴 전라남도의 소리이다. 교집합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간에 통할 수 있는 충분한 매력찾기에 도전하며 창작소리의 희열을 느끼고 싶다.

인터뷰를 통해?제주와?한국 판소리의 매칭을 주선하는 리빙제주렙 김대호 대표.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 왠지 판소리하면 공연 공간도 중요한 부분인 듯
- 틀에 박힌 극장도 좋지만 자연의 소리와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제주의 자연 공간도 완벽한 무대라고 생각한다. 지역에 산재한 테마파크나 미술관, 뮤지엄, 사려니 숲 등 모두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려니 숲은 내가 처음 힐링을 느꼈던 곳으로 꼭 한번 공연장소로 도전해 보고 싶다. 자연적인 제주의 공간에서 예전에 내가 하지 못했던 방식을 알게 되고 함께 변화되고 있는 걸 느끼고 싶다.

▶ 스타성에 관한. 제주도에서는 ‘검증’이 중요하다. 자신을 검증할 수 있는 이야기 좀 해 보자
- 고향 목표에서 5살 때부터 소리에 입문했다. 목포는 신영희, 박애리, 오정해를 배출한 공간으로 나 역시 그 기질과 정신을 타고 태어난 공간의 수혜자라고 생각한다. 25세부터 참가할 수 있는 진도 ‘남도민요경창대회’에 나는 27세에 처음 도전했다. 육자배기 흥타령, 보렴 화초사거리 같은 지정곡들이 있는데 딱 10번의 도전, 10년 만에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 전 만 35세 되던 해에 ‘공주 박동선 명고대회’에서 처음 판소리부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2개의 대통령상을 수상한 나 같은 경우는 독보적이다. 목표로 설정한 도전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 붙이는 잘 다져진 근성은 큰 상품성이라 자부한다. ‘검증’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자신 있게 응할 수 있다.

5살부터 판소리의 세계에 입문해 30년 이상을 매진해 온 그녀의 뚝심이 대통령상보다 미모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 온다. 특히 지난해 가진 제주 4.3 힐링 콘서트나 이틀 전 가진 신도리 마을 공연에서 호응해 준 제주도민들의 열렬한 반응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제주도 활동에 있어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수 있다는 그녀의 도전이 지역 문화 리더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함께 소망해 본다.

소리를 사랑하고 몸을 던져 감동을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 소리꾼 현미씨의 제주진출을 환영한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소리를 통해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기쁨, 그것이 여행의 목적이 되고 예술의 목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소리는 어쩌면 ‘공간과의 관계’를 담아내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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