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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베어 더 뮤지컬’ 기세중 “피터와 저는 정말 안 닮았어요”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07-04 12:16

기세중.(제공=쇼플레이)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가톨릭계 고등학교인 ‘성 세실리아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아픔과 성장을 다룬 작품으로 파격적이고 대담한 소재와 탄탄한 구성의 드라마 라인에다가 중독성 강한 넘버로 마니아층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베어 더 뮤지컬’에서 ‘피터’는 말할 수 없는 사랑의 비밀 때문에 고뇌하는 인물로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주로 피터의 서사를 따라가게 된다. 네 번째 올라온 2020년 ‘베어 더 뮤지컬(이하 ’베어‘)’에서 피터 역을 맡은 기세중을 만나 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박강현, 이상이, 민경아 등 뮤지컬 톱스타를 배출한 ‘베어 더 뮤지컬’에 새로운 얼굴로 온 기세중은 “형식적일 수 있는데 정말 진심으로 기대 반과 걱정 반으로 시작했다”며 “인기 있는 작품에 함께 하다 보니 부담이기도 했고, 사실 ‘베어’는 제가 연기를 잘 못 하는 성향의 뮤지컬이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이어 “연기할 때 배우들의 성격이 중요한데, 피터와 저는 비슷한 점이 많지 않은 캐릭터이다. 그래서 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에 함께하게 됐다”며 솔직함 100%의 대답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세중.(제공=쇼플레이)


피터와 닮은 점이 없어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기세중의 대답에 비슷한 점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피터와 닮은 점을 찾자면 주변 친구들이나 사람들을 대할 때 재거나 따지거나 하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만 대한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는 게 가장 닮았다. 피터와 다른 부분은 너무 많다. 텍스트로만 봤을 때 외형적으로 약한 부분이라고 쓰여있는데 사실 제가 약하지는 않거든요. (웃음) 제가 운동도 했었고 덩치가 있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얘가 어떻게 피터를 하냐"하고 제이슨 역할들의 배우들은 'Ever After' 넘버에서 "피터를 어떻게 밀치냐"고 하더라. 멜빵 바지를 입고 나올 때도 사실은 멜빵 바지를 입으면 덩치가 더 커 보인다. 그래서 안 입고 싶었는데, 다들 괜찮다고 해줘서 지금은 괜찮은 거 같다"
 
기세중은 ‘베어’의 제안을 받고 합류하게 되었지만 이전에 오디션을 두 번이나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터와 다르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저의 목소리였다. 피터는 약한 부분이 있으니 목소리도 여린 게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고, 예전에 떨어진 이유로도 연출진분들께서 제 목소리가 걸렸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번에는 제안을 주셨길래 제가 할 수 있냐고 되물었더니 같이 해보자고 하셔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캐릭터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죠"라며 기세중의 피터 역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다음은 기세중과의 일문일답이다.
 
Q. 피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에 두는 부분은.

 
"제가 제이슨한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표면적으로는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며 동성애자이고, ‘성 세실리아’ 학교는 동성애를 하면 안 되는 가톨릭 학교다. 이런 상황적인 거에서 오는 피터의 상태가 제일 중요했다."
 
기세중.(제공=쇼플레이)
 
Q. 피터와 제이슨의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피터와 제이슨은 전반적으로 많이 다르다. 피터는 마음이 더 중요한 아이이고, 제이슨은 마음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보여지는 모습이 더 중요한 아이다. 제이슨들의 생각을 들어봐야겠지만 제이슨은 잃을 게 많은 아이라서 겁이 많고, 피터는 피하기보다 부딪쳐야 하는 사람이다"
 
Q. 피터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피터가 마음이 힘들게 된 건 엄마 때문이다. 어렸을 때 피터의 모습을 보고 엄마도 마음이 다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서로 대화를 안 하려고 하고 피하려고 한다. 수녀님이 피터에게 ”너는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거다“라고 말해준 게 아니었다면 피터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이 한 마디가 중요했던 거 같다."
 
Q. 피터로서 아이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이비가 제이슨을 좋아하고 아이를 가졌으니 화는 나지만 싫어하거나 아이비를 찾아가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 같다. 어쨌든 잘못은 제이슨이 한 거고, 실망감만 있을 거 같다. 아이비가 피터와 제이슨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떨어져 있을 때 오히려 아이비의 상태가 신경 쓰인다. 피터는 제이슨과의 관계를 끊으면 그만인데 아이비는 제이슨의 아이를 가지지 않았나. 그래서 ‘아이비를 위로해줘야 하나?’라는 의문점은 든다."
 
Q. 제이슨이 죽었을 때 피터는 줄리엣인가, 피터인가.
 
"제이슨이 죽고 나서 상황에서 그 공간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하는 극 중이라고 생각한다. 내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으면 제이슨을 붙잡고 오열을 할 거 같은데, 제이슨이 자기의 마지막 대사를 하니까 피터도 줄리엣의 마지막 대사를 한다. 피터가 사실 제일 되고 싶었던 캐릭터가 줄리엣이었으니까. 그리고 줄리엣의 상태로 끝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피터에게 더 의미 있고 그렇게 끝냈을 때 피터가 원했던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Q. 기세중은 연극 ‘알앤제이’에서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더니 ‘베어’에서도 만났다. 나중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오롯이 연기해보는 것은 어떤가.
 

"‘알엔제이’를 할 때 장면 장면이 점프를 하니까 오히려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반적인 것을 많이 알아야 해서 그때 공부를 많이 해뒀더니 이번에 도움이 많이 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정통 연기를 해보고 싶냐는 질문에는 하고 싶은 마음과 하기 싫은 마음이 반반이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까 해봤을 때 재미있을 거 같기도 하고 집중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반대로 너무 많은 사람이 아는 작품이라 무서운 점이 있다. 캐릭터에 대한 편견과 틀이 강하고 셀 텐데, 저는 어떤 틀이 강하게 있는 작품에 들어가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무서워서 하기 싫은 것도 있다."
 
기세중.(제공=쇼플레이)

Q. ‘베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거 같나.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극인 거 같다. 큰 드라마는 남자 둘이 사랑하는 것에 세상이 브레이크를 걸면서 둘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지만 이 안에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다양한 친구들이 마약, 성, 일탈을 하는데 이 공연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게 잘못된 건가?’싶다. 그들은 순종적으로 살지 못하는 자기들의 삶을 망가지지 않게 하려고 기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도 중고등학생 때 학교 적응을 잘 못 해서 자퇴를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를 정말 안나가서 졸업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출석을 했다. 그때 체육선생님이 큰 힘이 되주셨는데 적응을 잘 못하는 아이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때로는 잘 잡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체벌이 있었는데 혼날 때는 매우 크게 혼났었다. 그리고 졸업 후에 보니까 공부만 하고 순종적으로 살았던 친구들보다 제가 사회에 적응하는 속도가 더 빠르더라. 그리고 학교에 들어가서 연극영화과를 갔는데 군기도 너무 세고 집합 당하고 맞고 그러는데 수용을 못 했다. 대학교는 내가 선택해서 온 곳이고 앞으로 도움을 받으러 온 것인데 이런 곳이라면 다시 학교를 안 돌아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생 때 체육선생님이 ‘베어’의 신부님과 수녀님의 모습이 있었던 거 같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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