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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칼럼] 이런 감독(Bishop)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이승주기자 송고시간 2020-06-09 07:33

솔로몬이 하나님께 칭찬받은 이유 '듣는마음'
오는 9월 감리교 감독회장 및 감독 선출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아시아뉴스통신=이승주 기자] 감독은 감리교회에서 각 지역(연회)의 최고 행정책임자의 직책을 일컫습니다. 올해는 2년제의 감독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선거일을 3개월 정도 남기고 서서히 감독 후보자들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히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음에 만나보고 싶은 감독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음에 감독이 되실 분에게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소통’입니다. 그간 감독 후보자마다 빼놓지 않는 공약 1순위가 소통이었습니다. 그만큼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현실에서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소통은 의사소통(意思疏通)의 줄임말입니다. 즉 소통은 ‘뜻과 생각이 막히지 않고 트여서 잘 통한다.’는 의미입니다. 막힘이 없이 트여서 잘 통하기 위해서는 일방이 아닌 쌍방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존중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소통하려는 ‘뜻과 생각(意思)’이 자신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솝 우화에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여우가 자기 집에 두루미를 초대했습니다. 여우는 스프를 맛있게 만들어서 납작한 접시에 담아 두루미 앞에 내 놓았습니다. 하지만 두루미는 스프를 먹을 수 없었습니다.

여우는 혀로 스프를 핥아 먹을 수 있지만, 두루미는 긴 부리로 음식을 먹는 새였기 때문입니다. 설사 여우가 선한 마음으로 두루미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고 싶었다 하더라도 두루미의 입장에서 응대를 했어야 했습니다. ‘배려’가 없는 선한 행위는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법입니다.

따라서 소통의 또 다른 이름은 ‘배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배려가 없이 일방적으로 소통하려고 하는 사람은 종교 사회학자 데이빗 A. 루젠(David A. Roozen)이 말한 “우리 가운데 있으나,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일 뿐입니다.

루돌프 아이히만은 히틀러 치하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을 강제 이주시키고 학살하는데 앞장섰던 세계 2차 대전의 전범입니다. 하지만 그는 재판에서 결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단지 공직자로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충성했을 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그런 아이히만을 두 가지로 진단했습니다. 하나는 ‘허풍’이고, 또 다른 하나는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부족’입니다. “명령에 충성한 죄 밖에 없으니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다”는 그에게는 ‘타인’,  즉 자신의 그런 충성스런(?) 행위에 의해 고통 받고 죽어야만 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아이히만의 이야기가 감독 선거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소통이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참고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솔로몬이 하나님께 칭찬받은 것은 다름 아닌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돈도 명예도 장수도 아닌 ‘듣는 마음’(왕상 3:9)을 달라고 했던 그의 소박한 마음에 하나님은 흐뭇해하신 것입니다. 물론 그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소통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식당 종업원이 손님에게 주문을 받을 때에 자신의 무릎과 허리를 굽혀 손님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 그것이 소통입니다. 자신의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것, 그것이 소통입니다. 

다음 선거에서는 성육신 하신 예수님처럼 관리자가 아닌 ‘우리 가운데서, 우리와 함께 하는’ 소통하는 감독님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lsj92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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