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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눈물의 편지”, 확진자는 죄인인가?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이광희기자 송고시간 2020-07-02 10:58

확진자, 아픔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내 이웃이고 형제
따뜻한 위로가 치료약
아시아뉴스통신 대전세종충남본사 대표이사
[아시아뉴스통신=이광희 기자]
며칠 전이다. 형제간 모임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무산됐다. 지난 주말 부득이 사우나를 다녀왔다는 이유였다. 보름간은 서로 만나지 않기로 했다. 혹 있을지 모를 코로나19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란다.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사회가 예민해졌다. 조그만 일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혹 엘리베이터에서 헛기침이라도 하면 눈빛이 달라진다. 모두 등을 돌린다. 세상을 마스크 너머로 보고 있다. 어찌 보면 관계가 조각조각 찢어지고 있다. 안타깝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형광물질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다. 냄새도 없다. 물론 통증이 동반되고 감기 기운으로 출현한다. 무증상자도 많다. 하지만 특수 검사를 통해서 감염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 어찌될까? 생각만 해도 캄캄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들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우리사회는 그들을 죄인처럼 생각하고 있다.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말로는 그렇다고 하지 않지만 언행은 그 수준이다.

얼마 전 대전에서 한 확진자가 ‘눈물의 편지’를 썼다. 그는 노인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확진자가 된 뒤에 겪은 경험은 ‘지옥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편지내용은 이렇다. 
“15일 저녁 사무실에 갔다. 동료가 열이 나고 아프다고 했다. 전화를 걸어서 빨리 보건소에 가라고 했다....컵에 담긴 건빵을 몇 개먹었다. 그리고 3일후, 생각지도 못한 다른 동료가 코로나 확진자란다. 눈앞이 캄캄했다. 나는 아니겠지 했다. 나도 확진자란다.”

이렇게 감염됐다. 부주의한 것도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걸리려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확진자가 되었다.  
이때부터 지옥이 그를 찾아왔다.

“내가 모시고 있는 요양원어르신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함께 사는 어린 손자·손주들은... 밥도 같이 먹고 얼굴도 비비고 매일 뽀뽀도 했는데... 
말이 필요없다. 방법도 없다. 앞이 깜깜하고 손발이 떨리며 한없는 눈물이 쏟아진다.
어르신 119명검사... 우리가족 9명검사...
모두 음성인데 아뿔사 어르신 한 분이 양성이라고~ ‘난 죄인이구나' 지옥에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인터넷에 그의 신상이 공개됐다. 신천지라는 둥 다단계라는 둥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TV에서는 그가 사는 동네가 비쳐졌다. 물론 그의 집도 나왔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왔다. 심지어 2층에 사는 이웃마저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고 적었다. 

“사람들이 이 건물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며 6월 30일까지 일하기로 한 것이 모두 취소가 되고 식당에 갔더니 밥도 안판다고 누구 망하는 거 보려하느냐며 나가라고 한다고... 밥 먹을 곳도 없다고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울며 하소연한다.”고 썼다.

그는 이대목에서 가장 큰 고통을 느꼈다고 적었다. 그는 스스로 “죄인이 되었다”고했다. 온몸이 쑤시고 아프지만 “이 아픔보다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더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문했다. 

“누구의 잘못인가? 코로나를 내가 만들어서 전파한 것도 아니고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전염이 된 건데... 그렇다면 나도 피해자 아니던가?”
그의 말이 맞다. 의도적으로 감염된 게 아니다. 부주의도 아니었다. 그냥 감염되었다. 그로인한 고통은 감내하기 힘든 것이었다.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은 포탄이 떨어진 자국처럼 텅 비었다. 가게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다. 심지어 길가는 사람조차 없다. 
확진자는 “치료가 되었다 한들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고개 들고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라고 고민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대전만의 일이 아니다. 확진자가 되면 낙인이 찍히는 거다. 
그는 이렇게 답답함을 적었다.
“난 코로나에 감염된 피해자인데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죄인이 되었다. 나는 죄인이다.”
그러면서 “저로 인해 고통받는 동네 분들께 무릎 꿇고 사죄드립니다. 특히 요양원 관계자분들과 어르신들께 고개 숙여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했다.
확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과연 코로나19 감염이 죄인가?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건 사실이다. 매일 꼬리를 물고 있다. 대전에서만 1일 현재 121명 확진됐다. 전국적으로는 누적 확진자가 1만2800여명이다. 그동안 300명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 이러다보니 사회적으로 극도로 예민해졌다. 확진자를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이 범죄는 아니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최근 확진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확진자도 시민이고 확진자도 이를 통해 충분히 고통을 받고 있으며 고의로 걸린 것이 아니기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 확진자도 시민이고 국민이다. 그들이 코로나19로 명명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뿐이다. 완전 불치의 병도 아니다. 현재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또한 조만간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때 일수록 다독거리며 살아야 한다. 우리는 70년 전 한국전쟁을 경험했다. 그 와중에 300여만 명이 죽어나가는 아픔을 겪었다. 그 전에는 2차 세계대전의 고난을 당했다.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숱한 이 나라 젊은이들이 이국의 전선에서 죽어갔다. 또 일제 강점기라는 모진 고통도 이겨냈다. 이렇게 살아온 민족이고 만들어진 나라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아픔도 극복하리라 확신한다. 그러기에 확진자로 이름 붙여진 이들을 죄인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그들도 피해자고 아픔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내 이웃이고 형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솔로몬의 명언이 새삼스럽다.
 
2kwang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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