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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베어 더 뮤지컬’ 임준혁은 틀리지 않았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07-04 11:21

임준혁.(제공=쇼플레이)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제이슨이 약을 과다복용해서 죽는데, 실수인지 본인의 선택인가.

 
"저의 제이슨은 죽음을 선택해서 일부러 약을 먹는다. 사실 자살을 결심해도 죽음이 얼마나 무서울까. ‘Cross’ 끝나고 죽음을 결심하고 피터를 만났을 때 제이슨은 "우리 도망갈래? 너와 나? 돌아오지 말고 떠나자"라고 한다. 이 마음도 맞다. 만약 피터가 도망가자고 했으면 제이슨도 같이 떠났을 거다. 그런데 피터의 확실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고 같이 떠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을 때 제이슨은 버림받고 누구에게도 기댈 곳이 없어진다고 느껴 약을 먹는다. 그리고 약을 먹고 나서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되게 두려울 것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죽음을 향해 간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무서울까. 그런 의미로 ‘버킷 리스트’가 괜히 생긴 게 아니니까. 제이슨도 죽음을 결심했지만 죽음에 다가갈 때 더 살고 싶다는 혼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와중에 ‘베어’라는 넘버를 한다. "기다려,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라고 시작하며 "기억해, 우리 처음 만난 날"이라며 제이슨의 유언 같은 말을 한다. 그리고 이 곡에 사랑한다는 말이 처음 나온다. 둘이 있을 때 속삭이기는 했지만 무대 뒤에서 "널 사랑해, 기억해줘 나를 영원히"라는 말을 얼마나 크게 외치고 싶었을까. 이게 제이슨의 버킷 리스트였을 것이다. 이 말을 피터에게 하고 갈 때도 제이슨은 굉장히 무서울 거 같다.
 
그리고 저라면 남겨진 사람의 슬픔 때문에 감히 자살을 상상하기 힘들 거 같다. 지금 이 상황이 제 상황이라면 남겨진 사람이 떠난 사람의 마음을 이해 해주기 보다 오히려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됐을 거라고 자기 탓을 할 거 같다. 그런 의미로 피터가 되게 안타깝다."


Q. ‘베어’를 하면서 듣고 싶은 평은 무엇인가.
 
"제이슨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공감된다는 말이 좋다. 관객 중에는 단순히 공연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삶에 아무런 낙이 없고 마음이 힘들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런 분들이 이 공연을 보고 힘을 얻고 인생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하면 제가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마냥 좋지만은 않고 무거움과 두려움도 함께 느낀다. 그래도 제가 관객 한 명이라도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Q. 제이슨은 졸업을 하지 못하고 죽는데, 임준혁에게 졸업이란 무엇인가.
 
"어떤 졸업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Q. 거기서부터가 대답의 시작이 될 것이다. ‘졸업’하면 떠오르는 것을 말해달라.
 
"요즘 제가 항상 생각하는 게 '내가 뭘 해야 행복한 사람이지?'이다. 사람은 비교 속에서 살고 욕심은 끝이 없다. 그리고 저도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다들 고민이 너무 많더라. 특히 라이프 스타일이 극과 극인 사람들을 만나면 고민이 더 많아진다. 사람은 태어나서 행복하려고 사는 게 아닌 거 같다. 왜 맨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착각을 하지? 맨날 행복하면 큰 불행이 찾아왔을 때 오히려 더 힘들지 않을까. 졸업이 죽음이라고 연관 지어 봤을 때 우리는 태어나서 죽음을 향해 간다. 한치 앞도 모르는 삶을 살아가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한다."
 
Q. 임준혁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
 
"스트레스를 많이 못 푼다. 자신의 힐링 포인트를 많이 갖고 있는 게 좋은건데 저는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신다거나 하지 않는다. 재미없는 스타일인데 그냥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거나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한다."
 
Q. 그게 임준혁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일 수 있는데, 좋아하는 프로그램과 음식을 이야기해주면.
 
"최근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이다. 등장인물들이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시즌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보는 재미도 있다. 영화는 ‘인셉션’을 추천한다. 소재도 독특하고 꿈과 현실의 규칙적인 시간이 완벽 해야하는 게 숨죽이면서 보게 만든다. 음식은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먹지만 초밥을 좋아하고, 제가 만든 음식 중 자신 있는 것은 김치볶음밥과 고추장 된장찌개이다."
 
임준혁.(제공=쇼플레이)

Q.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제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연기를 하면서 멋있게 나이를 먹고 싶다. 모두에게 편안하고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꿈이다."
 
임준혁은 ‘베어’의 지난 시즌 스페셜 커튼콜 때를 회상하다가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이슨이 신부님이 아니라 수녀님에게 가서 "너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라고 들었으면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겠냐고 말씀하시는 관객들이 있다. 지난 시즌 스페셜 커튼콜 때 특별히 신부님이 제이슨에게 "너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라고 말하는 걸 듣는데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렸다. 사실 어떤 사람의 말로 삶이 바뀔 수 있는 건데. 제이슨의 마음을 누가 알겠나. 그의 행동이 용서 받을 순 없겠지만 어떤 혼란 속에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임준혁의 울먹이는 대답을 듣는 동안 내 앞에 배우 임준혁이 아닌 제이슨이 앉아서 울먹이는 거 같았다. 그에게서 제이슨의 외로움과 고독이 보여 한동안 먹먹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혹은 임준혁이 여태 살아오면서 듣고 싶었던 말은 "너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라는 것이 아닐까는 짐작도 해보았다.
 
지난 시즌에 ‘베어’를 하면서 성장통으로 너무 아픈 기억이 많다는 임준혁의 이번 시즌은 부디 많이 아프지 않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8월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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