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창)“누리과정 ‘막장드라마’ 이젠 그만…”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5-12-12 15:20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정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충북도의회와 충북도교육청, 도의회 내 여·야 의원에 이르기까지 얽히고설켜 입장이 서로 다른 데다 위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합쳐져 갈수록 태산인 상황이다. 이렇게 가다간 도교육청의 다음해 예산이 사상 최초로 준예산 체제로 갈 가능성까지 보이는 등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마저 보이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보육문제로 불거진 갈등으로 인해 충북교육의 한해 살림살이가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길 위기에 놓인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의회 예결위는 지난 10일 도교육청의 다음해 예산안을 심사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으나 10여분 만에 산회한 데 이어 11일에도 심사를 보류했다. 이유는 도교육청으로 하여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한 수정예산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예결위는 오는 14일 오전 심사를 재개하겠다며 도교육청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도 도교육청의 예산안 심사는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도교육청이 수정예산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보육사업이기에 교육청 예산에 반영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입장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공조체제를 이루고 있는 도교육청으로선 어쩔 수 없는 판단이자 당연한 주장으로 보인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그간 기회 있을 때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률적으로 교육감의 책임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파산 직전의 시·도교육청 재원으로는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므로 다음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한 도의회 여·야 의원 간 위법성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실례로 지난 10일 열린 도의회 예결위에서 새누리당 A의원은 “도교육청 예산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유아교육법 등을 위배한 것인 만큼 도의회가 예산안을 심사하는 것 자체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관련법의 규정에 따라 도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기에 위법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어린이집 보육 예산을 편성하는 건 오히려 지방재정교부금법상 위법이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영유아교육법 등 상위법을 개정하지 않고 시행령만 바꾼 만큼 명백한 위법이란 게 이들 야당의원의 주장이다. 이 주장은 도교육청의 입장이기도 하다.
여기에 현 정부의 책임론까지 더해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어린이들의 보육과 관련해 빚어진 갈등이 결국 정치판의 이슈화 하면서 ‘배를 자꾸만 산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지난 10일의 도의회 예결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B의원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고 명백한 국가 책임”이라며 “정부가 책임을 시·도교육청으로 떠넘겨 국민적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현 정부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혼란과 갈등 속에 시간이 흘러가면서 어린이집 운영자, 학부모 등 당사자들의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끝 간 데 없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도교육청 또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체제가 우려되는 설상가상의 국면에 놓여 있다.
누리과정 예산이 끝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어린이집 보육대란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고 이렇게 되면 피해를 입는 건 어린이와 학부모, 어린이집 운영자들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도의회 본회의장 복도에서, 도청 서문 앞 길거리에서 목하 하늘을 찌를 듯 울려 퍼지고 있다.
도교육청의 준예산 우려는 실제 초읽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도의회 예결위 요구대로 오는 14일까지 도교육청의 수정예산안이 제출되면 15일로 예정된 도의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앞서 얘기한 대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도교육청의 입장은 확고부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률상 예산안 처리시한과 준예산 체제 얘기가 자꾸만 나오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예산안 처리시한은 회계연도 개시일 15일 전 즉 오는 16일까지 처리하도록 돼 있는데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란 것이다. 회기일수 연장 및 임시회를 통해 연말 안으로 처리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불발되면 부득이 준예산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준예산은 전년도 예산에 준해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집행하는 ‘긴급예산’이기 때문에 신규사업 추진을 할 수 없는 등 충북교육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된다. 더군다나 취임 2년차를 맞아 힘찬 항해를 해야 하는 ‘김병우 교육감호(號)’로선 보통 큰 악재가 아니다.
정부를 포함한 모든 관련 주체들이 각기 목소리를 높인 결과 배를 산으로 몰아왔고 그 결과 보육대란과 지역교육 예산운용의 파행이란 후폭풍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다.
이번 국면을 보면서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사안의 태생적 특성상 중앙정부가 나서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든가 아니면 그렇게 하도록 뜻을 모아 압박해도 시원찮을 판에 되레 사안을 ‘지역사안’으로 끌어들여 ‘우물 안 기싸움’에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정책 사안을 도의회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인식자체가 일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자꾸만 꼬여 가게 하는 원인인 듯 싶다. 해결 주체는 분명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만시지탄이지만 해결의 주체를 중앙정부 중심으로 인식하는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힘을 실어줘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한다.
교육과 보육의 진정한 백년대계를 위해 보수와 진보, 여와 야의 ‘패가름’은 잠시 접어둘 것을 감히 제안한다. 아울러 ‘현실적 눈’을 가지고 이번 사안을 바라보길 기대한다.
전국의 시·도교육청은 현재 텅 비어져 가는 곳간에 한숨을 쉬고 있는 지경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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