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 목요일
뉴스홈 칼럼(기고)
(단독)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의 발굴 현장을 바라보며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정예준기자 송고시간 2020-11-13 15:05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여러 유해가 흙 속에서 햇빛을 맞이 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정예준 기자

[아시아뉴스통신=정예준 기자] 대전 동구 낭월동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 있다.

낭월동 13-2번지 일원 골령골에서 6.25 한국전쟁 당시 군인들이 민간인을 끌고와 학살을 저지른 후 그 시신들을 매장해서 만들어졌다고 해서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인 것이다.

대전 동구청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지난 9월 22일부터 제1집단학살지로 추정되는 낭월동 13-2번지 일원에서 유해발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이 2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학살사건 당시의 참혹했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유해와 단추, 탄피와 탄두가 발굴되고 있는 모습이다./아시아뉴스통신=정예준 기자

11일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빛을 본 유해는 총 138구로 희생자 추정치 7000여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분들만 빛을 본 셈이다.

유해발굴기간 여러번에 걸쳐 골령골을 찾았다.

조사단과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은 유해발굴작업을 하는데 상당히 분주했고 이곳에서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유해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 유해들의 주인이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은 그 당시 얼마나 참혹했는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산내 골령골(동구 낭월동 13번지)일원의 집단희생 추정지에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학살당시 사용했던 소총인 M1 개런드 소총의 탄두와 탄피가 희생자 유골과 함께 발견됐다./아시아뉴스통신=정예준 기자.

희생자들의 유해에는 그 당시 어떤 방식으로 학살을 당했는지 알 수 있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박선주 충북대학교 명예교수는 한 유해를 보여주며 "발굴된 두개골 조각에 탄두가 뚫고 지나간 흔적"이라며 "사람의 뒤통수에 직접 총구를 대고 발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카빈소총과 M1소총, 45구경 권총의 탄피와 탄두가 여러개 발견됐다"고 말하면서 당시 군인과 경찰이 모두 학살에 참여한 가해자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박선주 충북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난 2일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에서 두개골 조각을 보여주며 "당시 어떤 방식으로 대전형무소 재소자들을 총살했는지 알 수 있는 유해"라고 설명했다./아시아뉴스통신=정예준 기자

더욱 충격적인 것은 유해 중 일부는 미성년자의 유해도 발견이 됐다는 것이고 여성의 유해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치아의 성장상태를 보면 성인인지 미성년자인지 가늠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다 자라지 못한 치아가 많이 발견된 것을 보면 학살 피해자 중 미성년자도 있다"고 말했다.

학살당한 이들은 주로 제주 4.3사건 당시 체포되 대전형무소에 투옥됐던 제주도민들과 국민보도연맹원들이다.

특히 국민보도연맹원으로 사망한 사람들은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보리쌀을 준다고 하기에 이름만 적었던 이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이유없이 빨갱이로 몰려 사살을 당한 것이다.
산내 골령골 학살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유해 발굴지에서 조사단원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정예준 기자.

이곳에서 학살당한 피해자들의 유족들을 간간히 만날 수 있었다.

유족들은 어딘가에 뭍혀있을 아버지와 형제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유족들에 의하면 지난 70여년을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오명을 쓰고 평생을 고통받아왔다고 했다.

이렇게 죄없고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나가고 그들의 가족은 보이지 않는 폭력에 의해 한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간 이 사건은 우리 근현대사의 또 다른 아픈 역사가 되고 말았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13일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한 가운데 허 시장이 눈물을 흘리는 학살 피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 DB

이들에게 남아있는 평생의 상처와 차디찬 흙속에 묻혀있는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언제쯤 치유가 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들의 아픔이 치유되고 흙속에 묻힌 피해자들이 편히 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jungso9408@hanmail.net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실시간 급상승 정보

포토뉴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