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현 논설위원, 전북대 객원교수, 교육학박사./아시아뉴스통신DB |
정부뿐만 아니라 농협도 유통부문 개혁 절실
정부가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에 대응해 농산물유통구조개선을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유통비용이 높고 농산물 가격변동도 심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통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는 품질 좋은 국산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생산농가들에게는 높은 농가소득을 제고하고자 농산물 유통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소비자와 생산자인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
아직도 농산물 유통단계가 다단계로 이뤄져 있고 유통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와 농협에서 로컬푸드를 운영해서 직거래를 하고 있지만 국내 전체 유통량에 비하면 극히 소규모 거래이다. IT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직거래도 점차 활성화 되고 있다고는 하나 이 또한 소량의 농산물에 그친다.
농사 소득을 증대시키려면 산지유통분야에서부터 도매유통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고, 물류의 효율화를 기해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중간 유통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도매시장은 아직도 법인-중도매인-하매인 등 중층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서 고비용‧저효율적인 구조이다.
정부는 수급안정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품목별 재배면적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농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한 품목이 과잉재배 될 우려가 있을 경우 다른 작물 재배로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즉 설득적 통제가 필요하다. 과잉 생산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피할 수 있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풍년이 들었을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과잉재배로 인한 가격폭락보다는 상실감이 덜 할 것이다.
한편으로 농업인들은 지금과 같은 방식을 유지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농업소득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농업이 바꿔져야 한다. 농가소득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농업소득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9년 평균 농가소득이 가구당 4118만원이었지만 그 중에서 농업소득은 1026만원으로 25%에 그쳤다. 농업소득을 올리려면 농산물 유통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
지금은 농사기술이 발전해서 우수한 농산물을 많이 생산해 내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판로를 제일 먼저 걱정한다. 아무리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해도 제 가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유통이 잘 돼야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어
농민들이 벼 가마를 쌓아놓고 시위하는 모습이 올해도 재현됐다. 심지어 한 때는 애써 재배한 농산물을 생산비도 못 건지고 갈아엎기도 했었다. 유통 개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과거에도 유통개혁 얘기를 많이 했었지만 제대로 추진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농협이 국민과 농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유통이 잘 돼야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유통개혁을 통해 농민들이 판로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우선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더욱 활성화 되고 있다. 이미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이커머스 기업이나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들이 농산물에 대한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이 부분에 농협이 뛰어들어야 한다. 농협 쇼핑몰 획기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 농협도 유통부문 개혁이 절실하다.
농촌농협과 도시농협의 상생 필요
도시농협의 역할도 중요하다. 농촌농협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도시농협이 적극적으로 팔아줘야 한다. 도시농협이 신용사업으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도시농협도 경제사업에 주력해야 할 때가 됐다. 도시농협과 농촌농협 간의 협력사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는 조합장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올해 농민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 생각해보자. 봄에 꽃이 필 무렵에는 냉해를 입었고, 특정지역에서는 우박 피해도 있었다. 여름에는 역대 최장의 장마로 폭우 피해도 많았고 막판에 태풍까지 연이어 덮쳤다. 기후변화로 인해 농민들의 재배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농민들이 애써 지은 농산물이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농협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아시아뉴스통신=이두현 논설위원, 전북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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