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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준(베를린 자유대 박사) 한국외대 연구원, 한국방송학회 연구이사 겸 한국언론정보학회 커뮤니케이션 회장. [더이슈미디어연구소DB] |
[더이슈취재팀] 4년 연속 40개국 중 40위. 올해 한국 언론이 받아 든 성적표다. 신뢰도 최하위의 한국 언론.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연구소가 매년 40여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Digital News Report 2020) 보고서는 세계 언론 지형을 파악하는 척도로 인정받는다.
말레이시아, 필리핀은 물론 심지어 아프리카 케냐보다 낮은, 그야말로 '언론 개발도상국'으로 평가된다. 보고서에 담긴 우리 언론의 현주소다.
'술 체력'에서만큼은 단연 상위권이지 싶다.
10일 모 언론사 기자 시험을 본 지원자가 최종면접을 마친 뒤 가진 저녁 술·식사 자리가 끝나고 귀가하다 만취로 쓰러져 정신을 잃고 인근 지구대로 이송되는 사고가 났다.
지원자들은 최종 합격자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면접이 끝난 뒤 이뤄진 술 자리를 면접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언론사는 "그렇지않다"고 해명했지만 이른바 '술 면접' 아니었냐는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한때 언론사들은 취재 과정에서 자주 이뤄지는 술자리를 대비해 ‘술 체력’을 테스트한다는 명분으로 술면접을 진행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미개한 악습이 아직도 언론에 남아 있는 건 아닐까.
한국언론이 상위권에서 빠지면 서러워할 부문에는 '폭력'도 있다.
유력 언론인 H사의 기자들이 서울의 한 식당에서 술이 포함된 식사를 하던 과정에서 동료 기자를 때려 죽인 일이 있었다.
2017년 발생했던 이 살인사건에서 당시 폭행을 당한 기자의 사인은 간장 파열이었다.
현업에 있는 기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늘 하는 말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 뉴스 유료화가 잘 안되다보니 광고에의 종속성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유달리 이 땅에서는 뉴스 유료화가 어렵다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그럴때마다 화살은 멀쩡한 독자들을 향한다. 공짜뉴스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이야말로 매체소비자로서 자격 미달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로이터연구소의 보고서의 답변은 다르다. 신뢰도가 낮은 만큼 유료 뉴스 구독자도 최하위라고 보고서는 말한다.
유럽과 미국의 유료 구독자수가 매년 증가 추세인 것과는 사뭇 다른 한국언론의 해괴한 자화상이다.
기레기라는 말도 들어봤다. 사실과 진실, 국익과 공익보다는 구독률와 시청률, 조회수를 더 중요시 여기다보니 콘텐츠 질이 낮아지는 현상에 대해 시민들이 지어준 한심한 별칭이었다.
국민의 이익을 외면하다보니 뉴스 유료화가 될리가 없다. 결국 전적으로 광고주에 기댈 수 밖에 없는 낡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언론은 뫼비우스의 띠를 열심히 걷고 있는 모양새다.
사정이 이러니 거창하게 언론개혁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관행과 악습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술 체력과 폭력에서 먼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술 실력이 취재력을 대체한다는 소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독일 철학자 헤겔의 말에 잠시 귀기울여 보자.
"삶을 이끄는 원천이자 권위로서의 종교를 언론이 대체할 때 사회의 근대화가 이루어진다. 한때 종교가 누렸던 독점적 지위를 이제 언론이 갖고 있다"
1830년 경에 나온 대철학자의 말씀이다.
종교를 넘어 합리적인 근대사회를 만들어야 할 능력이 우리 언론에게 있는가. 술로 엮인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의존해 정보를 캐내는 전근대적인 관행에서 아직도 못 벗어난 건 아닌가.
술 체력을 중요시 여기는 '개도국스런' 언론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사회를 근대화시켜야할 언론이 외려 전근대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는 일개 언론학자의 마음은 오늘 다소 우울하다.
■본 기사는 '더이슈미디어연구소'가 사회 각 분야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는 등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구성된 프로젝트 취재팀의 글이다. 구성에는 교수, 변호사, 전·현직 기자와 수사관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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