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9일 월요일
뉴스홈 종교
(기고) 의심하고 의심하세요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이승주기자 송고시간 2020-03-24 16:34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아시아뉴스통신=이승주 기자]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TV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이미 출연했던 식당들을 다시 둘러보는 시간으로 편성이 되었습니다. 백종원 씨가 어느 냉면집을 방문했습니다. 냉면집 사장님은 자신의 냉면에 대해 유달리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분이었습니다.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많은 시청자들이 이 집을 방문했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SNS에 올라와 있는 이 집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다른 냉면집과 비교해서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2년 만에 이 냉면집을 방문하여 냉면 맛을 본 백종원 씨의 첫 말은 “예전의 그 맛이 아닌데요?”였습니다. 방송으로 손님이 많아지다 보니 고명으로 올려놓는 간재미를 충분히 숙성시키지 않고 그냥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씨가 종종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 마세요.”입니다.
 
신영복 교수는 <처음처럼>에서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 내는 길밖에 없는데, 수많은 처음이란 “끊임없는 성찰”이라고 말했습니다.
‘성찰’은 단순히 ‘반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찰’은 ‘의심’입니다.

즉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항상 살펴보는 것을 말합니다. 반성은 과거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하지만, 의심은 현재에 대한 평가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즉 자기 자신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또한 잘 살고 있는지를 ‘의심’하는 것이 곧 ‘성찰’인 것입니다.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의 주범이었습니다. 아이히만은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동유럽의 살인공장으로 2년 동안 500만 여명의 유대인들을 보내어 죽게 한 사람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아르헨티나로 도망하여 15년을 숨어 살다가 붙잡혔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재판정에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주장은 한결같았습니다. “나는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신 앞에서는 유죄이지만, 법 앞에서는 무죄입니다.” 결국 그는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이 모든 재판 과정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죄에 대해 이렇게 결론지었습니다. “사고의 결여”. 아이히만의 죄는 ‘생각 없이 산 것’이었습니다.

그는 성실한 공무원이자 충성스런 군인이었을지는 몰라도 ‘생각 없이 산 죄’를 지은 것입니다.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생각 없이 산 죄, 즉 자기 성찰이 없었던 것이 아이히만의 죄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살다보니 타인의 아픔과 고통은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에베소 교회 성도들의 치명적인 문제는 ‘처음 사랑’을 잃어버린 것입니다(계 2:4). 사순절 넷째 주간을 보내면서 저 또한 ‘의심’하고 ‘의심’해 봅니다. 혹 ‘처음 마음’을 잃어버리고 일탈적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lsj9210@naver.com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실시간 급상승 정보

포토뉴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