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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씨 ‘킵 카니아 사진전’, 잊혀지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제주도의 슬픔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5-12-03 22:49

 킵 카니아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제주도와 인연을 만들어 왔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지난 3일 아트스페이스․씨에서 열린 '킵 카니아 사진전 : 상징:다름과 닮음’을 보고 ‘예술은 언어적 유희일지도 모른다’는 평소의 신념을 버리게 됐다. 동시에 ‘본질적으로 카메라는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현실 속을, 그래서 결국 자기 자신의 현실 속을 여행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수잔 손택의 표현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킵 카니아와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고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관장을 만나 물었다.

 ▶ 22점의 작품에 사용된 공간들이 궁금하다
 - 그가 자라고 살던 대도시 시카고와 타운젠드, 중동의 분쟁 지역, 호주 원주민 보호구역, 제주도와 거제도도 포함된다.

 ▶ 사진 속에 담겨 있는 모습은 어떤 것들인가
 - 동네 흑인 소년들의 모습, 전쟁 지역의 폭력과 공포 그리고 결핍, 구획된 백인들 속에 존재감으로 드러나는 원주민의 모습 그밖에 우연한 일상들을 담았다.

 ▶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의 의미는
 -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드러내는 비슷함과 이면 같은 것들이다.

 ▶ 그 모습들이 어떤 모티브를 통해 드러나는지 궁금하다
 - 들고 있는 물건, 표정과 행동, 배경이 되는 공간들을 흑백사진에 담아 존재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킵 카니아(오른족)와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관장(왼쪽).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도민들에게 익숙한 2000년대 초 시민회관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인상적이다. 제주도에 살기도 했던 그가 어떤 모습들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을 찾아 작가의 생각을 비교해보는 즐거움도 놓치지 말자. 이 작품을 배경으로 킵 카니아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 사진 속 ‘제주의 빈집’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 현지의 사회적 다큐멘터리와 현지의 인물을 서로 작품 속에 담아본다. 순간적 포착을 통해 그들의 감정에 몰입한다. 잊혀 지거나 주목받지 못하게 되는 순간들. 연출과 관찰의 묘한 경계가 나를 흥분시킨다.

 ▶ 공간 속에 존재하는 ‘거리와 소녀’의 묘한 콘트라스트가 아름답다
 - 노출에 대한 기대가 없는 대상들에게 존재하는 풍부한 감성을 잡아내길 원했다. 흑백(black)으로 담긴 오래된 건물 곁에 혼자(single) 존재하는 한 소녀의 이미지는 아름다움이다.

 작품 clench를 통해 공간은 다르지만 세대적 공감은 같다는 가설을 표현한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 당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촬영하는 게 좋다.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를 가진 청소년들을 주제로 촬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 겉모습은 다르지만 겉으로 보이는 다름보다 비슷하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주제를 찾아 계속 촬영할 계획이다 .

 '탐미적 고집'을 통해 오랫동안 제주스러움을 표현해 온 공간 아트스페이스․씨.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대표의 ‘고집스런 탐미’가 작가와 닮아 마음이 따듯해지는 걸까. 전시장을 나서며 드는 생각이다. 사실 잊혀지거나 주목받지 못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하지만 킵 카니아의 작품을 보면 그런 생각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아트스페이스․씨의 시선이 제주의 랜드마크적 요소와 사람이라는 코드를 잘 매칭시키는 작업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제주 예술가들이 안혜경 대표에게 고마워하고 있는 부분이다.

13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를 통해 제주의 문화를 좀 더 다양하고 심도있게 만들어 가는 공간의 역할이 다가올 한 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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