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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잿더미에서 찾은 열정, ‘희망의 빛 되고파’

[전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수기자 송고시간 2020-03-24 14:30

한지영 전북 고창119안전센터 소방사
한지영 전북 고창119안전센터 소방사.(사진제공=고창소방서)

3월 20일 밤 야간 정적을 깨뜨리며 고창소방서 화재출동 지령이 요란하게 울렸다. 소방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지만 출동 중 쉴틈없는 무전기 지령은 온 몸을 긴장감으로 감싸 안았다.

4개월간의 훈련과 실습은 나름 강한 정신과 자부심을 단단하게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사이렌 불빛만 눈앞에 아른거리고 장비를 챙기는 손은 습관처럼 움직이고 머릿속은 백지처럼 하얗게 변해 어떤 밑그림으로 채워 넣을지 알 수 없었다.

나름 소방관을 선택했던 것은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던 소방대원의 검게 그을린 얼굴, 팔에 새겨진 굵은 핏줄로 끝까지 손을 놓치지 않던 생명수호의 열정을 실천하고 싶었다. 임용장을 두 손에 받아들고 고창119안전센터에 발령받기까지 앙다문 끈기는 이 순간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출동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긴장감은 잠시 호주머니에 접어둬야 될 것 같았다. 순식간에 현장에 도착하였을 때 방장산의 모습은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건조한 날씨탓도 있었지만 바람이 심하게 불어 불길은 산등성이를 타고 번지고 있었고 일사불란하게 선배들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움직였다. 서로 약속이 되어 있는 것처럼 동선이 겹치지 않고 자신의 위치를 찾아 오직 방장산의 산불과 전쟁을 펼칠 진영을 형성하는 듯 보였다. 단 몇초였지만 난 순간 두 다리를 땅에서 뗄 수 없었다. 주춤거리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뒤이어 지휘차, 물탱크차, 펌프차 등 연달아 현장에 도착하고 다급하고 강한 어투로 내 위치를 잡아주는 목소리가 긴장감에 얼어있던 내 몸을 깨워 움직였다. 낮에 주택화재를 다녀왔지만 그것만으로는 신규 소방공무원의 솜털을 벗겨내기엔 역부족이던 것이다.

10시간 넘는 밤샘 사투 끝에 방장산 산불이 진화되고 귀소하는 길에 하얗던 머릿속은 작은 밑그림이 채워졌다. 긴장감에 얼어있던 나와 소방관 선배의 다른 점이 있었다. 선배 소방관은 출동 중 지령을 듣고 현장을 그리면서 화재진압 방법을 모색하는 밑그림을 그렸다면, 나는 머릿속이 온통 백지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은 서툴고 부족한게 많지만 바닥에서 치고 오를 수 있도록 고칠 부분은 고치고 배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잿더미에서 찾은 열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희망의 빛이 될 미래 소방관의 모습을 생각하며 오늘도 파이팅 넘치게 출동벨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뉴스통신=김성수 기자 worlda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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