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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순창의 샘(우물) 이야기_(4) 순창읍 충신리 가운데 샘

[전북=아시아뉴스통신] 이두현기자 송고시간 2020-10-23 08:40

물이 엄청나게 많이 솟아올라 마을 어르신들도 샘 밑을 한 번도 보지 못해
물이 차가워 일명 땀띠샘이라고 불러,여름에는 수십 개의 김치통이 주렁주렁
수돗물에 밀려 한 귀퉁이에서 뚜껑이 씌워진 채 묻혀 흔적을 알 수 없게 돼 아쉬워
순창군 순창읍 충신리 88번지 가운데 샘, 원형, 깊이 3미터./아시아뉴스통신=이두현 기자

금산에서 기두(起頭)하여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동쪽으로 박환하여 능선을 이뤄 북풍을 막아주었기에 터가 이룩되어 마을이 형성되었으니 이곳을 '충신리'라고 한다. 1940년 대홍수로 경천이 범람하여 많은 수재민이 생기자 이곳으로 이주시킨 마을이다.

그러나 옛날에도 이곳에 마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1600년대에 순창향교가 이 마을 88번지에 있었고 당시 벌레가 극심하여 향교의 뒤편 74번지에 충신당(蟲神堂)이란 제단을 마련하고 벌레를 없애달라고 신에게 제사하였다는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이곳을 충신당이라 불렀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에 벌레 충(蟲)자 대신에 나라에 충성하고 신의에 사는 마을이 되자고 뜻을 모아 충신리(忠信里)로 정했다고 한다.

이러한 마을 한 복판 중간 지점인 충신리 88번지에 마을 주민모두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전 주민이 공동으로 먹고 사는 충신리 가운데 샘이 있었다. 이 샘은 마을이 형성됨과 동시에 생겼지 않았나 생각된다. 마을 형성이 샘을 기준으로 동서로 마을이 분포되어 있고 마을 안길도 동서로 왕래하는 통로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에 의하면 이 샘은 다른 샘 보다 깊어서 물이 엄청나게 많이 솟아올랐다고 한다. 나이 드신 마을 어르신들도 샘 밑을 한 번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이 솟아올랐다고 말한다.

샘에서 펑펑 솟아나는 샘물은 너무도 맛이 좋았고 여름이면 물이 차가워 일명 땀띠샘이라고 불릴 만큼 시원해서 여름철 더위에 낑낑대는 어린 꼬마들도 밤에 우물가에 데리고 나와 몇 바가지만 등에 붓고 땀을 씻어내면 덜덜 떨면서 집으로 가 홑이불 한 장 덮고 잠을 그렇게 곤하게 잤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이 물이 냉장고 역할도 해주었다. 그 때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끈으로 김치통을 묶어 우물 속에 매달아 놓으면 쉽게 시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맛도 좋아지고 오래도록 두고 먹을 수 있어 여름에는 수십 개의 김치통이 주렁주렁 달렸다고 하며 겨울에는 물이 따뜻해서 우물에서 세수하고 빨래도 했다고 한다.

이른 새벽에 마을 주부들이 샘에 나와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다가 부엌 조왕신에게 정성껏 물 한 그릇 바치는 행사를 매일 아침 4시에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소중했던 샘이 수돗물에 밀려 한 귀퉁이에서 뚜껑을 씌워버린 채 묻혀버려 흔적을 알 수 없게 돼버렸고 오직 벽에 붙어 있는 ‘물’ 관리 업체의 광고지가 이곳에 샘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단서 구실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무척 아쉬움이 남는 충신리 가운데샘을 언젠가는 다시 찾아 활용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출처, 순창문화원)
 
[아시아뉴스통신=이두현 기자]
dhlee3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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