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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좋아 재주도 좋아 - 한경 용수리 바이올리니스트 이탁호] 제주 예술가들에게 '사람의 향기가 숨 쉬는 완장'을 채워주자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5-12-09 20:50

 제주의 심장 곶자왈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피들러 이탁호씨의 모습.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제주도가 아름다운 이유는 아름다운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머리맡 한라산에서 이어도 앞 바다를 잇는 1950미터 올레길을 놀멍쉬멍 걷다보면 사람이 있다. 그림 그리던 사람, 노래를 부르던 사람, 소설을 쓰던 사람까지 육지에서 한가락 하던 고급자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다. 제주 관광도 바야흐로 사람을 만나는 여행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관광은 이제 문화, 예술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재주도 좋아 제주도 좋아’ 창작 프로젝트 곳간 털기. 오늘은 제주도 서쪽 한 켠에서 바이올린으로 재능을 발아하는 예술가를 만나 봤다.

 ▶ 제주도에 정착한 인연이 궁금하다
 - 오랜 기간 현대차 관련 해비치 리조트 공연을 갖게 되었다. 이것이 인연이 돼 제주와 사랑에 빠지고 2005년 은퇴 후 제주로 내려와 살게 되었다. 기억을 더듬으면 수년 전 가진 하모라 평화소공원 공연이 제주에서의 첫 공연으로 남는다.

 ▶ 살다보니 좋은 점들은 무엇인가
 - 역시 공기 좋고 물 좋고 덕분에 스트레스가 없는 공간이 제주도의 장점이다. 10년을 이곳에서 살다보니 제주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순한 이웃들을 함께 접하고 살면 제주 사람들에 대한 유대감과 고마움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

 ▶ 첫 공연, 알고 보면 꽤 유명한 연주자라고 하던데
 - 대학에서 전공은 트럼펫이었다. 하지만 미8군에서부터 미국 생활까지, 나는 컨트리 음악을 오랫동안 해왔고 컨트리 음악의 베이스는 바이올린이다. 독학으로 공부하며 다양한 공연들을 통해 나는 피들러가 되었다. 민속 음악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도로 하면 적당할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나를 피들러로 이끌게 했다. 피들은 서민들이 즐겨하는 바이올린이라고 보면 된다. 빠르게 연주해 컨트리 특유의 흥을 전달하는 기법은 관객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일산 호수공원 공연에서 자신의 바이올린 솜씨를 마음껏 발산하는 이탁호씨.(사진제공=이탁호)

 ▶ 컨트리 (웨스턴 뮤직)음악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 사람들은 대부분 팝컨트리에 익숙하다. 존 덴버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윌리 넬슨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알라바마 등으로 유명한 락컨트리가 있고 기본 모토가 되는 블루그라스도 있다. 나는 1978년부터 미 8군에서 단련된 컨트리라 깊은 연주를 오래 해 왔다. 물론 한국 사람들의 귀에 익은 팝컨트리도 즐겨 연주한다. 지역 하우스 소속과 달리 유니버셜, 삼진 등의 회사 소속으로 미8군에 소속되어 공연한다는 것은 어려운 등급심사를 통과한 자부심 강한 실력자를 의미한다.  

 ▶ 제주에서의 일상은 어떤지
 - 한마디로 말하면 ‘와이프와 추억 만들기’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오랜 생활로 아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제 그것을 보상해주고 싶다. 해외여행도 좋지만 도내 여행 10년 만에 안 가본 데가 없다. 숲이나 오름 그리고 낚시도 좋아한다. 우리 부부는 금악 오름이나 노꼬매, 당산봉을 좋아한다. 동쪽에 위치한 다랑쉬오름이나 용눈이 오름도 좋다. 숲길이 좋은 이승악 오름도 좋다. 그곳의 삼나무는 절경 그 자체이다. 곶자왈은 신평, 청수 곶자왈 그리고 화순 곶자왈을 좋아한다.

 ▶ 부부간 사랑이 각별할 것 같은데
 - 살아보니 마지막에 내 편을 들어 줄 사람은 결국 와이프 밖에 없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 부부는 아내가 중3,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과외선생과 제자로 처음 만났고 그 인연이 미국과 한국을 이어 지금까지 부부로 이어진 인연이다. 

 ▶ 제주생활에서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하는데
 - ‘동행’. 강문규선생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그만큼 제주도를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보고싶은 사람이다. 오름콘서트를 통해 우정을 다졌고 최근 곶자왈 작은음악회 공연에도 함께 했다.

 ▶ 재미있는 철학을 지니고 계시다던데
 - ‘13급 공무원’. 도지사 간담회 때에도 언급했지만 지역 예술가들에게 완장을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9급이 아닌 13급 직이라는 별칭(완장)을 주고 5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월급을 지불하게 하라. 그들에게  의무감과 책임감을 지우게 만들어라. 그들이 거리에 나서서 MR을 틀어 놓고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버스킹하게 만들어라. 자존심을 세워주는 일이고 각박한 세상을 위무하는 일이다.

 IT 기기로 자신의 포토폴리오나 이력 관리에도 능숙한 이탁호 바이올리니스트./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 경험에서 나온 제안인지
 - 샌프란시스코 피셔먼스 워프처럼 만들면 된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아 알지만 그곳에는 그냥 거지는 하나도 없다. 모두 깜짝 이벤트로 무장되어 관광객들과 함께 호흡한다. 그런 것이 관광이고 지역의 문화가 된다. 제주도의 예술가들에게 명분과 자긍심을 부여해 13급 공무원의 완장을 채워 줘 보자.

 ▶곶자왈재단 공연 등으로 지켜 본 제주 공연시장은 어떤지
 - 이제 제주에서도 ‘관객모독’이나 ‘기만’은 그만. 무대에 서는 사람은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프로가 된다는 것은 책임지는 것이고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좀 더 책임있는 공연 공간이 양성됐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올해 혹은 내년도 계획이 있다면
 - 잘 늙어 가는 일, 건강이 인생의 포인트이다. 31일 탑동 라마다호텔 로비에서 공연이 있다. 10시 30분에 공연을 시작하고 자정 무렵에는 한 해를 넘기는 카운트 다운이 있다. 그리고 8월, 9월 진행한 강은철, 둘 다섯, 소리새 등의 곶자왈 공유재단 도네이션 공연도 생각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탁호의 부친께서는 종종 말했다고 한다. 타이밍을 놓치기 전에 'THANK YOU'라고 말하라고. 또한 ‘사치만 않으면, 욕심내지 않으면’ 족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그에게 예술가의 완장을 채워주는 일도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용수리 일원은 물론 제주도 전역에 존재하는 재주도 좋은 사람들의 기운이 모여 제주특별자치도를 좀 더 특별해지게 만드는 행복한 일들이 그와 함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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