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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회초리 버리자고 학생 잡아서야…”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6-06-04 06:54

충북 증평 A고교 무더기 자퇴 부른 ‘그린 마일리지제’ 폐지 여론
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 기자./아시아뉴스통신DB

최근 충북 증평의 A고등학교에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학교에서 지난 3개월 간 21명의 학생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사실이 알려지면서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유는 ‘그린 마일리지’란 상·벌점제도 때문이다. 학생생활평점제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지난 2009년 학생 체벌을 없애기 위한 대체수단으로 도입됐다. 학생 체벌을 하지 않는 대신 해당 학생에게 상·벌점을 줘 학생을 계도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빌미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린 마일리지 시스템은 학생지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체벌을 없애기 위해 학생이 선행을 했을 경우 상점을 부여하고 반면 일탈행동을 했을 경우 벌점을 줘 누적하는 방식으로 긍정적 행동은 강화하며 부정적 행동은 교화시켜 나가기 위한 생활지도 정책이다.

이 같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도입 초기부터 학생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학생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문제가 된 증평의 A고교 사례에서도 이 제도의 맹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학교에서는 올해부터 더욱 강화된 그린 마일리지제로 인해 지난 3개월 간 21명의 학생이 자퇴를 선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벌점이 일정 점수 이상 쌓이면 그 벌점을 탕감받기 위해 외부기관에서 특별교육이란 이름으로 위탁교육을 받거나 아니면 학교 측으로부터 자퇴를 종용받고 나아가 퇴학 조치까지 당할 것을 위협 받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당연히’ 자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란다.

벌점이 초과돼 퇴학 조치 당할 경우 다른 학교로 재입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위탁교육을 받든지 아니면 자퇴하는 길을 택해야 하는데 여기서 결국 자퇴를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둘 만큼 위탁교육을 싫어하는 이유가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리는 군대식 특별교육 때문이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심한 경우엔 하루 8시간씩 길게는 1년 가까운 시간을 강도 높은 신체훈련을 하며 비인격적인 특별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도대체 그린 마일리지제가 무엇이기에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학교 밖 인생’을 택하도록 하는 것일까. 당해 학생의 부모·가족이 아니더라도 참으로 분통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청주의 한 교육 단체가 나서 “결국 이 제도가 일을 내고 말았다”며 “학생인권 침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그린 마일리지제를 전면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겠는가.

충북교육발전소는 최근 성명을 내어 “이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한 전북도교육청은 올해 초에 그린 마일리지제를 전면 폐지했다”며 “충북도교육청도 (증평 A고교의) 특별교육을 담당했던 민간단체의 운영 실태를 점검해 수면 아래에 숨겨진 학생인권 침해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이 제도의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특히 문제의 이 단체를 대안교육기관으로 지정해 보조금을 지급한 충북도교육청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의 학교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학교는 학생들이 말썽을 피우면 이를 인격적으로 계도할 책임이 있다. 학생들을 공공연하게 학교 밖으로 내몰거나 교육자로서 짊어져야 할 학생교육에 대한 책임을 손쉽게 벌점을 남발하는 행위로 대체한다면 이것은 교육자 혹은 교육기관이길 포기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교과목 학습은 사교육 기관이 담당하고 학생들의 인성교육은 특별교육기관이 담당한다면 도대체 학교의 존재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면서 “이 지경이면 학교를 뛰쳐나오는 학생들에게 차라리 박수라도 쳐줘야하나? 아이러니한 한국 교육의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통해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충북도교육청은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다. 도교육청의 직속 기관으로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전국 최초의 공립대안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충북도청명학생교육원의 대안학교(청명중학교) 전환을 내년 2월까지 완료하고 단계적으로 대안고등학교까지 신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지만 도교육청의 이 같은 계획이 학교 부적응으로 스스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을 다시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지렛대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아울러 학생 인권침해 대신 학생들의 아픈 상처를 잘 보듬어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적용이 뒤따랐으면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린 마일리지제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마침 충북도교육청은 지난달 31일 전국에서 두 번째로 교육공동체헌장을 제정 선포했다. 이 헌장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민주시민 교육이 실현되도록 하자는 큰 뜻을 품고 있다.

그런 만큼 더 이상 학생들이 스스로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와 ‘학교 밖 인생 길’을 기웃거리지 않도록 교육공동체로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이상 대안교육이란 이름 아래 학생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입히는 과오는 없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회초리 버리자고 학생들을 창살 없는 감옥으로 두 번 다시 보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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