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3월 02일 화요일
뉴스홈 칼럼(기고)
[칼럼] 전주 정신 ‘꽃심’의 근본(根本)을 생각하다

[전북=아시아뉴스통신] 유병철기자 송고시간 2021-02-07 09:17

옛 대한방직부지 시민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기다리며
(주) 자광이 옛 대한방직 부지를 매수해 2조5천억 원을 투자해 전주 143익스트림타워종합복합개발 조감도./아시아뉴스통신 DB

[아시아뉴스통신=유병철 기자] 최명희 작가는 소설 『혼불』 제8권에서 전주를 ‘꽃심을 지닌 땅’이라 표현했다. 백제의 한을 풀어내고 후백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땅! 500년 역사의 조선왕조를 새로 일으켜 세운 땅! 전주는 단순히 수많은 지방의 여러 성읍(城邑) 중 한 곳이 아니라 한 나라를 일으켜 세울 정도의 저력이 있는 곳임을 일컫는 말이었다.   

근래에 전주시는 전주정신을 대표하는 단어로 소설 『혼불』에 나오는 ‘꽃심’과 엮어 '대동(大同)', '풍류', '올곧음', '창신'이라는 네 개의 단어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정작 한 국가를 탄생시킬 정도로 강력했던 ‘꽃심’의 근본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역사속에서 꽃심의 근본은 경제력이었다.

농업이 삶의 근본이었던 그 옛날, 넉넉한 호남평야는 후백제를 먹여 살리는 기반이 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전라도를 넘어 한반도 전역을 다스리는 조선왕조의 창고 역할을 했다. 세상이 평안할 때 전주의 경제적 풍요는 여유로움을 낳았고 '창신(創新)'의 도움으로 '풍류'를 낳았다. 비빔밥과 판소리가 이 고장에서 태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따금 부조리한 세상이 전주의 '올곧음'과 만날 때 전주는 '대동(大同)'의 힘을 빌어 정여립과 전봉준으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인 
것이었으며 결국 그 바탕에는 전라도를 넘어 중앙정부까지 먹여 살리는 호남평야의 경제적 강인함과 때로는 이 풍요로움을 수탈하려는 시대에 대한 반작용이 있었다.

역사상 전주의 꽃심이 성공적으로 발현되던 시기에는 세 가지 조건의 온전한 충족이 있었다. 먼저 경북 상주 출신 견훤이 전남 광주에서 시작해 굳이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가 아닌 전주를 후백제의 수도로 삼은 것은 드넓은 호남평야에서 나오는 ‘강력한 경제력’ 때문이었다. 또한 만경강을 통해 중국 및 일본과 직접 교류할 수 있었던 ‘국제적 접근성’도 한 이유였다. 마지막으로 기존 사회구성원들을 배척하지 않고 ‘조화롭게 화합(和合)’시킨 것이 주효했다.

그에 비하면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은 자신 역시 전주 출생이 아니었음에도 굳이 고조부까지 거슬러 올라가 선조의 고향인 전주가 후백제의 수도임을 명분으로 전주의 꽃심을 가져다 한반도 중간 한양에 옮겨 심은 것에 불과했다. 다행히 한양은 한강으로 인하여 전국의 물산이 집결되는 ‘강력한 경제력’과 ‘국제적인 바닷길’을 보장하였고, 동시에 기존 호족세력들을 ‘조화롭게 화합’시킨 결과 새로운 왕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오히려 이 지역 출신이였던 정여립과 전봉준의 개혁은 꽃심이 발현되기 위한 세가지 조건을 완전히 갖추지 못하여 지금껏 실패한 역사로 남게 되었다. 정여립의 전주는 독자적 경제력은 있었으나 국제성이 결여되었고 무엇보다 화(和)가 아닌 동(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기존 세력과 대치하여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전봉준의 전주는 민초들의 한계로 국제성은 물론 탐관오리들과 화(和)를 시도할 이유도 또 경제적 여력도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전주는 어떠한가?

꽃심에 기반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과연 이들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온전히 충족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전주에서 진행되는 여러 사업이 이 지역의 경제적 강인함을 기반으로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파생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민간은 문화를 즐길 경제적 여력이 없는데 지자체가 인위적으로 문화 예술 분야에만 한정해 인공비료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만약 중앙정부의 예산에만 의존하여 조화(造花)를 만들고 있다면 그것은 한계가 있는 꽃심이다. 처음에는 조화(造花)를 보고 꽃나비가 날아들지만 이내 향기가 없음을 알고 떠나는 것과 같다. 잠시 보기에는 좋으나 예산이 끊기면 먼지가 싸여 폐품이 되고 결국에는 사라질 수 있다. 지금은 흔적없이 사라진 중앙시장의 청년몰사업이 그러했다. 만약 대부분의 지자체 사업이 중앙정부의 예산을 쉽게 받기 위해 500억 이라는 예타면제의 커트라인을 넘지 않고, 또 호남의 한 부분으로서 1/3 예산의 범주안에서 당선되는 공모사업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이것은 진정한 꽃심의 경제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전주시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독자적인 국제성을 띠고 직접 세계로 나가는 것인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주시가 지난해 문체부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을 통해 강릉, 목포, 안동과 더불어 4대 ‘지역관광거점도시’로 선정된 것에 만족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다행히 전주는 세계를 직접 상대하는 부산의 “국제관광거점도시”처럼 '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가관광거점도시”라는 새목표를 제시하고 있어 꽃심의 국제성을 지향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곧 착공할 새만금국제공항은 전주를 후백제 이후 다시 세계로 직접 이어줄 귀중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화(和)정신의 발현이다. 

전주시 정책을 비판하는 뼈 아픈 목소리 중 하나가 "시민은 없고 관광객만 있다. 자영업하는 소상공인만 있고 직장 다니는 시민은 없다. 저소득층만 있고 고소득층은 없다. 전통시장만 있고 최신쇼핑몰은 없다. 구도심만 있고 신시가지는 없다"는 말이다.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화(和)정신이 없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지나친 대동정신을 강조하여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니 나를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일부 계층만을 위한 정책으로 윗돌을 빼내 아래목만 채우는 것은 진정한 꽃심을 발현하는 것이라 보기 힘들다. 전주를 구성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모두 존중하고 다양한 이들의 욕구와 권리를 충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전주를 대표하는 비빔밥은 각종 재료가 다 살아서 제 역할을 할 때 본 맛을 내는 것이지, 모든 재료를 갈아 비빔죽을 만들면 그 본연의 매력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동학운동이 이 지역에서 일어난지 120여 년 만에 모처럼 귀중한 꽃심이 다시 전주에 떨어졌다.

자광이 제시한 옛 대한방직터 개발계획은 색안경을 끼고 보면 "대기업을 등에 업은 부동산 업자가 3천 세대 아파트 사업을 위해 143타워를 미끼로 던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최근 혁신, 만성, 에코, 효천지구에 수 만 세대의 아파트 건설을 허가했지만 누구하나 전주가 국제적인 아파트 도시가 됐다며 좋아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주목을 끄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143타워의 국제적 잠재력를 보지  못하고 3천 세대 아파트만 보는 것은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셈'이다.

호남의 맹주로서 왕도를 탄생시킨 전주 꽃심의 근본이 민간 경제의 강인함, 국제지향성, 다양한 계층의 화합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자광의 143타워 개발 계획은 후백제 이후 전주가 번영할 다시 없을 기회일 수 있다.

충남 서산 출신의 자광 전은수 대표는 초기 143타워 계획이 전주시로부터 반려되자 오히려 층수를 올려 153타워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보고 누군가는 사기꾼이라 하고 누군가는 승부사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전주시의 계획 반려와 법적 근거가 없는 공론화위원회로 3년의 시간이 지연된 결과 불어난 이자비용으로 인하여 오른발이 잘린 견훤의 처지가 된 듯하다.

자광이 전주에서 성공한 견훤이 될지, 단비를 기다리다 지쳐 전주 대신 서울을 선택해 성공할 이성계가 될지, 아니면 실패한 정여립이나 전봉준이 될지는 일부 전문가나 시민단체가 아닌 전주시민 전체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꽃심의 주체는 전주시민이기 때문이다.

옛 대한방직부지 시민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진정한 전주정신 '꽃심'을 갈망해 본다.

필자 / 전주시민 임필성 

ybc9100@naver.com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