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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육군본부는 말이 없다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이광희기자 송고시간 2020-09-22 11:08

아시아뉴스통신 대전세종충남본사 대표이사

[아시아뉴스통신=이광희 기자]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 생활을 추억하기란 어렵지 않다. 다만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반추를 즐기지 않을 뿐이다. 

기자도 군대생활을 경험한 것이 벌써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인천 월미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곳이 최전방은 아니지만 전방일 수 있는 임무를 담당했다.

그러다보니 고향에 휴가를 왔다 돌아가는 길은 멀었다. 경부선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영등포역에서 하인천 가는 전철을 탔다. 그때도 경인선 전철이 있어 참으로 긴요했던 것으로 추억한다.

부대에 돌아갈 때는 늦어도 한나절 전에 하인천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빈둥빈둥 시간을 죽이다 귀대시간이 임박하면 월미도 순환 시내버스를 탔다.

귀대 명령시간 30분쯤 전에 복귀했다. 귀대가 늦으면 바로 영창 행이었다. 미귀가 하루를 지나면 탈영으로 보고됐다. 

그만큼 휴가군인의 귀대는 발이 무거웠다. 국민의 의무라고는 하지만 군 생활을 즐겨할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그래서 귀대는 무겁고 답답했다.

그나마 말년에는 덜했다. 처음 휴가를 다녀올 때는 더욱 그러했다. 지금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하인천가는 전철에 올랐던 기억이 또렷하다.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서모씨 휴가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병가를 갔다 제때 귀대를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서씨는 제때 귀대하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아 귀대시간을 미루었다. 전화상으로 지휘관의 구두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그도 부대로 돌아갈 즈음 심정이 그러했으리라. 그러다보니 제때 귀대치 않아 문제가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서씨가 군복무시절 특혜의혹에 휘말린 부분이 이 지점이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이와 관련 “지휘관이 구두 승인을 했더라도 휴가 명령을 내게 돼 있는데 서류상에는 그런 것들이 안 남겨져 있다”고했다. 이어 “행정 절차상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의원들의 잇따른 의혹 제기에 정 장관은 “추가 행정조치를 완벽히 해놓아야 했는데 일부 안 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궁금증이 일었다. 병가나 휴가 후 귀대시점에 전화상으로도 지휘관의 사후 승인이 가능한 것인가. 이것은 모든 병사들에게 적용되는 것인가. 요즈음 군 문화가 그렇게 변했는가.

기자가 군대생활 당시에는 턱도 없는 일이었다. 지휘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귀사유를 들먹인다는 건 말도 안됐다. 하지만 군도 너무나 많이 문화가 바뀌었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는 카톡으로도 휴가 연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확인이 필요했다.

육군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멘트를 요청했다. 육본 정훈실 담당자는 딱 한마디만 했다.

“국방부 홍보실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의 심정을 생각해서 휴가문제가 어떻게 되느냐. 전화나 카톡으로도 정말 휴가연장이 가능한 거냐. 등등을 되물었다.

하지만 그 담당자는 여전히 “아무말씀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라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요즈음 너무 시끄러워 대답하기가 참 어렵기에 국방부로 창구를 일원화 시켰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해가 갔다. 육군본부는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세상이 됐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조사대상의 57%정도의 응답자가 추미애장관의 아들 병가문제는 특혜라고 대답했단다. 36%정도만 문제가 없다고 답했단다.

특혜와 비 특혜의 잣대는 간단하다. 모든 병사들이 그와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면 그것은 비 특혜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의 아들이었기에 그렇게 됐다면 특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특혜라고 생각하는데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상황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는 법적 문제가 아니다. 도덕적 문제다. 형평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고 하는 헌법정신을 위배했느냐는 문제다.

영국왕실이 지금까지 존경받는 것은 그 구성원들이 국가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전장에 뛰어갔기 때문이다.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왕실은 솔선수범해서 전쟁에 참가했다. 1982년 있은 포클랜드 전쟁 때도 당시 영국 왕실 승계 서열 2위였던 ‘앤드류 왕자’가 영국 왕실 해군으로 전쟁에 참전했다. 사실 포클랜드 전쟁은 영국에게 상당히 분리한 전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정신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다.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는 뜻이다.

사회적 부와 권력과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명예를 가진 사람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도덕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정신이다.

우리 사회는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국민들이 비뚤어진 운동장에 서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바람 했다. 그것이 국민적 기대였다. 실망을 더 크게 하는 것도 기대가 컸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실망이 쌓여 가면 결과는 무너지는 것밖에 없다. 둑은 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지만 실금이 가기시작하면 언젠간 무너지게 마련이다. 

육군본부가 당당하게 국민에게 대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2kwang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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