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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풍월주' 박준휘 "같은 공연이어도 매번 다르게 보이길 원해"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기자 송고시간 2020-07-10 16:49

박준휘.(사진=이인영 포토그래퍼)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뮤지컬 '풍월주'는 2011년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 선정된 후 2012년부터 공연을 올려 2020년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증명한 뮤지컬 '풍월주'에서 열의 가장 친한 벗인 사담 역에는 새로운 캐스팅으로 박준휘, 김현진, 백동현이 연기를 하고 있다. 아시아뉴스통신은 박준휘를 만나 뮤지컬 '풍월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박준휘는 뮤지컬 '풍월주'에 대해 "아는 형들이 많이 한 공연이고, 그 형들이 제가 사담 역이 어울릴 거라고 많이 말해주셨다. 그래서 어떤 공연인지 관심이 있었는데 오디션 볼 기회가 있어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실 저는 오디션을 잘 못 봤어요"라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박준휘.(사진=이인영 포토그래퍼)

박준휘는 "'부르지 못한 이름' 넘버와 "셋이오~ 넷이오~ 다섯이오~"라고 하는 대사 부분을 오디션을 봤는데 그때는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다. 제가 또 무대에서는 전혀 안 떠는데 오디션에서는 긴장을 엄청나게 하는 편이라 오디션을 잘 못 봤다. 그리고 그때 연출님께서 담이가 여섯에서 여덟로 바로 가는 이유를 물어보셨는데 저는 "얘가 숫자를 잘 모르는 애인가?"이랬더니 다들 웃으시더라. 저의 아무 생각 없는 순수한 모습에 뽑으셨나.(웃음). 지금은 담이가 왜 숫자를 건너뛰고 말하는지 안다. 열이를 부르고 싶은데 열이라는 말을 못 해서 부르는 건데... 그냥 부르면 되지, 사담이니까 그런가 보다"며 웃으며 오디션 날을 회상했다.

사담과 박준휘가 닮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준휘는 "작은 거..."라고 조용히 대답해 웃음을 주었다. "저는 부산 상남자라고 생각하는데 주위에서 '부산 산 남자'라고 하더라"며 "사담은 외유내강인데 저도 힘든 티를 안내려 하고 또 내고싶지도 않다. 주위에 안 좋은 기운을 주기 싫어하는데 사실 모든 사람이 사람과 비슷하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다.
 
박준휘.(사진=이인영 포토그래퍼)

이어서 사담을 연기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매 순간이라고 전했다. "현진이 형이었으면 이 질문에 무슨 말을 했을까요?"라고 웃어보이며 "열에 대한 마음 자체를 가장 크게 뒀다. 어느 정도 좋아하냐는 차이가 아니라 열이라는 존재 자체를 중점을 둬야지 어느 장면이는 쉽게 풀렸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사랑과 우정의 퍼센티지가 어느 정도인 거 같냐는 질문에 "저는 이걸 나눈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됐다. 이 둘의 관계는 사랑, 친구, 가족처럼 단정 지을 수 없고 '가까운 사이'라고 표현하기에 너무 얕아 보이더라. 열과 담을 보면서 영화 '왕의 남자'가 떠올랐었는데 이 둘의 존재 자체가 중요한 거 같다. 또한 실제로 세상 살면서 이성이든 동성이든 사랑을 뛰어넘는 관계가 있을 것이다"고 박준휘가 생각하는 열과 담에 대한 생각을 조곤조곤 전했다.
 
박준휘.(사진=이인영 포토그래퍼)

다음은 박준휘와 일문일답이다.

Q. 열과 담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


"이건 공연 전에 배우들과 같이 전사를 잡았던 것인데, 열이가 몰락한 양반 집안의 자제이고 담이는 그 집에서 일하던 친구였다. 그리고 열과 담은 그때부터 친했지만, 같이 거리로 나오게 되면서 더 돈독해진 거 같다. 담이는 자존심이 센 열이를 굶기지 않겠다고 돌팔매질을 맞으면서도 음식을 구해왔을 거 같고, 이런 담을 보면서 열이는 둘이 함께 배부를 수 있는 일 중에 고민하다가 '풍월주'에 들어가게 된 거 같다."

Q. 담이의 결말에 대해서는 박준휘라면.

"담이가 죽지 않고 멀리 떠났다면 담이로서는 자신이 살아있는 거 자체가 열이한테 불행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것만 선택할 수 있었고, 그 생각만 들었을 것이다. 열이를 위해서라면 슬프지만 죽음이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해탈한 기분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제가 담이었어도 서스럼없이 그랬을 거 같다. 지금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대신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칼에 찔리거나 그러면 '아악 아파~' 이러겠죠? (웃음)"
 
박준휘.(사진=이인영 포토그래퍼)

Q. 열의 이석준, 이율 배우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

"석준이는 동생이다 보니 편해서 연습 때부터 살갑게 다가왔다. 나이대도 비슷하다 보니 편하게 남자끼리 치고박는 장면이 애 같다. 석준이도 저를 애라고 생각하더라. 그래서 제가 "석준이 형"이라고 부른다. 율이 형은 저보다 형이고 '풍월주'를 예전부터 해오셔서 든든함이 있다. 석준이는 어느 부분에서 제가 챙겨주는 게 있는데 율이 형이랑 하게 되면 한없이 의지하게 된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 같이 믿고 기대는 형이다."

Q. 박준휘는 애드립을 좋아한다는데, 극에서 보인 애드립은 무엇이 있는가.

"극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애드립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제가 연습실에서 종종 애드립을 선보이면 연출님이 "준휘야 제발 그만"이라고 하시더라. (웃음) 초반에 "넓은 바다에~ 어, 늦었다!"라고 하는 장면에서 뭔가 늦은 게 확인돼서 이 대사를 한다고 생각해서 제가 일부러 물을 쏟아서 "아 차가워!"라고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건 제 만족이었던 거 같다. 

그리고 이건 꼭 써주셨으면 좋겠는데 공연에서 "지금 몇시지?"하면서 손으로 해시계를 만들었을 때 관객들이 다 웃으셨다. 그런데 무대가 끝나고 연출님이 오셔서 "준휘야 너 그거 할 거니? 절대 하지마"라고 하셨다."

Q. 애드립으로 인해 상대 배우가 당황한 적은 없나.

"공연 중에는 그러면 안 되니까 심하게 하지 않는다. 연습 때 궁곰 역의 상훈이 형이 제가 애드립을 하니 "너랑 하면 긴장된다, 준휘야. 제발 우리 약속하고 하면 안 되니?"라고 하더라. 반면 창주 형은 전혀 긴장을 안 한다. 애드립이라는 게 다 믿음에서 나오는 애드립이라 공연에서 크게 벗어나게 하지는 않는다."
 
박준휘.(사진=이인영 포토그래퍼)

Q.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무엇인가.

"'니가 아니면 내가 아니면' 장면인데 이 부분에서 심하게 감정이 요동친다. 그래서 제일 재미있다. 살면서 이렇게 요동치는 삶의 생각을 많이 할까 싶더라. 연기니까 이런 생각을 해보지 싶으면서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재미있다."

Q. 작품을 끊임없이 이어나가는데 캐릭터 분리를 할 때 힘든 점은 없나.

"제 목표는 공연하면서 매 공연을 항상 같게 하고 싶지 않다. 다른 작품에서 했던 제 캐릭터가 이 작품에서 비춰지지 않길 바란다. 예를 들면 이 공연에서 오른손잡이였다면 저 공연에서는 왼손잡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다 다르게 하고 싶다. '박준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을 붙여나가면서 연기한다."
 
박준휘.(사진=이인영 포토그래퍼)

Q. 유독 감정이 극으로 치닫는 연기를 많이 하는데, 다른 작품 해보고 싶은 게 있나.

"그러게요. 저에게는 그런 역을 많이 주신다. 저도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뮤지컬 '이블 데드'처럼 블랙 코미디를 해보고 싶고,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토비도 해보고 싶다. 또  뮤지컬 '디얼 에반 한센'의 주인공을 해보고 싶다. 사실 제안해주는 작품들이 너무 감사하다."

Q. 박준휘는 무대 위에서 어떤 말을 듣고 싶나.

"들었던 말 중에 "무대에서 섹시해보인다"는 말이 좋았고, "귀엽다"는 말은 별로다. 부산 상남자인데...(웃음) 김소향 누나가 저에게 "너 귀여운 척 하지마, 배우는 섹시해야 돼"라고 하시더라. 저도 곧 나이가 서른이 다 되어가니 귀여운 이미지를 탈피해서 풍부한 역할을 맡을 수 있었으면 한다."

Q. 배우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있나.

"절대 거만해지지 말고 초심 잃지 말자. 이게 제일 중요한 거 같다."
 
박준휘.(사진=이인영 포토그래퍼)

박준휘는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재미있는 대답으로 박준휘만의 대답을 선보였다. 테이블 앞에 있는 과자를 가리키며 "저는 일상적인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이 과자 어차피 먹을 거고 입에 들어가면 다 같을 테니 그냥 먹는 게 아니라 가루를 내어서 먹어본다거나 좀 더 다르게 먹어보고 싶다"며 예측 불가능한 매력을 보여줬다. 

현재 뮤지컬 '풍월주'와 '루드윅'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준휘의 공연을 보러갈 관객들은 하루만 봐서는 안 되겠다. 매 공연을 똑같이 하고 싶지 않다는 박준휘의 말에 따르면 N차 관람은 필수겠다. 

믿고 보는 배우 박준휘는 현재 뮤지컬 '풍월주'와 '루드윅'에서 열연 중이며, 뮤지컬 '풍월주'는 8월 2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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