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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충북 송이 흉년 '자연재해 수준'…현지인들 한숨소리만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20-10-04 07:26

긴 장마에 가을 가뭄까지 겹쳐 예년산출량의 10~20% 수준
괴산 청천 등 충북 산지마다 직판장 열자마자 문 닫을 판
추석 연휴 나흘째이자 토요일인 3일 오후 4시10분 쯤 충북의 대표 송이 산지인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버섯거리의 한 송이직판장 모습. 예년 같으면 송이, 능이 등 야생버섯을 구입하려는 방문객들로 한창 붐빌 시간대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에 버섯 흉년까지 겹쳐 방문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다시피 해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송이 많이 땄냐구요? 말도 마세요. 올핸 송이 몇 kg 못 따보고 송이철이 벌써 끝나갑니다."

"지난 여름 비 피해와 태풍 피해가 너무 커 가을에 송이가 많이 나기만을 기대했는데 그마저도 이젠 헛된 꿈이 됐습니다. 올해 같이 송이 흉년인 해는 예순일곱 살 먹도록 처음 겪어봅니다."

3일 오후 충북의 대표 송이산지인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일원에서 만난 송이꾼들에게 올해의 송이 작황을 물었더니 손을 가로 저으며 푸념하듯 들려준 대답이다.

또 다른 송이산지인 보은 속리산 일원의 송이꾼들에게도 확인한 결과 들려준 대답은 한결같이 "말도 마세요" 였다.

"자연에 기대어 사는 신세이기에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고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충북의 송이 산지에 유례 없는 송이 흉년이 찾아들어 해마다 송이 수확으로 일년을 먹고 사는 산지 주민 대부분이 울상을 짓고 있다. 

비단 송이뿐만이 아니라 능이버섯, 싸리버섯 등 자연산 버섯류가 예년에 비해 턱없는 산출량으로 버섯철에 버섯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명 버섯꾼들은 이같이 올해 버섯 흉년이 든 원인을 '날씨 탓'으로 보고 있다.

유례 없이 길었던 장마에 잇단 태풍, 그후 곧바로 찾아온 가을 가뭄이 버섯 산지의 환경을 뒤바꿔놓아 버섯 포자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괴산군 청천면 관내에서 송이 채취업을 하는 A씨(67)는 "송이철에 송이가 많이 나는 곳의 낙엽 등을 헤집어 보면 가는 실같이 생긴 포자체가 하얗게 깔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올핸 그런 게 별로 안 보인다"며 "장마철에 비가 너무 많이 장기간 내린 데다 정작 송이철을 앞두고는 너무 비가 내리지 않은 이상 기후가 결국 최악의 송이 흉년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유례 없이 길었던 장마에 잇단 태풍, 그 뒤에 찾아온 가을가뭄 등의 여파로 올해 '자연재해 수준'의 야생버섯 흉년이 들어 산지 주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예년 같으면 송이, 능이 등 야생버섯을 구입하려는 방문객들로 크게  붐볐을 10월 초 주말(3일 오후 4시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버섯거리에 방문객들이 뚝 끊겨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주민들은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야생버섯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버섯을 구입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도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그 결과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등 해마다 야생버섯 직판장이 개설, 운영되는 충북의 대표 버섯산지들이 버섯철에 버섯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23일을 전후해 도내 야생버섯 산지에서 직판장을 잇따라 개장했지만 개장 1주일여 만에 방문객의 발길이 끊길 정도로 버섯 산출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예년 같으면 하루에 적어도 50~100kg 이상의 송이가 산출됐던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의 경우 3일 현재 하루 10kg도 채우기 어려운 흉작을 보이고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첫 송이가 나오기 시작한 뒤 보통 10~15일 정도가 되면 절정기라 할 만큼 송이가 쏟아져 나오기 마련인데 올핸 송이철이 시작되자 마자 송이가 자취를 감춰 버섯 채취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이 곳 외의 도내 다른 버섯산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예년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현지인들은 밝히고 있다.

오죽하면 올해 송이의 작황을 '자연재해 수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괴산군 청천면의 버섯 취급업자 B씨(68)는 "이 지역엔 예전부터 송이가 많이 나 많이 채취하는 사람은 한 철에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면 지역 전체로는 한 해에 '송잇돈'만 60억~70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이에 비춰 보면 올해는 말 그대로 송이 작황이 자연재해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kooml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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