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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송면중, 마을노인들 인생사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8-02-20 09:49

전기문 모음집 '소녀와 할머니의 공기놀이' 발간
30명 전교생이 일일이 노인들 찾아가 직접 인터뷰
충북 괴산군 송면중학교 학생들이 마을 할머니를 찾아가 살아온 인생사를 전해들은 뒤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충북도교육청)

전교생이 30명인 시골의 작은 중학교 학생들이 마을주민들의 인생사를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았다.

화제의 학생들은 충북 괴산군 송면중학교(교장 김상열) 학생들로 이들 학생은 최근 인근 마을 노인들의 전기문(傳記文)을 모아 엮은 ‘소녀와 할머니의 공기놀이’를 펴냈다.

20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송면중 학생들이 펴낸 이 전기문 모음집은 송면중이 지난 한 해 동안 행복씨앗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위대한 평민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물을 담고 있다.

‘위대한 평민 프로젝트’는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온 많은 사람들이 곧 훌륭한 사람이란 관점을 갖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나누려고 하는 송면중만의 특색 있는 활동이다.

전교생 30명이 마을 노인들을 만나 뵙고 그분들이 들려주는 지난 삶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기록한 결과물이 이번에 발간한 ‘소녀와 할머니의 공기놀이’이다.

충북 괴산군 송면중학교가 마을노인들의 삶의 이야기를 엮어 펴낸 '소녀와 할머니의 공기놀이' 표지.(사진제공=충북도교육청)

이 책에는 처음엔 초인종조차 누르는 것을 주저하고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잇단 만남을 통해 그분들의 고단하고 힘들었던 삶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학년 정윤서 학생은 “할머니는 특별한 일도 없다고 하시고 자신을 아주 낮게 평가하셨지만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할머니가 정말 특별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졌다”고 적고 있다.

2학년 김해인 학생은 “내가 할머니를 안 지가 거의 10년 이상 됐는데 그 10년이란 세월 동안 할머니의 성함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엄청난 충격였다”고 고백했다. 
 
2학년 김진형 학생은 “할머니는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오셨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셨다. 그런 할머니의 삶을 보면서 나는 희망을 얻었다. 위대한 평민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나는 할머니 댁에 자주 찾아갈 생각이다. 할머니의 말동무가 돼드리고 싶다”고 속마음을 적었다.

3학년 차용준 학생은 “성당에서 만나는 착한 할머니인 줄만 알았던 할머니의 작은 역사가 잊힐 뻔 했다가 이번에 우리들의 노력으로 기록됐다는 사실이 너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며 “그 분의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필기하는 것도 잊을 뻔했다. 나는 인터뷰를 하러 가는 길이 정말 즐거웠다”고 표현했다.

충북 괴산군 송면중학교 학생들이 마을 노인을 찾아뵙고 인터뷰 한 뒤 함께 식사하며 정을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충북도교육청)

같은 학년 손정웅 학생은 “우리 할머니와 같이 젊은 시절을 이렇게 고생하면서 살아온 여성분들을 진짜 존경한다”며 “할머니의 삶의 내용을 글로 써보니 인생 스토리가 역사책 한 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전부 위대한 분이구나 싶었다”고 소감을 적었다. 

김상열 교장은 “삶의 터전인 송면 마을이 어르신들의 노고와 애향심 속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음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더욱 더 따뜻한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대하고 마을에 대한 자긍심도 갖게 될 것”이라고 학생들의 활동을 평가했다.

이번 활동을 지도한 이 학교 김명희 교사는 “이번 활동을 통해 학교와 주민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며 “학생들이 사회와 인간을 이해하는 사고의 폭이 한결 넓어졌고 자신과 주변의 역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마을노인 전기문 모음집 ‘소녀와 할머니의 공기놀이’는 잊힐 뻔한 지역사와 개인사가 노인들의 구술을 통해 오롯이 드러나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시역사(微視歷史)로서 훌륭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송면중은 학생들에게 전기문 모음집을 배부하고 학생들이 인터뷰에 응한 마을 노인들을 직접 찾아가 책을 전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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