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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조영남 "관행" 수천만원에 산 구매자들은…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장석민기자 송고시간 2016-05-17 15:13

아시아뉴스통신 장석민 기자
장석민 기자

한 무명화가가 조영남씨(72)의 그림을 8년 동안 대작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뒤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다수 언론들은 관련 뉴스를 앞 다퉈 쏟아냈다. 소식을 접한 이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대신 그리긴 했지만 무명화가의 그림은 팔지 않았다'. 둘째, '팔긴 팔았지만 관행일 뿐 문제될 것은 없다'.

첫째, '무명화가의 그림은 팔지 않았다'

검찰도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대작한 작품이 어느 정도 규모로 거래 됐는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팔린 조씨의 작품들이 무명화가에 의해 그려진 작품이라고 밝혀질 경우 사기혐의가 적용된다.

이 가운데 조씨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시는 했지만 무명화가의 그림을 팔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무명화가의 그림이 팔리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검찰 수사를 의식한 듯하다.

하지만 무명화가가 밝힌 것처럼 8년 동안 300여점의 그림을 그려준 것이 사실이라면 그 많은 그림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당사자인 조씨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명화가가 그린 작품에 덧칠과 사인을 해 판 건 사실"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조씨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둘째, '미술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관행'

조씨는 조수가 대신 작품을 그려주고 약간의 덧칠과 날인을 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미술계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작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인가.

조씨의 그림 중 비싼 작품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수천만원을 주고 작품을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무명작가가 90%이상 그린 작품이었다고 하면 '괜찮다'고 할 사람이 과연 어디 있을까.

'관행'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전부터 해 오는 대로 함. 또는 관례에 따라서 함'이다. 문제는 이 관행이 '아름다운 관습'인지 '뿌리 뽑아야 하는 악폐습'인지다.

'품앗이'는 우리 선조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관습으로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이 '품앗이'제도를 슬기롭게 사용했다. 이웃의 힘든 일을 거들어주고 내 일에도 도움을 받게 되는 품앗이는 선조들의 훈훈하고 아름다운 '관습'이다.

반면, 과거 관행으로 여겨졌지만 사회적으로 물이를 일으킨 '악폐습'도 많았다. 대부분은 위법한 것들이다. 우리사회에 만연하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군대 내 체벌 등을 문제로 다루는 언론은 많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군 문화처럼 여겨지는 '관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군 스스로도 높은 개선의지를 보이고 있는 근절되야 될 '악폐습'으로 꼽힌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자금을 거둬들이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여는 '출판기념회'. 매년 대학가에서 되풀이되는 도 넘은 신입생 환영회. 재벌들의 불법 재산 상속 등 모두 뿌리 뽑아야 할 '관행'들이다.

검찰도 수사 진행 여부를 두고 상당한 고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관행'이라는 안일함 속에 불거진 이번 사건을 '뿌리 뽑아야 할 악폐습'이라고 결론지었을 것이다. 최근 위작, 표절, 대필 논란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문화계가 더 성숙해지기 위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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