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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 |
‘꽃뱀’과 ‘제비’라는 말은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성을 유혹하고, 그것을 빌미로 금품을 갈취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더 넓게는 나쁜 계략으로 상대방을 속여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말하죠. 그래서 ‘꽃뱀’과 ‘제비’라 불리는 사람들은 기피 대상이 됩니다.
그러면 혹시 ‘꽃제비’라는 말은 들어보셨나요? 얼핏 들으면 꽃뱀과 제비가 합쳐진 말 같지만, 전혀 다릅니다. ‘꽃제비’는 북한에서 집이 없어 떠돌아 다니며, 구걸하거나 도둑질을 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최근 코로나 대확산이 겹치면서, 북한의 꽃제비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꽃제비의 어원을 살펴보면, 가슴이 참 아픕니다. 꽃제비의 ‘꽃’은 중국어로 거지를 의미하는 ‘화(花)자’에서, ‘제비’는 ‘낚아챈다’는 의미의 ‘잡이’ 또는 ‘잽이’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혹은 떠돌이를 의미하는 러시아어 ‘코체비예’를 어원으로 보기도 합니다.
한편 꽃제비들은 생계를 유지하는 유형에 따라 분류가 되는데요. 음식을 강탈해 먹는 ‘덮치기 꽃제비’, 쓰레기통을 뒤지는 ‘쓰레기 꽃제비’, 매춘을 하는 ‘매춘 꽃제비’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꽃제비들 상당수가 아이들이라는 걸 고려하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면 꽃뱀과 제비, 그리고 꽃제비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물론 꽃제비들도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기피 대상이 된 것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선택해서 꽃제비가 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은 내몰린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꽃뱀이나 제비처럼, 나쁜 계략으로 상대방를 속이는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나쁜 계략에 속아 생존을 위협당한 것이죠. 정확하게 말하면, ‘꽃제비’들은 ‘꽃뱀’과 ‘제비’에 내쫓긴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이들을 내몬 꽃뱀과 제비는 누구일까요? 북한 지도자의 팔에는 명품 시계가 둘려 있습니다. 또한 한정판 명품백이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신들이 북한 인민의 영웅이고 구원자라고 말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이 굶고 있는 인민들을 위해 선택하는 것은 식량이 아닙니다. 전쟁에 사용할 무기를 선택하고, 그것을 확보했다고 추켜세웁니다.
기가 막히는 것은, 그들이 ‘기피 대상’이 아니라 ‘숭배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분명 꽃뱀과 제비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어디를 가나 대접을 받고 호사를 누립니다. 그런 그들에게 부끄러움이나 반성의 기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은 꽃뱀과 제비 중에서도 가장 악독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주변을 잘 둘러보면, 우리가 사는 곳에도 맹목적으로 높임을 받는 꽃뱀과 제비가 있습니다. 정치계에도, 경제계에도, 종교계에도...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공동체 뿐 아니라, 심지어 가정 안에서도...돈과 권력이 조금만 집중되는 곳이면, 그런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사상과 신념에 따라 무조건적인 숭배가 강요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몰린 꽃제비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갑니다.
꽃뱀과 제비의 팔에 걸려 있는 명품 시계와 가방은, 꽃제비 살과 피, 그리고 눈물입니다. 그것을 안다면, 북한의 명품 열풍과 우리 사회를 잠식해가는 허위허식은 하루 빨리 제거해야만 합니다. 활개 치던 꽃뱀과 제비들은 자취를 감추고, 유랑하던 꽃제비들은 보금자리를 찾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아시아뉴스통신=김학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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