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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쪽팔리는 별명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이승주기자 송고시간 2020-03-31 14:18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 넘게 수형생활을 했던 신영복 교수는 재소자들로부터 ‘떡신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떡신자’란 떡이 있는 모든 집회에 나타나는 사람을 말합니다. 

교도소에는 화요일에 기독교(개신교) 집회, 수요일에는 천주교 집회, 목요일에는 불교 집회를 여는데, 그때에 밖의 신자들이 교도소에 들어올 때에는 떡이나 빵 같은 음식을 가져옵니다. 일부 재소자들은 떡을 얻어먹기 위해서 종교집회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영복은 어떻게든 기독교, 천주교, 불교의 모든 종교 집회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소자들은 그를 ‘떡신자’ 또는 ‘기·천·불 종합 신자’라는 별명으로 불렀습니다.

며칠 전 모 국회의원이 화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21대 국회의원 예비후보에서 탈락되자 기독교 신앙을 표방하는 다른 정당에 입당하여 비례대표 1번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많은 비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의 종교이력 때문입니다. “불교 신자인가? 기독교신자인가?”, “절에 다니는 교회 집사인 ○○○에게는 천주교 세례명도 있다.”, “새벽 예불 다니고, 20년 교회 집사였던 ○○○ 의원의 천주교 세례명은 엘리사벳이다.”라는 비판들이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올라왔습니다. 

이처럼 여론이 좋지 않자 당은 그 국회의원을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시켰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그는 탈당하여 다른 당으로 갔습니다. 결국 그는 세 번째로 이적한 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느 중진 국회의원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불·개·천(불교·개신교·천주교) 3교를 모두 믿어야 합니다. 절에 가면 절하고, 교회 가면 기도하고, 성당 가면 성호 긋는 게 일상입니다”

그 국회의원의 개인적인 신상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20년 교회 집사였다는 그의 종교적 정체성에 대해서는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더구나 필자와 같은 종교, 그것도 같은 교단에 속한 분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또한 불자(佛子) 국회의원 모임에서 임원으로 활동한 그를 자기 교회의 교인이라면서 증명서까지 발급하여 기독교를 표방하는 그 정당에 입당하도록 도와 준 교회에도 유감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참으로 ‘편리한 신앙이구나!’라는 생각과 ‘신앙이 이토록 가벼운 것인가?’라는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19세기 말, 개신교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에 ‘쌀신자’(rice christian)로 불러지는 교인들이 있었습니다. 이 용어는 선교사들을 통해 경제적, 정치적 도움을 얻기 위해 기독교에 입교한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쌀신자’들은 선교사나 교회로부터 자신들이 바라는 것들을 얻지 못했을 때에는 신앙을 버리고 떠나 버렸습니다. 

선교사들은 ‘쌀신자’를 방지하기 위해서 철저한 교리 교육과 신앙생활을 가르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세례 예비자들이 세례 받기 전에 철저하게 교육을 받도록 ‘학습 제도’를 실시했고, ‘위원입교인규조’(爲願入敎人規條)같은 신앙 안내서로 교육을 시켰습니다. 

세례 예비자들은 철저한 교육을 받은 후에 자신들의 변화된 삶을 신앙고백과 함께 증명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세례와 입교를 위해 한두 번씩 탈락되는 것은 다반사였습니다. 그런데 초기와 달리 현재의 기독교 입교는 너무나 쉬워졌습니다. 그러한 ‘값싼 세례’, ‘값싼 직분’ 주기의 결과가 언제든 아무렇지도 않게 신앙의 대상조차 바꿀 수 있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신영복 교수가 한 다음의 말이 생각납니다. “떡신자는 사실 쪽팔리는 별명입니다.” 그렇습니다. ‘떡신자’(또는 ‘쌀신자’)는 부끄러운 이름입니다. 우리가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은 ‘떡’ 때문이 아니라 ‘주님’ 때문이어야 합니다. 

lsj92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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