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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임금님의 귀

[경남=아시아뉴스통신] 김회경기자 송고시간 2020-02-17 16:49

이노태 함양군 민원봉사과장
이노태 함양군청 민원봉사과장./아시아뉴스통신DB

2020년을 시작하면서 함양군은 군청 민원봉사과를 비롯해서 11개 전읍면사무소 민원실에 주민의 의견을 듣고자 ‘소리함’을 설치했다.

색깔과 문양이 모두 다른 당나귀 모형을 하고 있는 소리함은 낮은 자세로 군민과 거리낌 없는 소통을 하고자 하는 함양군의 ‘군민을 위한 현장행정’의 실천방안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나 대중이용 공간에는 이용자 의견을 듣고자 설문지와 필기도구가 놓여진 박스형태의 ‘의견 청취함’, ‘소리함’ 등이 벽이나 기둥 어디엔가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최근 광장집회가 일반화된 우리 사회와 인근 홍콩 사태에서 보듯이 수많은 사람들의 소통수단은 바로 SNS(Social Network Services)다.

이처럼 디지털문화가 대세인 시대에 직접 글로 적어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것인지 사실상 기대치가 높지는 않다.

물론, 직접 적어서 소리함을 통해 주민의 의견을 듣는 방법이 성가시게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는 보지만, 정책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언로 중의 하나로 충분하게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귀를 높이 세우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당나귀를 통해 많은 지역민이 누구라도 군정과 관련한 의견을 손쉽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경문왕의 귀가 나귀의 귀처럼 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복두장(왕관을 만드는 사람)은 죽음이 다가오자 대나무 숲에 가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하고 외쳤다고 하며,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에서 그 소리가 들려왔다는 이야기가 있고, 그리스 신화에도 당나귀 귀를 가진 사람과 이발사가 등장하는 등 여러 나라에서 큰 귀를 소재로 한 비슷한 내용의 설화가 전해진다고 한다.

어떤 물체에서 나온 소리는 사방으로 퍼져나가는데, 소리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급격히 줄어든다고 한다.

귓바퀴는 소리를 모으는 역할을 하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손바닥을 오므려 귀에 대고 듣게 된다.

바꿔 말하면 귀가 크다는 것은 작은 소리도 잘 들으란 뜻이고, 특히 공직자들은 주민의 소리에 크게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이 임금님의 당나귀 귀 이야기에 담겨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비교적 많은 주민이 찾는 군청 민원봉사과와 읍면사무소의 민원실은 지역민들과 행정기관이 소통하는 창구라 할 수 있겠다.

입을 크게 벌리고 웃음을 짓고 있는 당나귀는 지역민이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반겨주면서 친근하고 쾌적한 사무실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양한 색깔과 문양을 입혀 우스꽝스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현장마다 같을 수가 없는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이야기다.

앞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무엇보다 소리함을 당나귀 모형으로 한 것은 온순한 생김새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많은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되면서 특히 귀가 크기 때문에 어떤 동물보다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소리함에는 ‘저는 당나귀입니다. 무엇이든 들어줄게요.’란 글귀가 있고, 아래쪽에는 의견을 적는 메모지가 있는데, 제목에 ‘당나귀 먹이’라고 적혀있다.

우스꽝스러운 당나귀에게 먹이를 주듯 친근감을 갖고 거리낌 없이 군민들이 다가오기를 바라고 있으며, 아울러 아무리 작은 군민의 소리라 할지라도 소중하게 새겨들어 더욱 가까워지고 소통하고 청렴해지고자 하는 함양군의 의지를 담고 있다.

함양군청과 읍면사무소 민원실에는 파랑, 노랑, 빨강, 분홍 등 서로 다른 12마리의 당나귀 형제가 살고 있다.

당근을 좋아하는 진짜 당나귀는 아니지만 어느 누구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누구든지 이야기를 걸어보시기 바란다.

어떤 내용도 좋으니 당나귀 먹이를 먹여주고 가시길 바란다.

임금님의 큰 귀에 얽힌 비밀을 알고 있는 함양군의 공무원들을 한번 믿어보시라.

그리고 꼭 대나무 밭은 아니더라도 “함양군 공무원귀는 당나귀 귀” 하고, 큰소리로 한번 외쳐보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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