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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베어 더 뮤지컬’ 임준혁 “제이슨의 외침이 들리시나요?”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07-04 11:11

임준혁.(제공=쇼플레이)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2015년 초연 이후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가톨릭계 고등학교인 ‘성 세실리아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아픔과 성장을 다룬 작품이다.
 
동성애, 마약 등 파격적이고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들까지 솔직하게 다루며, 청소년 시기에 누구나 가질 법한 고민, 방황, 외로움, 공허함, 불안한 심리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탄탄한 구성의 드라마로 다루며 중독성 강한 넘버로 마니아층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재연, 삼연에 이어 2년 만에 사연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베어 더 뮤지컬(이하 ’베어‘)’ 삼연에 이어 이번 시즌 ‘제이슨’역으로 다시 돌아온 임준혁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임준혁은 ‘베어’에 다시 돌아온 소감으로 “행복, 걱정, 기대가 1/3씩 있었다. 사실 지난 시즌에 ‘베어’를 했을 때 좋은 점도 많았지만 힘든 점도 많았다”며 시작부터 고백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상하게 지난 시즌 공연을 하면서 내내 아팠다. 왜 아팠는지 모르겠는데 유독 ‘베어’를 할 때 아프더라. 말도 안 되지만 성장통을 겪는 기분이었다. 누구는 33살에 성장통이라고 하면 오버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힘든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이 작품을 만날 때 겁이 났다. 사람들은 자기 경험에 대해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지 않나. 그래서 무섭기도 했지만, 이 아픔을 이겨낼 만큼 작품이 좋은 기억으로 있어서 제이슨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두려움을 깨고 나온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임준혁에게 2년 만에 다시 만난 ‘베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017년에 했을 때는 거의 저의 데뷔였다. 그때는 대사와 동선을 외우고 큰 롤을 맡았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중압감 때문에 어떻게든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치여 살았다. 이번 시즌에는 그때 보다 조금은 여유가 생겨 제이슨에 대해서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고민을 했다. 십 대 학생들로 나오는 작품이니까 배우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에너지를 좀 더 쏟았다. 저를 좀 더 편하게 막 대할 수 있게 했는데, 애들이 저를 무시하더라. (웃음) 그만큼 저를 편하게 생각한다는 거니까 좋은 거 같다.”
 
‘베어’를 보면 피터의 서사로 흘러가기 때문에 피터의 마음이 더 크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제이슨도 피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임준혁은 이에 대해 “제이슨은 제이슨이 할 수 있는 만큼 피터를 많이 사랑한다. 누구의 방식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지만 피터에게 있어서만큼은 제이슨의 사랑을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 이 둘의 사랑이 보이지 않으면 후반부에 나오는 성장통과 두려움에 대한 감정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을 거 같아서 피터를 사랑하는 장면에서는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임준혁.(제공=쇼플레이)

다음은 임준혁과 일문일답이다.
 
Q. 제이슨의 모습 중에서 임준혁과 닮은 점은.

 
"어느 캐릭터를 하든 제 모습이 조금은 투영된다고 생각한다. 대본을 분석할 때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까’라고 생각해본다. 제이슨과 친구들과의 관계와 사랑을 할 때 최선을 다하는 점은 저랑 닮은 거 같다. 피터가 가장 원하는 커밍아웃에 대해서 제이슨은 받아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저로서 최선을 다한다. 또 제이슨은 외강내유인데 저도 겉으로 봤을 때는 인싸같고 활발하게 보이지만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고 힘들어하고 상처받는 편이다. 이런 점이 제이슨과 제가 다른 거 같다. 저는 고등학생 때 아이들의 관심 속에서 학교생활을 하지 않았다. 보기보다 조용하고 평범한 학생이었다."
 
Q. 제이슨은 피터의 어떤 점에서 끌렸을 거 같나.
 
"우리는 평소에도 누굴 만나면 그 사람의 외형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그 사람의 마음을 보자마자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나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 할 거 같아’라고 느낀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한 번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제이슨이 피터를 보고 그런 마음을 느꼈을 거 같다. 폭풍 같은 끌림으로 운명처럼 느껴졌을 거 같다. 그리고 계속 신경이 쓰이면서 마음이 가게 되지 않았을까."
 
임준혁.(제공=쇼플레이)


Q. 그런 제이슨이 아이비와 밤을 보냈을 때 마음은 어땠을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제이슨은 나쁜 남자로 비칠 수 있다.
 

"제이슨은 당연히 나쁜 남자처럼 보인다. 임준혁으로 제이슨을 바라봤을 때도 제이슨은 표면적으로 겁쟁이이다. 그런데 제이슨으로 바라보면 그는 잃을 게 많은 아이다. 자신이 지켜야 할 게 많고 부모님도 제이슨에 대해 기대하는 것도 많고, 학교에서 인기 많은 아이라서 동성애자라는 게 밝혀졌을 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할 상황이 너무 두렵고 겁나지 않았을까.
 
드라마를 봐도 돈이 많은 부자라고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은 가진 것과 지킬 게 많고 완벽하고 싶은 마음에 산다. 또한 우리도 늘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스스로 비교를 하고 비교당하면서 살지 않나. 온전히 나로서 살기보다 남들이 보는 나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자유롭게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제이슨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로 기대감과 억압 속에서 살아온 십 대 아이다. 그런 아이가 피터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처음 느낀 감정에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사랑을 선택하고 피터와 사랑을 지속하지만 커밍아웃을 할 자신은 없는 거다.
 
피터와 제이슨은 ‘Best Kept Secret’ 넘버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제이슨은 커밍아웃에 대해 압박을 받으며 피터에게 "제발 우리 이대로 사랑하자, 이 관계를 지키자, 너를 사랑하지만 날 좀 이해해줄래, 피터"라고 외치고 있다. ‘베어’가 피터의 서사로 따라가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제이슨의 나이스한 모습 위주로 나와서 이런 제이슨을 이해 못 하는 분들도 계실 거다. 제이슨은 이기적이고 자기만 잘났고 피터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제이슨은 자기를 이해해달라고 계속 외친다. 그리고 맷한테 호모새끼라는 말을 들은 순간 ‘얘가 뭔가 알고 있나?’라며 놀라는데 제이슨의 입장에서는 피터가 이기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Ever After’가 제이슨의 절규라고 생각한다. 연인들 중에 ‘헤어지자’는 말을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제이슨이 그런 마음으로 아이비를 만난다고 생각한다. 제이슨이 바보도 아니고 아이비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안다. 이 마음은 한 가지 감정으로 설명되고 정리되지 않지만 제이슨은 ‘나도 여자를 좋아할 수 있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아이비를 만난다. 물론 이게 아이비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이슨은 아이비랑 자면서도 ‘이게 맞는 거야, 내가 맞는 거야, 이게 옳은 거야’라며 본인이 혼란스러우니 계속 되뇌고 본인도 이성애자의 모습으로 살고 싶다 보니 발버둥 치는 것이다. 하지만 제이슨은 아이비와 자고 나서 자신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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