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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상진의 삼국지 탐구

[인천=아시아뉴스통신] 김선근기자 송고시간 2016-05-17 16:19

제94편 마지막, 혼신을 다한 용사 : 경계인, 강유 (23)
박상진 서울대학교 사범대 연구생./아시아뉴스통신 DB?

오늘은 계한에 관한 마지막 시간입니다.

제가 이 마지막을 다루면서 계속 해온 한 가지 전제는 ‘유선에게 패망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였지요.

그 의문을 풀려면 유선이 황호와 대체 얼마나 적극적으로 역할을 한 것인지겠죠.

“황호는 귀신 들린 무당을 깊이 믿어 적(위나라)이 스스로 이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후주로 하여금 일을 감추고 군신들이 모르게 할 것을 주청하였다.”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강유의 열전에 등장하는 이 한 마디면 충분치 않을까요? 앞서 장서나 마막의 배신도 문제였지만, 그것을 미리 알고도 감춘 죄는 더하죠. 황호와 유선이 바로 그런 이적 행위를 서슴치 않고 한 것입니다.

바로 앞에서 강유가 종회의 관중 출병을 미리 알고 음평과 한중을 방비하라고 조언했는데 말이죠.

이러고도 강유에게 멸망의 책임을 묻는 건 과도한 일이죠.

더욱이 강유는 나라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혹자들의 견해를 빌리지면, ‘능력도 안 되면서 북벌을 계승한 것 자체부터 문제가 아니었는가’ 라고 물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만, 어찌 보면 강유에게 북벌은 계한을 위해 그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오늘 이 시간까지 계한에 관해서 얘기를 한 번 쭉 나눠 봤는데 정리하고 다음 스토리에 대한 예고를 드려야 하겠네요.

제 얘기의 큰 줄기는 대략 이랬습니다. : (1) 계한의 정치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장완의 조사(早死)와 비의의 등장이었다는 것, (2) 그 비의가 강유를 어설프게 견제하다가 본인도 암살로 사망했다는 것, 그리고 (3) 강유보다 내시를 신뢰하며 내정부터 무너진 게 계한 멸망의 결정타였다는 것입니다.

진수가 비록 장완과 비의를 거의 동급의 수준으로 다루고 있긴 합니다만,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으며 오히려 능력보다 인성 면에서 정치적 역량의 차이를 봅니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장완은 비의와 강유를 고르게 기용했다는 점에서 제갈량의 탕평책을 수용한 반면, 비의는 자기 견해에 부합치 않는 강유를 견제하면서 오히려 붕당을 형성했다는 겁니다. 진지가 동윤 사후 내정 책임을 맡았다는 사실은 이를 충분하게 뒷받침합니다.

그 진지의 등장은 곧 황호로 하여금 내정에 개입할 여지를 열어주는 단서였으니 말이죠.

게다가 그 본인도 중요한 시기에 ‘능력이 없다’면서 북벌을 무기한 중단하고 강유에게 1만을 넘지 않는 군사력을 줌으로써 이후 강유 행보에 매우 큰 부담을 안겼죠.

조상과 사마의의 갈등이 고조되고 위나라의 계한 1차 정벌이 실패한 시점에 뭔가 결행을 했더라면, 적어도 위나라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상당한 성과도 예상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런 비의가 사망한 이후는 더욱 끔찍합니다.

이미 내정은 제갈량 아들인 제갈첨, 동궐, 번건 등 중도 온건파와 황호를 중심으로 하는 주류 세력 간 다툼으로 기강이 무너졌고, 주류의 위세는 대장군이자 섭정인 강유마저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병들어 있어 답중으로 몸을 피신하게 만들죠.

혹자는 쿠데타, 또는 친위정변도 가능하지 않았냐고 반문하지만, 그게 얼마나 위험한 도박인지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그런 병증에 단초를 만든 게 바로 비의죠.

결국 비의가 키워놓은 병의 뿌리가 강유로서도 어쩔 수 없는 지경으로 이르게 하였고, 유선의 우매함과 무책임함은 그 뿌리를 골수에 미치게 하여 나라를 패망까지 몰고 가도록 만들었죠. 한 마디로 비의, 황호, 그리고 유선이 나라를 골고루 말아먹은 셈입니다.

그래놓고도 유선은 낙양으로 끌려가 천수를 누렸으니 지하에 있을 유비가 분통을 터트릴 일이죠.

이걸 두고도 또 혹자는 ‘페이크였다’고 하시는데, 목적도 불분명한 페이크가 생존전략 이상의 의미는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아무튼 계한의 멸망으로 인해 남은 오나라는 위기에 몰리게 되는데요.

그래도 곧 죽으란 법은 없었던지 뜻밖의 변수가 위나라를 덮칩니다.

그것은 (1) 위나라의 멸망, (2) 무능력한 서진의 공신들, 그리고 (3) 독발수기능의 난입니다. 무려 10여 년 이상 계속되면서 오나라까지 수명 연장을 시켜줬죠.

정말 서진의 무능력함을 보고 있자면 사마씨가 어떻게 천하 주인으로 되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다음 시간은 그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독발수기능의 난을 중심으로 ‘어떻게 위나라와 조씨는 몰락하였는지,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서진의 무능력함과 선명하게 드러난 미래의 모습’까지도 조망해보고자 합니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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