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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제일교회 이준효 원로목사, '제발 나쁜 이웃 만은'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3-01-10 22:06

수정제일교회 이준효 원로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 제발 나쁜 이웃 만은 ♧

    산 이시드로(San Ysidro)라는 사람이 자신의 밭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쟁기질을 하고 있을 때, 한 천사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하나님께서 너를 보고 싶으시대, 이시드로. 자, 나와 함께 가자!"라고 했다. 하지만 이시드로는 너무 바빴기 때문에 그 명령을 못 들은 척했다. 천사는 잠시 후 다시 나타났다.

    "이시드로! 지금 당장 오지 않으면 하나님이 바람과 가뭄을 보내셔서 네 밭의 옥수수를 다 날려 버리거나 말려 죽게 하신댔어!" 그래도 이시드로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강풍과 맞서 싸우고, 강물을 끌어다 극한 가뭄을 극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천사가 다시 와서 경고를 했으나 그는 여전히 전후좌우 돌아보지 않고 자기 일에만 전념했다.

    그런데 천사가 네 번째로 나타났을 때는 자못 심상치 않았다. "네가 만일 이번에도 나와 함께 가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네게 아주 나쁜 이웃을 보내실거야!" 그러자 이시드로는 밭 한가운데서 쟁기질하던 손을 즉각적으로 멈추고는 천시에게로 돌아섰다. 그는 사색이 된 얼굴로 오히려 천사를 재촉했다. "어서 갑시다 ! 딴 일은 몰라도 그것만은 정말 참을 수 없어요 !" 

    이 이야기는 멕시코 사람들에게 전래되어 내려오는 것으로 민간에 상당한 교훈을 주고 있다는 한 예화를 스크랩해 두었던 내용이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 이야기의 교훈을 이웃 사랑의 중요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웃 사이에서 서로 화평과 사랑의 명분을 끈으로 삼아 믿음과 신뢰를 쌓으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교훈해 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이시드로는 우리 지구촌의 인생들을 지목하고 있다. 그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불응한 것처럼 이야기 내용을 엮어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지막 '아주 나쁜 이웃'을 부각시켜 '사랑과 화평과 신뢰로 쌓은 참 이웃'의 소중함을 교훈하기 위한 창작의 묘미다. 

    농부에게 있어 홍수나 강풍으로 인한 피해와 가뭄으로 인한 기근은 먹고사는 생존 문제와 직결되어 실로 견디기 힘든 자연재해다. 그러나 유구한 인류 역사 속에서 우리의 장한 선조들은 그 앞에서 무릎 꿇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하다 못해 나무껍질, 혹은 들풀 같은 대체 식량을 먹더라도 모질게 극복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소맷자락에 훔쳐 내는 하염없는 땀방울이 시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룰지라도 하늘을 우러러 원망도 불평도 하지 않았다. 때론 나라님이나 조상님들의 부덕으로 불평하고 원망하기는 했어도 섭리 주의 통치 앞엔 긍휼을 사모했을 뿐이다. 위 이시드로가 극한 자연 현상에도 요지부동이었던 그림을 묘사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오늘의 현상 세계를 보라! 아니 멀리 보지 말고 우리 기독교 공동체에 암세포처럼 퍼지고 있는 기복주의 사상과 기복 신앙의 오류를 보라! 위 이야기 속의 주인공 이시드로와는 정 반대의 모습을 어필하고 있지 않은가? "나쁜 이웃", 그저 개성 주의 사상에 정복되어 "소수 인권"의 논리를 주창하며 법적 보호를 노린다.

    그러나 교회의 온갖 기도 제목들은 이시드로가 극복한 자연환경과 스스로가 만든 상황과 노동과 극복으로 빗어지는 수고의 땀방울을 순경(順境)으로 바꿔 달란다. 요행과 기적의 의미들을 "울타리로 두르심"(욥 1:10)에 두고, 이것의 체험을 진정한 기독 신앙으로 유도한다. 사단이 욥의 신앙을 기복으로 매도한 것을 아이러니하게도 오늘은 적극 주창한다.

    그렇다. 지구촌의 현실을 미움과 시기와 질투와 원수 맺음을 지양(止揚) 하고 이웃이라는 대상관계에 신뢰와 믿음, 화평과 사랑의 기둥을 세우고, 상호 의존적, 상호 협력적, 사람 "인(人)" 자를 흔들림 없이 정착시키는 일에 적극 지향(志向), 혹은 지향(指向) 해야 옳을 것이다. 

    비록 영원한 형벌적 죄책과 오염에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해방되어 자유한 것이 사실이나, 이 지상에서의 극복이 형벌적이든 연단적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연유에서든 "가시덤불과 엉겅퀴"(창 3:18)와의 씨름에서 흘려야 할 땀방울은 죄다 우리 인생의 몫이기에 그렇다. 

    이런 몫을 함께 짊어진 것이 우리네 인생이기에 오직 한 마음, 한 믿음으로 이시드로의 땀방울을 연일 훔쳐내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이 또한 우리 서로를 위해 '나쁜 이웃'의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야 했던 이시드로처럼 "날마다 우리 짐을 지시는 주 곧 우리의 구원이신 하나님"(시 68:19)께 달려가자! 할렐루야!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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