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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릿세·바가지요금 없는 청정계곡·바다에서 '코로나 블루' 떨쳐내요

[경기=아시아뉴스통신] 하연수기자 송고시간 2020-07-03 19:11

하연수 경기남부취재본부 대표

[아시아뉴스통신=하연수 기자] 몇 해 전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섰던 때가 떠오른다. 유년시절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그곳은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나’를 품어주던 곳이다.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곡물의 콜라보(collaboration), 코끝을 스치는 풀내음, 가끔 들려오는 새소리는 아무 이유도 없이 내게 온전한 ‘쉼’을 선물했다.

그 때의 설렘을 안고 호젓한 가족소풍을 상상하던 나와 가족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기대를 접어야 했다.

산자락을 등진 자드락길엔 바지런한(?) 차량들로 채워져 빈틈을 찾을 수 없었고, 골짜기를 품은 둔치와 계곡물이 휘도는 넓적한 바위는 불법 시설물에 가려져 흔적만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갓길에 줄지어 세워진 차량들로 더욱 좁아진 산길을 따라 한참을 헤매다 가까스로 차를 세웠다.

준비해 온 간단한 짐을 챙겨 우리만의 쉼터를 찾기 위해 개울가를 둘러봤다. 내 판단이 무모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땅한 공간도 없거니와 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인접한 음식점 주인의 ‘허락’ 없이는 이용할 수 없다는 주위 사람들의 귀띔을 들었다.

더 기가 막힌 건 음식 값에 자릿세를 더해 상식선을 넘은 금액을 요구하는 음식업주들의 장삿속이다.

모처럼의 나들이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거금(?)을 치른 뒤에 네 식구는 겨우 자리를 잡았다.

한숨을 돌리자마자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고성, 평상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쓰레기 등 이미 상처받은 자의식으로는 용인하기 쉽지 않은 풍경이 연출됐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경기도가 요즘 ‘열일’을 하고 있다. ‘깨끗한 하천·계곡을 도민에게 돌려 드리겠다’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언에 따라 지난해부터 청정계곡 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는 올해 6월말 현재까지 도내 25개 시군 190개 계곡·하천의 불법 시설물 1500여 곳을 적발해 이 중 약 94%의 불법 시설물을 철거했다.

불법 시설물을 철거한 자리에는 도민 편의시설을 만든다고 한다. 또 이달 중에는 나머지 불법 시설물 철거를 완료하고, 하천·계곡 지킴이를 활용해 관리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경기도는 또 ‘이제는 바다다’란 슬로건으로 해안가 불법 파라솔 영업과 불법 시설물에 대한 일제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도는 지난달까지 안산, 화성 등 비지정 해수욕장 3곳과 33개 항·포구를 대상으로 불법 파라솔 영업행위와 불법 시설물 설치 행위에 대해 홍보·계도를 통한 자발적 원상복구를 유도하고, 이달부터는 단속에 돌입했다.

실제로 그간 관행처럼 행해져 오던 불공정하고도 부조리한 행태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예년 같으면 벌써 휴가계획을 세웠을 때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휴가를 망설이거나 아예 계획조차 잡지 않고 있다는 사람들도 주변에 흔치 않다. 해외여행은커녕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국내 유명관광지도 꺼리는 분위기다.

‘물리적 거리두기’ 유도를 위해 정부도 ‘7말8초’를 피해 휴가를 잡으라고 민간기업에 권고했다고 한다.

이래저래 마뜩치 않은 휴가시즌이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일상화된 고립과 단절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정처(定處)’가 다시 도민 품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위안이다.

자릿세도, 바가지요금도 없는 청정계곡과 바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롯이 자연을 벗 삼아 ‘코로나 블루(blue)’를 떨쳐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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