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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일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은 또 하나의 무기를 만들어 줘"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02-12 09:47

송광일.(제공=쇼노트)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이하 ’조지아‘)’에는 세 명의 드래그퀸이 나온다. 주인공 케이시와 케이시를 드래그퀸에 도전하게 만들어 주는 트레이시와 렉시가 있다. 공연의 주인공이 단연 주목을 받는 가운데 ‘조지아’에서는 자꾸 시선이 가는 앙칼지고 천방지축인 드래그퀸 렉시가 있다. 매력 넘치는 드래그퀸 렉시 역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는 송광일 배우를 만나 ‘조지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송광일은 연극 ‘R&J(알앤제이)’를 같이 했던 피디가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대본을 한번 읽어보라고 줬는데 작품이 너무 재미있어서 끌렸다고 한다. "대본을 읽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고, 소재 또한 흥미로웠다. 이 작품이 드래그퀸이라는 소재에 집중된 게 아니라 작품 속 사람들 이야기에 집중된 게 좋았다. 렉시 대사 중에 "넌 누구냐. 넌 니가 누군지 알아야 돼"라고 말하는데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 거 같다"며 ‘조지아’를 연기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송광일.(제공=쇼노트)

같은 배역을 맡은 신창주 배우가 송광일의 렉시는 송곳 같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송광일은 '송곳까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렉시는 에디트 피아프라고 생각한다. 대본에 렉시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트레이시가 에디트 피아프 완전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누가 누구를 좋아할 때 나의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거 같아서 나는 에디트 피아프를 공부했다. 작품에는 뺐지만 에디트 피아프가 술, 마약, 이혼도 하고 남편에게 아픔도 당하는 기구한 삶을 살아서 그를 연기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송광일은 어릴 때부터 드래그 공연을 많이 봤다고 한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갔는데 사람들 입담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드래그에 대한 거부감은 그래서 없었다. 예전에는 드래그를 남자가 여장하는 거로 생각했는데 이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있더라. 동성애자의 문화가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문화라는 걸 공부할 수 있었고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연구했다"며 "공부하며 느낀 게 드래그를 하는 본인하고 드래그는 다르더라. 예를 들면 "광일이는 이런 거 못 해요, 하지만 렉시는 할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말하며 드래그를 또 다른 인격체로 만들어내더라. 내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치를 열어줬던 연습이었다. 또 백석광 배우가 예전에 연극 ‘와이프’에서 이런 연기를 한 적이 있어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 사실 대본은 쉽게 읽혔지만 스트레이트 적인 남자의 시선으로 보면 안 되는 대본이었다. 퀴어 적인 감성이 들어가야 해서 다른 감정의 표현의 방식을 배우고 있다"고 전하며 드래그에 대해 얼마나 연구했는지 조심스레 전했다.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제공=쇼노트)

‘조지아’에 두 명의 렉시가 나오지만 신창주와 송광일의 분장이 다른 이유에 대해 “‘헤드윅’을 하는 채송화 선생님이 분장을 해주셨다. 두 명의 렉시 분장이 처음에는 같았지만 드래그퀸이 예술가 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해서 여성성보다는 하나의 예술표현작품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이야기했더니 채송화 선생님이 그전에 이런 작업을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내 얼굴에 예술 작품을 남겨달라고 했다. 실제로 드래그퀸들을 보면 화장이라기보다 얼굴에 예술 작품을 남기더라. 신호등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신호등 같은 느낌과 저녁에 다리 아래 불빛이 인상적이라 그런 분장을 한다고 들었다”며 송광일의 렉시 얼굴에 어떠한 예술작품이 그려져 있을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조지아’에서 렉시와 트레이시는 가까워 보이기도 하며 동료 이상의 관계일까 의구심도 드는 가운데 송광일은 둘은 비즈니스 관계라고 답했다. “이 당시에는 드래그퀸을 한다는 게 돈을 벌기 위한 도구였기 때문에 둘이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레이시가 나를 계속 케어하는데 내가 사고를 침에도 불구하고 같이 하는 이유는 같이 돈을 벌기 위한 부분인 거고, 이성 간의 관계는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트레이시는 드래그퀸으로 렉시에게 선배일 뿐이다. 트레이시도 돈을 버는 게 중요하니까 내가 떠났을 때 케이시를 선택했겠죠? 렉시가 다시 돌아온 이유도 드래그퀸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고 송광일 렉시만의 명쾌한 해석을 내놨다.
 
송광일.(제공=쇼노트)

렉시의 대사 중에 “드래그는 저항이다!”라는 이유가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송광일은 “그때 당시 핍박을 많이 받았다. 1969년 뉴욕에서 동성애자들이 경찰들을 대상으로 항쟁을 일으켰던 스톤월 항쟁이라는 것도 있었다. 드래그라는 게 돈을 벌어야하는 것도 있지만, 역사를 봤을 때 소수들의 항쟁이며, 대사에도 “난 중학교때 돌을 맞았고 당당하게 살아오고 있다”는 대사처럼 드래그는 저항“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송광일은 ‘조지아’ 작품에 끌린 이유로 “넌 누구니?”라는 대사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송광일은 누구일까. “난 잘 모르겠다. 어려운 거 같다. 역할 분석은 재미있는데 나 자신을 알아간다는 건 어렵다. 얼마 전에 동생이랑 얘기하는데 동생에게 예전에 힘든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내가 작품을 하면서 이 역할을 알기 위해 노력하면서 정작 내 동생을 이해하려고 해본 적 없다고 느꼈다. 이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봤다”며 속내를 밝혔다.
 
송광일은 ‘조지아’를 통해서 배운 것보다 얻은 게 많다고 전했다. “다른 배우들도 좋지만 백석광 배우를 얻었다. 또 재미있게 연습하고 뭐라 말할 수 없다. 작년에 했던 연습 중에 제일 재미있었다. 나는 이제 이 감성을 알았으니 다른 작품을 할 때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을 테니 또 하나의 무기를 갖은 느낌이다”라며 새로운 무기를 얻은 송광일의 앞으로의 작품에 기대를 일으켰다.
 
송광일의 연기노트./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조지아’를 보러 오는 관객에게 한마디로 송광일은 “이 작품의 화두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고민할 부분이다. 케이시에게도 고민하게 하지만 관객들에게도 던지는 말이니까. 배우들 연기를 보면서 ‘나는 누구냐’인걸 고민하고 생각해 보면 좋을 거 같다”고 전했다.
 
송광일은 인터뷰를 앞두고 자신의 연기노트를 선보였는데 ‘조지아’의 드래그퀸 렉시를 연기하기 위해 얼마나 몰입해서 연구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은 그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은 2월 23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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