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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희 대전세종충남 대표이사 |
2004년 늦봄이었다. 중국 시안은 온통 연보라 빛이었다. 오동나무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밭에는 노란 유채꽃이, 산자락에는 오동나무 꽃이 만발했다. 노란 유채꽃과 연보라의 세상. 그것이 시안의 풍경이었다.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움만 있던 건 아니었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곳마다 오동나무 수만큼 무덤이 많이 보였다. 마을마다 그랬다. 논 가운데도 밭에도 온통 새로 쓴 무덤이었다. 검은 흙을 쌓은 모습이 두엄더미처럼 보였다. 대나무에 3단으로 꽃을 매단 조화가 수두룩했다. 언덕위에 바람개비를 꽂은 듯이 보였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그랬다.
가이드에게 물었다.
“지난 겨울 사스로 죽은 사람들의 무덤”이라 했다. 얼마나 죽었기에 이토록 많을까. 중국전역이 이렇다면 수만 명은 사망했을 법했다. 추정이었다.
“전체 숫자는 모른다. 무수히 많이 죽었다”고 했다. 가이드는 말을 아꼈다. 더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에서 발생했다. 2003년 7월 종식된 것으로 보고됐다. 당시 전 세계 감염자수는 8096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수는 37개국에 774명이었다. 중국에서 사망자수는 349명이었다. 시안 일대에서 본 무덤의 수만큼도 절대 미치지 않았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2015년에는 메르스가 창궐했다. 세계 25개국 2430명이 감염됐다. 그 가운데 838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사망했다. 사회적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사망자가 없었다. 중국이 당시 밝힌 통계는 사망자 0이었다.
2020년 현재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번 역병은 지난 연말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생했다. 벌써 감염자가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이 8만 명을 넘겼다. 사망자도 3000여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7000여 명이 확진됐다.
이탈리아가 뒤를 이어 3800여명이다. 또 이란 3500여명, 일본 1000여명 등 확산 일로다. 미국도 심상치 않다. 뉴욕시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각 나라마다 난리다. 세계적으로 급증추세다. 이것이 우려점이다.
하지만 중국은 확진자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일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세가 꺾였단다. 이는 강력한 정부의 대처가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란다. 관영매체들이 하는 말이다.
중국은 현재 3명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또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대륙에 대한 출입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아파트들도 자체적으로 주민을 통제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확산이 감소하고 있단다.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발표가 그대로 와 닫지 않는다. 왠지 의문이 든다. 중국정부는 코로나19 발현 이후 나름 최선을 다했다. 총리가 우한 현지에서 살다시피 했다. 인민들은 정부를 믿는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불만이 끓었다.
중국 정부는 바짝 긴장했다. 시진핑 정부의 장기집권에 대한 불평이 쇄도한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제 2의 천안문사태까지 우려됐다. 공산당에 대한 불만족이 확산일로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당 독제에 대한 반동도 감지됐다. 심지어 시진핑 퇴진론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로 심대한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던 게 시진핑이 전면에 나서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그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어 우한을 둘러봤다. 거듭 인민이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할 거라고 역설했다.
관영통신들은 인민들의 불만이 해소된 것으로 보도했다. 순식간에 인민들의 불만이 가라앉고 있는 양태다. 실제는 모르지만 관영보도는 그렇게 전하고 있다.
이제는 창궐했던 코로나19 마저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단다. 통계조차 꺾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발 더나가 근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발현지는 우한이다. 하지만 근원지는 어딘지 모른단다. 이 말은 중국 감염병전문가 중난산 원사 입에서 처음 나왔다. 중국에서 근원한 게 아니란 걸 설파하고 있다. 발현지는 우한이지만 근원지는 어딘지 모른다는 말이다.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이란 생각이 든다.
심지어 시진핑 조차 “근원지를 밝히라”고 특명을 내렸다. 관영 통신들도 입을 모으고 있다. 나타나기는 중국에서 했지만 근원지가 아니기에 시진핑을 탓할 수 없다는 논리다.
시진핑 정부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함이다. 이 화살이 어디로 날아갈지는 모른다. 한국이 될 수도 있고 미국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은 이번 위기가 국내에서 비롯됐다고 보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일어난 구조적인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국제적 현상이란 거다.
시진핑에게 몰려온 위기를 외부로 돌리려는 중국정부의 방책이다.
어찌 보면 코라나19의 기세가 꺾인 것처럼 공표하는 거도 이 연장선상이 아닐까 한다. 실제 그러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시진핑은 장기집권의 방안까지 지난 전인대에서 만들어두었다. 10년 시한의 권력을 연장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런 마당에 닥쳐온 코로나19를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다. 정권연장의 선상에서 활용할게 확실하다.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니라면 중국정부를 탓할 수 없다. 시진핑을 몰아세우는 건 억지가 된다. 도리어 그것이 미국이라면 애국심을 부추길 수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거다.
미.중간 경제전쟁으로 생긴 상처를 치유할 방도다. 이것이 시진핑의 속셈일 게다. 창궐하는 코로나19 기세가 꺾인 것처럼 보도하는 거도 이런 탓이 아닐까. (이광희 대전세종충남본사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