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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멕시코 갱단 보스가 여자가 된다? 아찔한 상상력의 웰메이드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리뷰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서인수기자 송고시간 2025-03-18 12:17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아시아뉴스통신=서인수 기자] 자, 지금 에밀리아 페레즈가 화제입니다.

영화 외적인 이유로 먼저 논란이 됐었지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 골든글러브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파격적인 소재와 흡입력 높은 연출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에밀리아 페레즈가 과연 볼만한 영화인지, 간단하고 솔직한 후기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먼저 에밀리아 페레즈의 간단한 줄거리입니다.

멕시코 카르텔의 수장 '델 몬테'가 능력 있는 변호사 '리타'의 도움을 받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에밀리아 페레즈'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자신이 카르텔의 수장으로서 저지른 원죄를 범죄 조직간 전쟁과 범행 때문에 실종된 이들을 찾는 공익사업으로 씻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소재입니다.

잔혹하디 잔혹한 멕시코 카르텔의 수장이 성전환 수술로 트랜스젠더 여성이 된다는 걸 감히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요?

또, 그렇게 여성이 된 뒤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죄를 씻어내듯 카르텔 범죄 피해자의 시신을 찾아주는 공익사업을 벌인다는 내용도 기발하다 못해 발칙하기까지 합니다.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고, 범죄자는 남성으로, 이를 수습하는 건 여성으로 그려낸 걸 보면 이 영화는 분명히 여성주의 영화, 페미니즘 영화이긴 합니다만, 역설적으로 부성애를 그린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델 몬테'라는 남성에서 '에밀리아 페레즈'라는 여성으로 성이 바뀌었음에도 그녀가 자신의 아들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모성애가 아닌, 부성애였습니다.

영화 초반부, '리타'가 '델 몬테'의 의뢰를 받아 성전환 수술을 집도할 의사를 찾는 과정에서 이집트의 의사 '와서만 박사'는 리타에게 "단순히 성을 바꾸는 수술을 하려면 수술을 하지 말고 신분증을 바꾸라"고 말합니다.

그는 "의사는 신이 아니며, 수술로 몸은 바뀌어도 영혼까지 바뀌진 않는다"고 말합니다.

즉, 델 몬테가 성전환 수술로 여성의 신체를 가진 '에밀리아 페레즈'로 바뀌었지만 아빠라는 영혼까지 엄마로 변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의사도 바꾸지 못한 에밀리아 페레즈의 영혼을 바꾼 이는 '리타'였습니다.

정의감에 가득찬 능력 있는 변호사인 리타는 에밀리아 페레즈가 공익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습니다.

영화 후반부 에밀리아 페레즈의 동성 연인이 되는 에피파니아도 등장하긴 하지만, 에밀리아 페레즈와 리타의 정신적 교감은 연인 이상이었다 생각합니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신 분만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의문점도 있습니다.

리타는 과연 생물학적 여성일까 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영화 초반부 리타가 탐폰을 찾고, 화장실에 들어갈 때 카메라가 여자 화장실 표시를 비추는 것도 의아하고, 다른 뛰어난 변호사가 많을텐데, 굳이 그리 유명한 변호사도 아닌 '리타'를 델 몬테가 찾는 것도 이상합니다. 

어쩌면 이미 성전환수술을 마친 트랜스 여성 변호사라, 델 몬테가 그녀를 찾은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또, 영화 후반부 리타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찾은 클럽에서 한 남성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데, 카메라가 남성의 입과 목 사이를 비춥니다.

아담스 애플, 즉 남성의 목젖에 리타의 시선이 고정되는데요.

이는 다시 영화 초반부를 떠올리게 합니다.

델 몬테의 의뢰에 따라 성전환 수술을 집도할 의사를 찾는 과정에서 들른 방콕의 병원에서

의사가 목젖도 수술한다고 하자 리타가 그 부분을 한번 더 짚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리타가 만약 트랜스 여성이라면, 같은 사정의 에밀리아 페레즈를 더 많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영화의 개연성이 더욱 담보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뮤지컬 영화인만큼 음악도 이 영화의 즐길거리 중 하나입니다.

AI로 번역한 것같은 스페인어 가사였다는 비판도 있지만,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는 저에게는 그저 신나게 들렸습니다.

특히 '리타'역의 조 샐다나가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한 멕시코의 유력 인사들을 비판하며 부르는 노래와 춤은 소름돋을 정도로 좋았고, 영화 후반부 인질로 잡힌 에밀리아 페레즈를 구출하기 위해 한무리의 용병들이 총을 조립하는 장면이 마치 타악기 연주처럼 연출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델 몬테와 에밀리아 페레즈를 연기한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 칼라 소피아 가스콘의 혼신의 연기도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부족하다고 지적할 부분도 꽤 있긴 합니다.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영화인 것도 맞습니다.

뮤지컬 영화치고는 이렇다 할 대표적인 노래가 떠오르진 않는데다 주인공인 칼라 소피아 가스콘의 가창력도 그리 좋지 못한 것도 아쉽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의 동성 연인이 등장하는 건 차라리 통째로 드러내는게 좋을 것 같고, 에밀리아 페레즈를 구출하기 위해 등장하는 용병들이 폼만 잡다 아무런 활약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데다

'우당탕탕'식의 결말을 내버린 것도 아쉽습니다.   

제가 에밀리아 페레즈에 드리는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

부족한 부분도 있고, 내가 만약 멕시코 사람이었다면 이 영화를 좋게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멕시코를 스테레오 타입으로만 표현한 영화인 것은 맞지만, 그걸 상쇄할 만큼의 흡입력 있는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들어 PC주의 영화가 너무 많이 등장하고 있고, 또 좋은 평가를 받는 영화도 나오긴 합니다만, 언젠가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왜 우리 사회에서 자꾸만 남성성을 거세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유튜브 문화골목]

iss3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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