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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인의 과실(過失)과 사회적 관용(寬容)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이승주기자 송고시간 2020-04-08 18:35

김국회 한문교육학박사
김국회 한문교육학박사./아시아뉴스통신 DB

[아시아뉴스통신=이승주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격리 장기화로 갑갑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자가격리 의무자가 무단 일탈하여 방역 당국의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고 지역 감염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폐해가 커지자, 위반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심지어 위치 추적장치로 감시 기능이 있는 전자팔찌 착용 의무 등의 대안까지 나오고, 위반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형사상 처벌은 물론 민사상 구상권 청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럴 때 한 번쯤 개인의 과실(過失)과 사회적 관용(寬容)의 정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완벽한 인간이 아닌 이상 누구나 사소한 실수(失手)를 할 수 있다. 의당 이를 심하게 나무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사소한 실수도 반복되어 다중에게 피해를 주거나 한 번 실수라도 다중에게 매우 큰 피해가 일어나면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 훌륭한 리더는 스스로의 실수(失手)에는 엄격하되, 타인의 실수에 대해서는 관용(寬容)을 베풀어야 한다.
 
중국 후한의 오우(吳祐)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크게 실망하여 돼지를 기르면서 경서를 외우며 지냈다. 나중에 발탁되어 교동후상(膠東侯相)이 되었는데, 어진 정사를 베풀어 지역민의 큰 사랑을 받았는데, <후한서> 열전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오우의 정치는 오직 어질고 간결하였고 몸소 사람들에 솔선하였다. 백성 중에 쟁송하는 이가 있으면 번번이 문을 닫고 숙고한 뒤에 그 쟁송을 처결하되 도리로 깨우쳐 주었고, 때로는 직접 백성의 집까지 가서 거듭 서로 화해하게 하였다. 이런 뒤로 쟁송이 줄어들었다."
 
그 글 뒤로 두 가지 일화가 실려 있다. 첫 번째를 살펴 보자. 오우의 청렴함과 올곧은 성품 덕분에 부하 직원들이 감히 속이지를 않았는데, 한 번은 세금 담당이었던 손성(孫性)이라는 아전이 오우 몰래 사적으로 세금을 걷어 그 아버지 옷을 사다 드린 일이 있었다.
 
그런데 옷을 본 손성의 아버지가 크게 진노하기를 “윗 사람이 저리 훌륭한데 어찌 속이려 하느냐? 빨리 돌아가 죄를 자복하라”고 꾸짖으니 손성이 부끄럽고 두려워서 지체 없이 오우에게 그 옷을 갖고 가서 자수했다.
 
오우가 좌우 사람들을 물리고 그 사연을 물으니, 손성이 자신의 죄와 아버지의 꾸지람 등을 듣고 온 내역을 상세히 말했다. 오우가 말하기를 “네가 아버지의 꾸지람으로 지은 죄를 자복하였구나. (논어에) ‘그 사람의 허물을 살피면 어진 사람인지 아닌지를 안다(觀過, 斯知仁矣)’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다”라 하고, 처벌하지 않고 옷도 아버지에게 돌려 주었다.
 
두 번째 일화로 오우의 관할 지역인 안구 땅에 사는 남자 모구장(母丘長)이라는 이가 어머니와 함께 시장길을 가는데, 취객이 그 어머니를 모욕했다. 모구장이 그만 화를 참지 못하고 그 사람을 죽이고는 도망했다. 관원이 그를 추적하여 잡아 관아로 압송했다.
 
오우가 모구장에게 이르기를 “그대의 어미가 욕을 당한 것은 인정상 부끄러워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효자는 성을 낼 때 반드시 어려운 일을 생각해서 행동의 결과가 부모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는 부모님을 저버리고 네 맘대로 성을 내어 대낮에 사람을 쳐죽였으니, 그냥 사면할 수도 없고, 큰 형벌을 내리는 것도 마땅치 않구나.”
 
모구장이 대답하기를 “국가가 법으로 금한 것을 죄가 범하였으니, 현명하신 원님께서 비록 안타까워하더라도 저를 용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처자식이 있는가?” “아내는 있으나 아직 자식은 없습니다” 오우가 즉시로 모구장의 아내를 불러 오도록 했다. 그의 수갑을 풀어 주고 옥중에서 동숙하게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내가 임신하였다. 겨울에 사형을 집행하였다.
 
모구장이 형을 앞두고 울면서 어머님께 이르기를 “제 분을 참지 못해 어머니께 불효를 저질렀으니 죽는 것이 마땅합니다. 어떻게 사또에게 보답하겠습니까? 아이가 태어나면 ‘오생(吳生: 오우 덕분에 낳은 아이)’이라고 이름 짓고,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살게 해주세요’라고 했다.
 
오우는 첫 번째 손성의 경우는 작은 과실로 보아 바로 용서를 선택하였다. 잘못은 있지만 훌륭한 아버지 밑에서 바로 잘못을 깨우치고 자수하여 온 점을 인정하였으리라. 두 번째 모구장의 경우는 법대로 형을 집행하였다. 그가 자수하지 않고 도주하였다가 관에 잡혀온 점, 범죄의 이유를 떠나 살인의 결과가 일어난 심각한 범죄였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벌인 우발적 살인이기에 죄질을 나쁘게 보지 않은 듯하다. 죄인이 죽기 전에 자손을 남기도록 관용을 베풀어 감동을 주었다.
 
재미있는 일화지만 오우의 두 사례에 대한 평가는 다 다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자가 격리 지침을 어기는 사람들을 작은 실수로 보아 우리 사회가 용서할 것인가 아니면 지역사회 건강에 민폐를 끼치는 중대 과실이나 의도적 과실로 보아 엄격히 처벌할 것인가 함께 고민해 볼 일이다.
 
다만 우리 모두가 감염병 상황으로 인해 몇 달째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기 때문에 저마다 이유를 들어 공공 지침 위반을 어기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것은 결국 이웃과 다중을 불편하게 하고, 보건 검역 당국과 수고하는 분들에게 정말 미안한 일임을 생각하면 좋겠다.
 
끝내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서로 스트레스 지수를 더 높일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자발적으로 동참하여 빨리 이 비상시국을 벗어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인가.
 
◈ 김국회 박사 프로필
-한문교육학박사
-유림학당(hanja4u.cafe24.com) 주인
-충남교육청 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lsj92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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