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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사랑교회 담임 김규태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
에스더 3:1-15
민족 간 적대감이 투영된 유다인 진멸 조서
오늘 본문은 “그 후에”로 시작합니다. 이 구절은 앞의 내용을 받습니다. 에스더가 하나님의 은혜로 바사 제국의 왕후가 되었고, 모드드개가 왕을 암살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에스더에게 알려 줌으로 왕의 목숨을 구해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이상하게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오늘 본문에는 왕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모르드개 대신, 아각 사람 하만의 지위가 높이 올라갔습니다.
그가 어떠한 이유로 왕의 신임을 얻게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왕은 하만의 지위를 다른 대신들보다 높이 올려주었습니다. 하만이 바사 제국의 실질적인 2인자가 된 것입니다.
대궐 문에 있던 왕의 모든 신하들은 왕의 명령대로 하만에게 무릎을 꿇어 절했습니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무릎을 꿇지도 아니하고, 절하지도 아니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신하들이 “너는 어찌하여 왕의 명령을 거역하느냐”고 모르드개에게 날마다 충고했습니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신하들의 권유를 듣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유다 인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렸습니다. 이에 주변 신하들은 모르드개에게 마음을 닫고, 그의 일이 어찌 되는지 보고자 하여 하만에게 이 사실을 전하였습니다.
저는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왜 모르드개는 왕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하만에게 꿇어 절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지금까지 에스더에게 자신의 민족과 종족을 말하지 말라고 명령(1:10)했던 모르드개가 왜 지금에 와서야 자신이 유다인임을 사람들에게 밝혔을까요?
저는 이 두 가지 질문이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절에 기록된 “꿇어 절하되”는 “무릎을 꿇어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절하는 행동”을 나타냅니다. 이 두 가지 단어가 함께 사용된 경우는 (사람 앞에 엎드려 절할 때가 아니라) 주로 하나님 앞에 엎드려 절할 때에만 사용되었습니다(생명의 삶 플러스, 2022년 6월호, 147).
그리고 모르드개는 자신이 유다인임을 사람들에게 밝힘으로써, 자신은 오직 하나님께만 엎드려 절해야만 한다는 신앙적 고백을 사람들에게 드러냈습니다.
만약 모르드개가 자신이 유다인임을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왕의 명령에 따라 하만에게 무릎을 꿇어 절했다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르드개는 자신의 신앙양심에 따라 행동하였고, 그로 인해 고난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르드개의 행동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존경과 모범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두 가지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살아가지만, 동시에 우리는 하늘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모르드개는 지금까지 이 세상의 제도에 맞추어 살아왔습니다.
그는 아하수에로 왕의 폭정과 허영심과 욕심에 항거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암살자들로부터 불의한 아하수에로 왕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이는 그가 이 세상의 불의함 속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를 충실히 지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모르드개는 하늘의 시민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는 여호와 외에 다른 신이나 사람에게 꿇어 절하는 일에는 동참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여호와만을 경외해야 할 유다 인으로서 사람들 앞에 자신을 나타내었습니다.
하만은 모르드개가 자신을 향해 무릎을 꿇지도 아니하고, 절하지도 아니함을 보고 매우 화를 내었습니다. 특히 하만은 모르드개가 유다 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모르드개만 죽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유다인 전체를 다 멸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그의 조상들로부터 오랫동안 이어져 오던 민족 간의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하만은 아말렉 민족의 왕이었던 아각의 후손이었고, 아각은 이스라엘 백성(특히 사무엘 선지자)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아말렉 족속 아각 왕의 후손이었던 하만과 베냐민 지파 사울 왕의 후손이었던 모르드개는 서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만은 유다 인을 죽일 날을 정하기 위해 아하수에로 왕 제12년 첫째 달에 제비를 뽑았는데, 그 달로부터 11개월 후인 열둘째 달이 정해졌습니다.
하만은 아하수에로 왕을 찾아가 한 민족의 법률이 만민의 법률과 달라서 왕의 법률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왕이 조서를 내려 그들을 진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만은 그 대가로 은 일만 달란트를 왕에게 기부했습니다. 이는 바사 제국의 일 년치 수입의 삼분의 이에 해당하는 막대한 자금이었습니다.
왕은 구체적으로 그 민족이 어느 민족인지도 알아보지 않았고, 그들의 법률이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도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돈에 눈이 어두워져 즉석에서 자신의 손에 낀 인장 반지를 빼어서 하만에게 주었습니다. 성경의 저자는 이제부터 하만을 “유다인의 대적”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이제 하만은 왕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자신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첫째 달 십삼일에 왕의 서기관을 소집하여, 하만의 명령에 따라 조서를 쓰고 왕의 반지로 그것에 인 쳤습니다. 물론 그 내용은 열두째 달 곧 아달월 13일 하루 동안에 모든 유다 인들을 죽이고, 도륙하고, 그 재산을 탈취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만은 각 지방에 전하기 위한 조서의 초본을 모든 민족에게 선포하여, 남은 11개월 동안 그 날을 준비하게 하였습니다. 조서는 이미 수산성에 반포되었고, 왕은 하만과 함께 앉아 한가롭게 술을 마셨지만 수산성은 어지럽게 되었습니다.
저는 에스더서의 이야기가 갑자기 부풀려지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에스더 1장에서, 180일과 일주일 동안 진행된 잔치 이후에 왕후 와스디가 폐위되었고, 여자는 남자를 존경하라는 이상한 법령이 정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갑자기 하만이 등장해서 분노와 민족적 갈등으로 인해 유다민족 전체가 살육될 큰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분별력을 잃은 아하수에로 왕이 있었지만, 그 너머에는 보이지 않게 역사하고 계신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습니다.
제 주변을 돌아봅니다.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제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훨씬 많습니다. 때로는 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소식이 들리기도 하고, 저를 낙심하게 만드는 일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그 분의 뜻을 묻기도 합니다.
비록 지금은 제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저는 인류 역사를 주관하시고, 우리에게 언약 적 사랑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신뢰합니다. 그러므로 제가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담대히 하나님 앞에 머물기를 원합니다.
이 모든 일을 듣고 모르드개가 큰 낙심을 했겠지만, 그가 하나님 앞으로 달려갈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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