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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제일교회 이준효 원로목사, '작은 능력!'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2-09-28 11:49

수정제일교회 이준효 원로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 작은 능력 ♧

    러시아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나라에 아주 아름답기로 소문난 궁전이 하나 있었다. 그 궁전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한번 쯤 들어가 봤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그런데 그 궁전은 선한 일을 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불문율(不文律)이 있었다.

    항상 궁전 문지기가 열쇠를 가지고 지키고 있었는데 그 문지기는 선한 일을 한 자에게만 열쇠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한  호기심 많은 예쁜 한 소녀가 이 궁전 소식을 듣고는 야심 차게 아름다운 옷과 귀중한 보석을 걸치고는 궁전 문에 찾아와 문지기에게 열쇠를 요구했다.

    그러나 문지기는 소녀에게 열쇠를 줄 기미도 보이지 않고는 "아가씨, 예쁜 옷과 귀중한 보석을 걸치고 아무리 하루 종일 서성거려도 열쇠는 줄 수가 없네요. 돌아가셔서 매일 한 번씩이라도 남을 돕는 일에 몰입해 보세요. 그래야만 제가 가지고 있는 열쇠의 키를 드릴 수 있답니다"

    그 소녀는 당장 돌아가서는 남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길거리에서 한 늙은 거지와 부딪히게 되었다. 옳거니 하고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가진 돈을 전부 건네 드렸다. 그러고는 성전 문지기를 찾아가서 열쇠를 요구했다.

    그러나 역시 열쇠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 거절당한 소녀는 실망만 잔뜩 품고 발걸음을 돌이킬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 아주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들고 가시는 한 할머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소녀는 그 할머니로부터 짐을 모두 뺏다시피하여 대신 날라다 드렸다.

    그러고는 문지기에게 재차 달려가 궁전의 열쇠를 요구했으나 역시 그 열쇠는 획득할 수가 없었다. 그 소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발길을 돌려 어느 한 숲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저쪽 숲속에서 가냘프게 신음하는 짐승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조심조심 가까이 가보니 아주 작은 토끼 한 마리가 사냥꾼이 쳐 놓은 덫에 걸려 어쩔 줄 몰라 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소녀는 그 어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자기 자신을 잊어버린 채 그 덫의 강한 스프링을 발과 손을 이용해서 토끼를 살려냈다. 치마를 찢어 토끼의 상처를 싸매주고 집에 데려다 먹이를 주었다.

    이때 궁전 문지기가 바람같이 나타나서는 소녀에게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이 궁전 열쇠를 불쑥 내밀었다. 소녀는 깜짝 놀라면서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궁전 문지기에게 물었다. "아니, 저는 아직 선한 일도 하지 않았는데 왜 궁전 열쇠를 주십니까?"

    그러자 궁전 문지기는 "방금 죽어가는 토끼를 살리기 위해 네 살이 찢기고 피를 흘리기까지 하면서 선한 일을 하지 않았느냐?"라고 했다. 소녀는 아연실색(啞然失色)하며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열쇠를 얻으려고 토끼를 살린 것이 아니었어요."라며 펄쩍 뛰었다.

    문지기는 "그래, 나도 안다. 이 궁전의 열쇠는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남을 살리기 위해 희생하거나 돕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니 당연히 네가 받아야 마땅한 것 같구나!" 하며 온화한 미소를 건네며 소녀의 손에 열쇠를 쥐여 주었다. 그 누군가가 교육적 교훈을 위해 만들었겠지만 느낌은 충분히 가슴을 적신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선입견적으로 뇌리를 스치는 장면이 확대되어 다가온다. 바로 "사망과 음부의 열쇠"(계 1:18)와 "다윗의 열쇠"(계 3:7)를 가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다. 곧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는 그"의 단호한 통제가 그려진다.

    빌라델비아 교회는 "볼지어다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되 능히 닫을 사람이 없으리라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작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내 말을 지키며 내 이름을 배반하지 아니하였도다"(계 3:8)라는 칭찬을 받았다. 역시 이 칭찬이 연상시켜 주는 그림도 위 전설 속의 소녀를 겨냥하기에 충분하다.

    "다윗의 열쇠"는 다윗의 집, 즉 다윗의 위를 계승하여 다윗 언약에서 예표되었던 메시야의 출현으로 성취된 하나님 나라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로서 하나님 나라의 특징인 영생(永生)의 수여권을 시사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8절은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그리스도에 대한 해석이다.

    빌라델비아 교회는 "작은 능력을 가지고서도" 주님의 말씀을 지키며 배교의 행위가 난무했던 환난기의 극한 박해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의 이름을 배반하지 않았기에 주님은 당신이 가지신 천국의 주권으로 빌라델비아 교회를 위로하며 격려했던 것이다.

    "작은 능력(μικράν έχεις δύναμιν: 미크란 에케이스 뒤나민)"이란 의미는 '능력이 거의 없다'라는 의미다. 이는 빌라델비아 교회 성도들의 신분이나 지위 등이 주변 사회와 비견했을 때 외적 능력이 변변치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외적으로 인정하거나 흠모할 만한 그 무엇도 없었다는 의미다.

    그리고 내 말을 "지키며(καί έτήρησας: 카이 에테레사스)"는 반의적으로 그 의미를 강조한 표현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켰다'라는 의미다. 역겨운 핍박 가운데서도 진리 편에 굳게 서서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에 부끄럽지 않도록 살았다는 뜻이다.

    크고 작음은 언제나 역전될 수 있다. 현재의 대부(大富)와 대형(大型)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영원하지 않음은 그 누구도 아니 그대 역시도 부정하지 못함이 일반이지 않은가? 이미 성경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통해 덩치의 크고 작음이 승패를 결정짓지 않음을 역설했다(삼상 17장).

    예수님께서도 "겨자씨 비유"(마 17:20)를 들어 믿음의 크기와 가치를 능력에 무게를 실었다. 우리의 옛 어른들도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을 남겨 힘의 근원이 크고 작음에 있지 않음을 교훈으로 새겼다. 오늘은 이 모든 가르침의 의미들이 집합된 사례가 빌라델비아 교회가 가진 "작은 능력" 이었음을 놓치지 말자.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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