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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짙어진 몰입도, 쉬워진 난이도... 본격 탐정극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서인수기자 송고시간 2023-09-17 16:11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아시아뉴스통신=서인수 기자] 자, 지난 13일 리벤지 나이트, 치악산, 차박,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잔고 이런 영화들이 개봉을 했는데, 치악산이나 차박같은 영화는 예고편만 봐도 왠지 모를 망작의 스멜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합니다. 곧 직접 영화를 보고 리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이야기 나눌 영화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입니다.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 〈나일 강의 죽음〉에 이은 케네스 브래너의 에르퀼 푸아로 시리즈 세 번째 영화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핼러윈 파티》를 원작으로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을 재밌게는 봤습니다. 다만 흥행여부는 '불투명' 할 것 같습니다. 

영화적 재미는 뒤로하고서라도 인어공주에서 느꼈던 PC주의를 이 시리즈에서 자꾸 반복하고 있는 점은 문제입니다.

오늘 영상에서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에 대한 아주 간단한 감상평을 공유하고,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여러분께 전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영화는 이탈리아의 베니스에서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를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푸아로는 베니스의 한 저택에서 아무도 만나지 않은채 정원을 가꾸고 케이크를 즐기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유명 추리소설 작가 아리아드네 올리버가 오래된 저택에서 벌어지는 심령술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부탁하는데, 푸아로가 추리를 하던 중 이 저택에 얽힌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게 된다는 게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탐정과 함께 추리를 해나가는 재미는 이 시리즈 전체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은 원작을 읽지 않아도 읽히는 쉬운 결말입니다. 

추리물을 좋아하거나 지적 능력이 뛰어난 관객은 어쩌면 푸아로 보다 더 빠르게 살인사건의 전말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뻔한 결말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반전이 주는 충격이 전작들보다 약하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전 시리즈 모두 그랬듯 탐정 푸아로가 전후사정을 추측해내면 범인이 이를 모두 시인해버리는 결말 연출도 아쉽습니다.

심지어 전작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나일강의 죽음은 사건을 이루는 인물들간 드라마적 요소가 강했지만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에선 인물들간 감정선과 드라마 묘사가 다소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어공주에서 신랄하게 비판받았던 PC주의를 에르퀼 푸아로 시리즈에서 계속 느껴야만 하는 겁니다.

이제는 괴롭습니다.

이 시리즈는 전작 나일강의 죽음에서 원작의 백인 캐릭터 '로잘리'를 갑자기 흑인으로 만들어 버려 큰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1978년작 나일강의 죽음에서 '로잘리'는 무려 '올리비아 핫세'가 맡았던 캐릭터였습니다. 네 맞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 줄리엣입니다.

나일강의 죽음의 시대적 배경이 1937년인데, 인종차별이 당연했던 시대에 흑인여성 로잘리와 백인남성 부크가 연애 하는 것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되죠. 

게다가 '로잘리'역을 맡은 배우는 블랙팬서에서 '슈리'역을 맡았던 배우 레티티아 라이트인데,

나이에 비해 동안이고, 개성 강한 배우인 것은 알겠지만 절대, 미녀는 아니죠?

그런데 설정상 엄청 아름다운 미녀 역할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못생긴 여자에게 아무리 예쁘다고 주입시켜봤자 못생긴 건 못생긴 겁니다.

이번 작품 베니스의 유령에서도 PC주의가 반복되는데, 난데없이 양자경이 심령술사 조이스 레이놀즈 역으로 나오는 겁니다.

비록 양자경이 헐리우드에서 활동한 이력이 오래됐다곤 하지만, 배역의 이름이 영미권 사람들이 주로 쓰는 '레이놀즈'인데, 1940년대에 난데없이 동양인이 '레이놀즈'라는 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양자경의 실제 국적은 말레이시아이지만, 중화권 영화에서 오래 활동한 만큼 차라리 중국인 심령술사 역할이었다면 이해는 합니다.

그런데 영국인 또는 미국인일 것으로 보이는 '조이스 레이놀즈' 역을 동양인 양자경이 맡은 것도 이상하고 심지어 이 역할은 영화 초반에 죽습니다. 

결국, 억지로 동양인을 영화에 욱여넣다보니 말도 안되는 설정을 하게 되는 것인데 헐리우드는 아직도 인어공주를 통해 배운 것이 없나봅니다.
 
영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요약하면 전작의 이상한 점은 그대로 이어받고, 내용은 훨씬 '쉬운 영화'가 됐다는 점입니다. 

이는 접근성이 전작들보다 높아졌다는 장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탐정추리물이라고 하는 영화 장르로서는 굉장히 큰 단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몰입도'인데요.

실패한 탐정 추리물은 대체로 '추리'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시대상황이나 코미디, 러브라인에 곁눈질을 하다 망하곤 합니다.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입니다. 

주인공인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는 참전경험이 있는 군인 출신이고, 등장인물 가운데 전쟁의 후유증을 겪는 이도 있으나 인물의 행동 배경이 될 뿐,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전쟁직후의 상황이 아닙니다.

오르지 베니스의 한 고풍스런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영화의 초점이 맞춰져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주어진 떡밥을 하나씩 회수해나가며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습니다.

훌륭한 원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꼭 훌륭한 원작소설이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한 '실패한 탐정 추리물' 가운데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과 '방각본 살인사건'이 원작이고, 백야행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작 백야행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은 관객이 탐정 에르퀼 포와르의 시선에서, 살인사건의 진범을 추리하도록 하는 또다른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앞선 시리즈와는 다르게, 에르퀼 포와로 1인칭 시점 샷이 많다는 것인데요.

CF나 뮤직비디오에서 많이 봤던 바디캠을 사용한 장면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익숙한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또 광각 카메라를 활용한 장면도 많았는데,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인 촬영을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세트장 촬영도 물론 있었겠지만, 실제 고택에서 촬영해 관객으로 하여금 살인사건 현장에 포와르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는 <나일강의 죽음>에서 제기된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나일강의 죽음>은 유람선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그렸는데, 초반부 피라미드 씬을 비롯해 인물과 배경 합성이 어색한 부분이 자주 눈에 띄고, 

'강에 띄운' 유람선 위가 배경임에도 화면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 등 세트에 인공적인 느낌이 많이 난다는 비판이 있었기 떄문입니다.

전작들과는 달리 '호러' 요소가 가미된 부분도 좋았습니다. 관객이 살인사건을 추리해내는데 몰입하고 있을 때쯤 

점프 스케어 기법으로 한번씩 놀래키는데, 영화의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조금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을 먼저 보길 권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 <할로윈 파티>를 먼저 읽고 원작과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도 충분합니다.

또 하나는 에르퀼 포와르 시리즈 전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나일강의 죽음>을 모두 본 뒤에 관람하는 것입니다. 

딱히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이 전작들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에르퀼 포와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게 되면 이 영화가 더 재밌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작을 읽어보거나 전작을 몰아보지 않아도 재밌게 보는 방법은 미리 등장인물들에 대해 정리된 문서들이나 기사를 참조해보는 것입니다.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여차하면 저 사람이 누구였지 하고 깜빡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등장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조만간 영상으로 제작해보겠습니다. 

영화가 잠깐의 멈춤도 없이 속도감 있게 전개가 되기 때문에 대사 하나하나 놓치지 말아야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포인트입니다.

제가 드리는 이 영화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 

무엇보다 촬영이 좋았고,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와 함께 사건을 해결했다는 재미도 좋았습니다. 물의 도시 베니스의 1940년대 풍광도 충분한 볼거리였습니다. 쓸데 없는 PC주의를 들고나온 것과 부족한 드라마적 요소, 쉬운 결말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자, 그럼 오늘의 결론~ 베니스에 가보고 싶다! [유튜브 문화골목]

iss3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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