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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연회 강동지방 아멘교회 신동수 목사, '아름다운 치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10-13 00:29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아멘교회 신동수 목사.(사진제공=아멘교회)


아름다운 치매

 저의 어머니는 십여 년 전 여든셋의 연세에 소천하셨습니다. 몸은 건강하신 편이었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수년간 치매를 앓으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치매를 앓으시는 동안 식구들이나 주변인들에게 거의 이상행동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님의 치매 증상이 초기에는 건망증 정도로 경미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수요일 낮에 마실 나가셨다가 저녁 예배시간까지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깜짝 놀라서 교우들과 함께 온 동네를 찾아 헤매었는데 다행히 밤늦게 몇 킬로미터 떨어진 경찰서에 계시다는 연락이 와서 모시고 왔습니다. 늘 다니던 길을 잊으신 거죠.

 곧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습니다. 의사의 소견은 심각했습니다. 뇌의 단층 사진에 대한 의사의 설명대로 뇌 전체가 축소되었고 특히 해마부분의 축소가 두드러졌습니다.

 그 후로 어머니는 정부의 지원으로 집 가까운 시설에서 낮 동안 치매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셨습니다. 계속해서 치매가 악화되었지만 이상증세 없이 지내셨고 주일에는 기쁨으로 예배드리시고 교우들과 교제하셨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실 때까지 기도하시며 감사하시며 밝게 사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날에는 낮에 여느 때처럼 치매환자 프로그램에 다녀오셨는데 복통이 있어서 저녁을 드시지 못하고 일찍 방에 들어가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 밤에 어머니 곁에서 함께 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 어머니 곁에서 함께 잠들었습니다.

 새벽 기도시간에 눈을 뜨니 어머니 숨소리가 거칠게 들렸습니다. 거실에 있던 아내가 달려와 어머니의 손을 함께 잡고 기도하는데 조용히 숨을 거두셨습니다.

 사실 어머니는 제가 목사가 된 후에 뒤늦게 신앙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간신히 한글을 읽을 정도밖에 지식은 없으셨지만 성경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셨습니다. 특히 아무도 미워하지 말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사셨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치매로 기억되는 임종의 유산을 남기셨습니다.  

 나는 종종 어머니의 임종을 생각하며 나도 그렇게 마지막을 살다가 주님의 품에 안기기를 소망합니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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