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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송권 “과소평가 받지만 언젠가 가치를 알아봐줄 것”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03-23 12:00

박송권.(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뮤지컬 배우 박송권은 2004년 뮤지컬 ‘파우스트’로 앙상블 데뷔를 해 뮤지컬 ‘아이다’ 2005년 초연 때 앙상블을 맡아 2019년 ‘아이다’의 마지막 시즌에서 조세르 역으로 관객 앞에 섰다. 대극장 공연에서 앙상블로 시작해 배역 이름과 자신만의 넘버를 부르는 조연으로 올라오기까지 배우의 마음고생과 수많은 노력이 있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희망의 아이콘’ 박송권 배우를 만나 그의 연기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박송권은 ‘아이다’ 오디션을 봤을 때 춤을 아예 못 췄다고 전했다. “맨 처음에 ‘아이다’ 군무를 보고 조명과 의상에 압도당해 너무 센세이션했다. 춤을 잘 춰야한다고 해서 춤을 배우기 시작하고 1차 오디션을 가서 메렙의 눈빛 연기로 통과했다. 2차에서 라다메스로 준비해오라고 했고 앙상블에 붙으면 커버가 되는 거였다. 3차 최종 오디션에서 춤을 밤새 배워서 운 좋게 통과하고 마지막에 4명씩 서서 오디션을 보는데 쟁쟁한 사람들이었다. 임팩트를 주기 위해 아끼던 아르마니 명품 옷을 찢으면서 노예의 절규를 보여주며 무릎 슬라이딩을 보여줬다. 안무가가 ‘오 마이 갓’이라며 뽑아주더라.(웃음)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았던 시간이었다. 재연에서 라다메스 오디션을 봤는데 안 되더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택했다. 조세르 오디션도 몇 번 떨어졌다. 주름을 그리고 수염도 기르고 또 오디션을 봤을 때 외국 연출이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번에도 잘 성장해줘서 너무 기쁘다고 칭찬해주더라”며 오디션 일화를 들려줬다.
 
박송권.(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조연으로 자리 잡았을 때 희망의 아이콘이라고 불린 박송권은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듣기 힘들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작품을 하다보면 회사에서는 ‘앙상블을 했던 막내’라는 편견이 남아있더라. 시간이 지나 배역이 되었을 때 그 인정의 범위를 깨야 한다”며 “옛것을 깨끗하게 깨기 위해서 스스로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 tvN에서 방영 중인 ‘더블캐스팅’은 무대 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앙상블에게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방영되는 가운데, 앙상블부터 이름있는 조연까지 올라온 박송권은 앙상블 배우들에게 이런 조언을 전했다.
 
"제가 앙상블 할 때 터무니없는 욕심이 아니라 기회가 있으면 한마디라도 하고 들어가는 단역을 꼭 한다고 했다. 때로는 누가 봐도 정해져있는 역이 있어 보여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으면 손을 들었다. 의욕과 열정을 보이는 거다. 커버 리허설을 할 때 실제 공연 옷을 똑같이 입고 무대에서 선다. 이게 그냥 커버 리허설이 아니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더라. 잘해도 못해도 그만이 아닌 오디션이라고 생각하고 눈 부릅뜨고 덤볐으면 좋겠다. 분명히 못 하지만 않으면 회사에서 눈여겨본다. 지금이 아닌 다음에라도 기억한다. 또한 포기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한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배우에 소질이 있는지 당장 결정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두고 지켜봤을 때 늘 제자리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대 경험이 많아야하는 건 연습이 많아서 되는 것도 아니라 어렵다. 무대에서 당당해지려면 무대에 많이 서 봐야한다. 제가 옛날에 한 말은 힘들다고 아무거나 하지 말라고 했다. 저는 배고파도 참았다. 지금 제가 또 그렇다. 빛을 낼 수 있는 것을 골라 해야 한다. 제가 바라는 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고 다음 작품을 할 때 지금보다는 수월했으면 좋겠다. 제가 할 수 있는 배역이면 무조건 할 거고 욕 안 먹을 자신 있다"
 
박송권.(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박송권은 뮤지컬뿐만 아니라 방송과 영화에 대한 목표가 있다고 전했다. “예전에 방송 몇 개 해본 적은 있는데 무대랑 달라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것도 있더라. 영화는 해보고 싶은 게 연극 같은 작업이여서 사전 리허설을 하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정해져 있는 대사를 연구하고 캐릭터 분석하고 현장에 가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좋다”며 무페이 독립영화라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어 그는 “뮤지컬 배우로서 나이 먹으면서 멋있게 늙어갈 수 없다. 할 수 있는 역이 줄어들고 인정해주지 않는다. 방송은 단역부터 하더라도 계속하면 되는데 공연은 적다. 더 나이 먹으면 입지가 어떨지 생각해보라고 하더라. 노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안 쓸 수 있다는 거다. 지금 기로에서 앞으로 배우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며 “저는 배우다. 뮤지컬, 영화, 드라마, 연극 어떤 것이든 배우가 연기할 자리만 있으면 할 것이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박송권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다 본다고 말하며 “영화는 오디션을 볼 기회가 없다. 캐릭터에 미쳐보고 싶고 캐릭터에 빠져들어 표현하고 싶다. 가끔 시상식을 집에서 혼술하며 볼 때 눈물이 난다.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진 기회가 부럽더라. 단역이라도 한 대 맞는 역이라도 해보고 싶다”며 작은 소망을 말했다.
 
박송권.(사진=박민희 포토그래퍼)

박송권은 자신이 과소평가 받고 있다는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누군가 그런 글을 보내줬어요. 과소평가 받고 있는 박송권이라고. 라다메스 할 수 있고 노래, 연기 못하는 거 아니지만 시켜주지 않는다. 과소평가 받는 건 박송권이지만 앞날을 응원한다는 글이었다. 글을 읽고 씁쓸했지만 알아주고 응원해준다는 것에 고맙고 ‘잘하고 있구나’ 느꼈다. 조세르가 그전에는 나쁜 사람과 아빠 캐릭터로 보였는데 이제 극 흐름에 한 자리를 낀 거 같다는 말도 좋았다”며 담담하게 언급했다.
 
과대평가 받는 것보다 과소평가라는 말이 그 배우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겠지만 조금은 씁쓸할 터. 하지만 희망의 아이콘 박송권이 언젠가 본인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줄 날을 기다리며, 그날이 머지않음을 직감한다.
 
앞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를 바삐 누빌 박송권을 응원하며, 인터뷰는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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