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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이광희기자 송고시간 2020-08-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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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뉴스통신=이광희 기자]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 법원의 영장이 집행되고 최고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범죄자를 감싸고 있다. 성추행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나라. 또 그런 사람이 버젓이 고위 외교관을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말이 될법한 소리인가. 하지만 뉴질랜드 국민들이 볼 때는 분명 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앞에 적시한 것들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이런 사실도 얼마 전에 알게 됐다. 지난 7월말 뉴질랜드 총리가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의 뜻을 전했으므로 알게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내막은 이렇다.

2017년 말 뉴질랜드 대사관에 근무하던 한국 외교관이 당시 같이 근무하던 뉴질랜드 남성을 성추행했다는 거다. 한국 외교관은 뉴질랜드 국적의 남성 직원 엉덩이 등 민감한 부위를 만졌다는 게 사건의 전말이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혐의는 3차례였다.
피해자는 문제를 한국 외교관에게 제기했지만 그 후에도 대사관 소재 빌딩 엘리베이터에서 사타구니와 허리벨트 주변, 손 등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이 문제가 내부적으로 불거지자 2018년 귀국한 외교관을 자체 조사해 1개월의 감봉처분을 했다. 그리고는 아시아의 주요국가 총영사로 내보냈다. 그리고는 덮어 버렸다. 사회적으로 공론화 되지도 않았다. 현재도 그는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달랐다.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사가 됐다. 그곳 한 방송에서는 한국 외교관이 최대 징역 7년형의 성추행 행위를 총 3차례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뉴질랜드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있으며 사건발생 당시에 촬영된 한국 대사관 CCTV 영상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 법원은 세 차례에 걸친 성추행 혐의로 한국외교관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동시에 외교관의 뉴질랜드 인도를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던 거다.

물론 한국외교관은 이를 부인했다. 우선 성추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지극히 장난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우리나라의 상식으로 보아 이 정도면 장난쯤으로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깨를 치거나 팔을 잡거나 하는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문화다. 하지만 사타구니를 만지거나 엉덩이를 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성정체성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이라 어떤 것도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나름대로 견해와 시각이 다르다.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도도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을 수 있기에 하는 소리다. 

우리는 최근에야 동성 간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동안은 동성 간의 문제는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하지만 성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나라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다. 뉴질랜드도 이에 속한다. 남성간의 불필요한 접촉도 성추행으로 혐오감을 표시한다. 또 그런 행위는 엄연한 형사법 위반으로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상식으로 엉덩이를 한번 쳤다고 최고 징역 7년형을 선고받는 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그렇게 적용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 그 사회는 그렇게 수용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사회인만큼 타인에게 약간의 혐오감을 주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점에 눈높이를 맞추면 한국은 참으로 이상한 나라가 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외교부장관이 우리 국민과 대통령에게는 사과를 하고 정작 뉴질랜드의 피해 당사자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주장의 신빙성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직 피해자의 진술에 진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과는 이르다는 말이다.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답답한 것은 그 나라의 문화 풍토조차 정확하게 파악치 못한 사람이 고위 외교관으로 파견되었다는 사실이다. 또 그로 인해 두 나라간 외교적 마찰이 빚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2년이 넘도록 방치해왔다는 점도 지적받을 만하다. 외교관들의 면책특권만으로 현지에서 있었던 사건을 덮으려는 태도 또한 비난받을 만하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지금도 아시아의 주요 국가에 총영사로 파견된 채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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