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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도에서 만나는 커피는 마음에 감기가 든다. 누군가에게 쉽게 들키는 여행. (사진제공=문화공간 노닐다) |
노닐다지기 박신옥
<커피를 볶으며>
풍랑주의보가 해제된 우도의 아침. 정원에 나가니 대궁이 꺾인 수선화들이 눈에 띈다. 연이틀 바람단지가 된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느라 종이꽃도 금잔화도 기진맥진해 있다. 늘어진 이파리가 땅에 달라붙지 않도록 살펴가며 물을 주고 흙을 돋우어 준다. 그리고 비스듬히 기운 주차 팻말을 곧추세우고 허리가 꺾인 파라솔을 거둔다.
담장 옆에 서 있는 풍향계만이 오롯이 의연하다. 닭의 머리는 풍랑주의보 상황 내내 바람이 불어 가는 방향을 가리키느라 안간힘을 쓰고도 그 바람이 꼬리를 감춘 아침까지 고개를 떨구지 않는다.
담장 밖으로 내다뵈는 천진항은 고요하다. 밤새 날뛰던 놀은 몸을 순하게 뉜 채 숨을 고르고, 가마우지 떼는 제각기 바위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되찾은 평온을 만끽하고 있다. 출항을 준비하는 첫 페리의 선실에 불이 밝혀지는 것을 보고 카페에 들어왔다.
카페 문을 열기 전에 커피를 볶아 두어야 한다. 창가 테이블 위에 커피콩을 쏟아 놓는다. 케냐, 에티오피아, 브라질에서 건너온 것들이다. 그중에서 벌레 먹어 구멍이 뚫려 있거나 곰팡이가 핀 것들을 골라 버린다.
작은 상자만한 로스터기에 케냐 생두를 넣고 열을 가하자, 회전날개를 따라 돌면서 저희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카페공간을 채운다. 커피를 볶는 것은 연금술과 같다. 생두 자체는 풋내 외에 아무런 향도 맛도 없지만 볶는 과정에서 생두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 가지 성분들이 활성화 된다. 화학적인 변화를 겪는 것이다. 당분은 캐러멜처럼 되고, 타닌은 쓴맛을 내며, 카페인은 상쾌한 자극을 주는 맛을 만들어낸다.
로스터기 안에서 팝콘 터지는 듯한 경쾌한 소리가 ‘타닥타닥’ 들린다. 센터컷이라 불리는 콩의 가운데 부분이 균열을 일으키며 벌어지는 소리다. 침투한 열로 인해 다량의 가스가 생성되어 콩의 부피팽창이 한계에 다다를 때 갈라지는 것이다. 이때부터 콩은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충분히 부풀고 색깔이 진해지며 신향이 나타난다.
로스팅 과정에서 여러 가지 향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거칠게 구분해 보자면 마른 풀 냄새-견과류 냄새-캐러멜 냄새-다크쵸콜렛 향 등이 지배적인데 이 모두를 얻을 수는 없고, 어느 순간 원하는 향을 선택해야한다. 산지별 커피콩들이 가진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내도록 포인트를 잡되, 자신의 취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볶은 커피의 향은 맛과 직결되기 때문에 로스팅이 지나치게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로스팅이 지나치면, 커피콩은 탄화되어 모든 향을 잃고 자극적인 쓴맛만 내기 때문이다.
‘티글티글’ 하는 소리가 들린다. 깨를 볶을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한 이 소리는 커피콩 내부의 작은 부분들이 터지는 소리다. 연기가 많이 발생하면서 초단위로 커피콩의 성격이 달라진다. 이 소리가 들리고 10초 정도 지나서 케냐산 커피콩을 꺼낸다. 쌉싸래한 맛에 특유의 야생화 향기가 실리는 로스팅 포인트다.
안팎으로 뜨거워져 그 열기로 부풀어 제 몸 한 켠 갈라지고 터져야 모든 향기를 내어주는 사랑이 있다. 아슬아슬한 사랑이다. 더 뜨거워지면 숯이 되고 마는.
꺼낸 커피콩은 최대한 빨리 식혀야 한다. 아니면 계속 볶기가 진행되어 원하는 향과 맛을 잃게 된다.
테라스로 나와 작은 대바구니 두 개로 뜨거운 커피콩을 번갈아 까불며 커피콩의 온도를 떨어뜨리고, 동시에 껍질들도 날려 보낸다. 쇠머리오름 쪽으로 해가 오르는 것이 보인다. 모든 카페 문을 활짝 열고 음악을 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